1.
릴리퍼트에 있는 작은 사람들의 살결이 이 세상에서 가장 희고 아름답게 보였던 일이 생각난다. 나와 친근하게 지내던 릴리퍼트의 학자에게 이러한 이야기를 하였을 때, 그는 내가 자신을 손에 들어서 가까이 바라보는 것보다는 멀리 떨어진 땅에서 쳐다볼 때의 내 얼굴이 훨씬 희고 부드럽게 보인다고 말했다. 나를 가까이서 처음 보았을 때 나의 피부는 아주 소름끼치는 모습이었다고 하였다. 나의 피부에는 커다란 구멍들이 여러 개 나 있었으며, 수염은 산돼지의 털보다도 열 배나 거칠었다. 피부색 역시 보기 싫은 몇 개의 색깔로 합쳐진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나의 피부는 영국의 남자들 가운데에서도 고운 편이었으며, 여행을 하는 동안에도 별로 타지 않았었다.
릴리퍼트의 궁중에서 일하는 그 학자는, 어떤 귀부인은 주근깨가 많고, 어떤 부인은 입이 너무 크다고 하였다. 그리고 어떤 부인은 코가 너무 크다고 하였지만, 나는 그러한 것을 도무지 알아볼 수가 없었다.
2.
하늘을 나는 섬의 사람들은 너무나 강한 사색에 사로잡히기 때문에 발성기관이나 청각기관을 외부의 자극으로 깨우지 않으면 말을 하거나, 다른 사람의 이야기도 들을 수 없는 것 같았다. 그렇기 때문에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클라임놀’을 시종으로 거느리고 있었다. ‘클라임놀’은 머리를 두드리는 사람이었다. 그들은 머리를 두드리는 시종이 없을 경우에는 외출하거나 방문을 하지 않았다.
시종이 하는 일은 둘이나 혹은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을 때, 바람 주머니로 말하려는 사람의 입과 그 말을 들을 사람의 오른쪽 귀를 부드럽게 두드리는 것이었다. 두드려 주는 시종들은 주인이 걸을 경우에도 부지런히 따라다니면서 가끔씩 주인의 눈을 부드럽게 두드려 주었다.
주인은 언제나 사색에 잠겨 있기 때문에 절벽이 나타나면 떨어지고, 기둥마다 머리를 부딪히며, 거리에서 다른 사람을 밀치거나 혹은 다른 사람에게 밀려서 하수구로 떨어지는 위험에 아무런 대책도 가질 수 없었다.
3.
나는 국민들을 괴롭히지 않으면서도 세금을 거둘 수 있는 가장 편리하고 효과적인 방법을 찾기 위하여 논쟁을 벌이고 있는 두 사람의 교수를 만날 수 있었다. 한 교수는 자신있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였다.
세금을 거두는 가장 정당한 방법은 사악하거나 어리석은 행위에 세금을 붙이는 것이라고 하였다. 이웃에 살고 있는 사람들로 구성된 배심원에 의해 적절한 방법으로 세율을 정하면 된다는 것이다.
다른 교수의 견해는 전적으로 달랐다. 사람들은 자신에게서 가장 중요한 가치를 지녔다고 생각되는 육체나 정신의 질에 따라 세금을 매겨야 한다는 것이었다. 뛰어난 정도에 따라 세율을 적당히 결정하며, 그 결정권은 사람의 양심에 맡긴다는 것이다. 가장 많은 세금은 이성들의 사람을 가장 많이 받는 사람이 내어야 한다. 평가는 그들이 받는 사랑의 수와 성질에 따라 그 기준이 정해지며, 사랑의 수나 성질에 대해서는 자신들이 보증하도록 되어 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기지, 용기, 친절과 같은 성품도 많은 세금을 내게 되어 있으며, 자기가 소유하고 있는 성품의 양을 스스로 이야기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명예, 정의, 지혜, 학식과 같은 것은 절대로 세금을 매기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러한 것들은 아주 특수한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무도 이웃사람의 그러한 성질을 인정하려 들지 않을 것이며, 자신들에게서도 그 성질들을 값비싸게 평가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여자들은 용모의 아름다움과 옷을 입는 미적 감각에 따라 세금을 매기도록 되어있다. 여자들도 남자들처럼 자신의 평가에 따라 스스로 세율을 결정할 수 있다. 그러나 절개, 정조, 기품, 성격 같은 것에는 세금을 매기지 못한다. 여자들은 그러한 것들에 대해서 결코 세금을 내려고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4.
