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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젠가 유명한 북극 탐험가 페터 프로이헨의 책을 읽은 적이 있다.> 팬쇼는 그렇게 적고 있다. <북부 그린란드에서 눈보라에 갇혔던 일을 묘사한 이야기다. 그는 혼자뿐인데다 보급품도 떨어져 가는 중이어서 이글루를 짓고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렇게 여러 날이 지났다. 무엇보다도 늑대들의 공격을 받게 될까 두려워서 –굶주린 늑대들이 그의 이글루 지붕에서 먹이를 찾아 헤매는 소리가 들렸으므로- 그는 이따금씩 밖으로 나가 늑대들을 쫓을 셈으로 목청껏 노래를 부르곤 했다. 그러나 바람이 너무 심해서 아무리 큰 소리로 노래를 불러도 그의 귀에 들리는 것은 바람 소리뿐이었다. 물론 그것도 심각한 문제이기는 했지만, 그보다 훨씬 더 큰 문제는 이글루 자체에서 생겨났다. 프로이헨은 자기가 들어앉아 있는 조그만 피신처의 벽이 점점 더 좁혀 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던 것이다. 바깥의 특수한 기후 조건 때문에 그가 내뿜는 숨이 그대로 이글루 벽에 얼어붙은 탓으로, 매번 숨을 내쉴 때마다 벽은 점점 더 두꺼워지고 이글루는 그만큼 더 좁아져서 마침내 그의 몸이 들어갈 자리 말고는 공간이 거의 남지 않았다. 자기가 내쉬는 숨이 자신을 집어넣을 얼음 관이 된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무서운 일임에 틀림없다.>

Paul Auster
황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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