누구나 죽음 앞에서는 도망을 치게 마련이었다. 그러나 영원히 죽지 않는 스트럴드블럭을 언제나 만나볼 수 있는 럭낵의 사람들은 삶에 대한 집착이 그렇게 강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스트럴드블럭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시작하였다. 그들은 30세까지는 여느 사람과 다름없이 행동하며, 그 이후에는 점차 우울해지고 정기가 쇠퇴하며, 60세가 넘으면서 더욱 침울해진다고 하였다. 하지만 두 사람이나 세 사람 정도의 스트럴드블럭만이 같은 시대에 태어났기 때문에 일반적인 관찰은 할 수 없었다고 하였다.
스트럴드블럭이 60세에(이 나이는 럭낵에서 삶의 한계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이르렀을 때, 그들은 노망을 부리거나 조금씩 어리석어지며 죽지 않음으로 인하여 생기게 되는 무서운 절망을 갖게 된다. 그들은 고집이 세고, 불평을 많이 하고, 욕심이 많고, 언제나 침울하고, 허영심이 많고, 수다스럽고, 남을 사랑할 줄도 모르며, 손자보다 아랫대의 후손들에게는 어떠한 애정도 주지 않는다. 그들은 시기와 이루어질 수 없는 욕망으로 가득 차 있다.
그들이 주로 질투하는 것은 젊은 사람들의 행동과 나이 든 사람들의 죽음이었다. 젊은 사람들의 행동을 바라보면서 그들은 모든 쾌락으로부터 자신들이 제외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장례식을 볼 때마다 자신들이 갈 수 없는 영원한 안식처로 죽은 사람들이 떠나는 것을 보고 매우 한탄하였다. 그들은 젊은 시절이나 중년에 배우고 관찰한 것 이외에는 잘 기억하지 못하며, 기억한다고 할지라도 매우 불완전하다. 어떤 사건에 대한 확실한 내용을 알기 위해서는 그들의 기억력에 의존하느니 차라리 일반적인 전설에 의지하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다.
스트럴드블럭 가운데서 그래도 나은 사람은 노망이 들어서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더 많은 동정과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노망이 든 사람에게는 다른 스트럴드블럭이 가지고 있는 나쁜 성품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스트럴드블럭이 럭낵의 사람들과 결혼을 한다고 하더라도, 국가의 법률에 의해 그들은 60세가 되었을 경우 헤어지게 된다. 이것은 상당히 타당한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아무런 죄도 범하지 않았지만 스트럴드블럭으로 태어나 영원히 살도록 벌을 받은 사람들에게 아내의 짐마저 지운다는 것은 지나친 것이었기 때문이다.
스트럴드블럭이 80세에 이르게 되면 법적으로 죽은 것으로 간주된다. 그들의 상속자는 즉시 스트럴드블럭의 재산을 상속받는다. 스트럴드블럭의 생계를 위하여 작은 수입만이 남겨지게 된다. 그들은 상업이나 이윤을 위한 어떠한 것도 할 수 없고, 땅을 사거나 차용계약을 할 수도 없으며, 민사나 형사재판의 어떠한 경우에도 증인이 될 수 없다. 호수와 육지의 경계선을 정하는 일에도 증인이 될 수 없는 것이다.
90세가 되면 그들의 이와 머리털은 죄다 빠지게 된다. 음식 맛이나 식욕도 함께 없어진다. 스트럴드블럭은 자신들이 먹을 수 있는 만큼만 먹는다. 그들은 항상 병을 앓고 있지만, 그 병을 낫게 할 수도 없다. 사물의 명칭이나 사람의 이름도 쉽게 잊어버리며, 그들의 친한 친구나 가족들의 이름조차 잊어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독서하는 즐거움도 가질 수 없다. 책을 읽는다고 하더라도 중간 정도를 읽게 되면 앞의 내용을 벌써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아무런 오락도 없는 것이다.
럭낵의 언어는 항상 변화하고 있었다. 한 세대의 스트럴드블럭은 다른 세대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2백 년이 지난 다음에는 몇 마디의 일반적인 언어를 제외하고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수도 없다. 마치 외국인 같은 불편을 겪게 되는 것이다.
스트럴드블럭은 모든 사람들로부터 미움을 받는다. 스트럴드블럭이 태어나게 되면 불길한 징후로 간주한다. 그들의 생일은 아주 특별한 방법으로 기록해 둔다. 기록을 보고 나이를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천 년 이상 기록이 보존되는 일은 없었으며, 사회가 소란스러울 때 파손되기도 하였다. 그들의 나이를 알아내기 위해서 사용하는 보통의 방법은, 어떤 왕이나 인물을 기억하고 있는가 물어본 다음, 역사책을 보면 알 수 있다. 스트럴드블럭의 기억에 남아있는 마지막 국왕은, 그가 80세가 되기 이전에 즉위하였을 것이다. 가장 기분이 나빴던 광경은 그들의 늙은 모습이었다.
여자들은 남자들보다 더욱 추했다. 그들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차로 송장 같은 모습을 지니게 되는 것이었다. 스트럴드블럭의 모습에 대한 서술은 하지 않겠다. 내가 만났던 대여섯 명의 스트럴드블럭은 연령 차이가 서로 1,2백 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누가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인가는 금방 알 수 있었다.
5.
조나단 스위프트(Jonathan Swift)가 어떤 작가인가 알기 위해서는, 그의 유명한 에세이 「겸손한 제안 A Modest Proposal」을 읽어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된다.
그리하여 나는 겸손하게 제안합니다. 여기에 대하여 어떠한 반발이라도 일어나지 않기를 진정으로 바랍니다. 나와 안면이 있는 런던의 유식한 미국인 친구 한 명이 나에게 말하기를, 잘 길러진 건강한 어린아이는 한 살만 되면 찌거나, 튀기거나, 굽거나, 삶거나 간에 대단히 맛 좋고 영양 많고 몸에 좋은 음식이라고 했습니다. 어린아이는 고기요리나 야채요리에 써도 좋을 것입니다. 따라서 나는 우리 모두 심각하게 생각해 보자고 겸손하게 제안합니다. 이미 산정된 12만 명의 어린 아이 가운데 2만 명은 번식용으로 남겨두는데, 그 가운데 사내 아이는 4분의 1정도면 충분할 것입니다. 사실 이것은 우리가 양이나 소, 돼지에게 허락하는 것보다 많은 비율입니다. 어린아이는 우리 같은 야만인들이 그렇게 대단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 결혼이라는 상황의 산물인 경우가 드물 것이기 때문에, 나의 판단으로는 사내아이 하나에 여자아이 넷 정도면 충분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남은 10만 명은 한 살 정도 되었을 때, 나라 안의 지체 높은 사람들이 사가도록 경매에 붙이면 될 것입니다. 아이들의 어머니에게는 마지막 달에 충분히 젖을 빨려서 살이 포동포동하게 찌도록 충고해야 할 것입니다. 친구들을 초대한 식탁에는 아이 하나만 요리해도 두 접시가 나올 것입니다. 가족들끼리 식사를 할 때에는, 아이의 4분의 1정도만 요리해도 훌륭한 음식이 마련될 것입니다. 후추와 소금을 약간 쳐 두었다가, 특히 겨울일 경우 4일째 되는 날 삶아먹으면 아주 좋을 것입니다.
스위프트에게 있어서, 문학이란 이와 같은 아이러니로 가득 차 있는 것이다. 「겸손한 제안」은 아일랜드에서 많은 아이들이 버려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수학자나 경제학자가 하는 것처럼, 일정한 수치를 통해 이러한 사태를 예증해 보인다.
Gulliver's Travels
조나단 스위프트 Jonathan Swift
신현철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