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출입구에는, 앞뒤로 열리고 자동적으로 닫히는, 유리로 된 문 여섯 개가 늘어서 있고, 바로 그 안쪽에 똑같은 여섯개의 문이 한 줄 더 있었던 모양이다. 공기의 유입을 줄여 건물의 실내 온도를 유지할 수 있게 만든 표준적인 설계라고 할 수 있다.
내 친구는 맨 왼쪽에 있는 바깥문의 한쪽을 밀었다. 문이 안쪽으로 열려 친구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다음 문으로 가기 전에, 딴 생각을 하며 잠시 뒤를 돌아보았다. 이때 그는 의식하지 못했지만 조금 오른쪽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다음 문을 열려고 밀었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음, 잠긴 모양이군." 하고 그 옆의 문을 밀어보았으나 마찬가지였다. 당황해서 다시 밖으로 나가려고 뒤로 돌아 들어왔던 문의 한쪽을 밀었으나 열리지 않았다. 옆의 문도 마찬가지였다. 다시 뒤로 돌아 이번에는 안쪽 문을 밀었으나 역시 열리지 않았다. 그 친구는 몹시 당황해 하며 자신이 갇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른쪽에 보니 많은 사람들이 쉽게 두 문을 지나고 있었다. 아이고, 빨리 저 사람들을 쫓아가자.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이런 문에서는, 문의 한쪽에는 문을 지탱해주는 축과 경첩이 붙어 있고 다른 쪽에는 아무것도 없다. 이 문을 열기 위해서는 아무것도 없는 쪽을 밀어야지 다른쪽은 밀어야 소용이 없다. 이 경우 디자이너는 미적 측면만을 고려했지 실용성을 무시한 것이다. 열리는 쪽을 표시해주는 어떤 선도 없고 축이나 경첩도 눈에 보이지 않는다면 일반 사람들이 어느 쪽을 밀어야 할지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내 친구는 딴 생각을 하다가 (물론 보이지 않는) 축이 있는 쪽으로 움직이고 경첩 있는 쪽을 밀었으니 밀리지 않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2.
영국 철도 회사는 철도 승객을 위해 강화유리로 대합실에 칸막이를 만들었습니다. 갈아끼우기가 무섭게 못된 놈들에 의해 깨어지곤 하였죠. 그런데 유리 대신 합판으로 바꾸고 나니, 합판이 유리보다 더 튼튼한 것도 아닌데 더 이상 파손되지 않더군요. 그 대신 이번에는 많은 사람들이 합판에 낙서를 해 더럽히는 것이었어요. 부수려는 욕구는 어느 정도 줄일 수 있게 되었지만요.
3.
동전 그림들을 제시하고 옳은 것을 고르도록 부탁했을 때 미국 대학생의 반수도 안 되는 사람만이 정답을 맞출 수 있었다. 정답률은 매우 낮으나, 학생들은 아무 어려움 없이 그 돈을 쓴다. 일상적인 장면에서 우리는 페니와 다른 미국 동전을 구별하기만 하면 되지, 같은 동전의 여러 번안들을 구별할 필요가 없다.
4.
어떤 모임에서 한 연사가 VTR의 시작 단추를 누르며 화면을 보라고 했으나 그림이 나오지 않았던 경우를 기억한다. 그녀는 기계를 이리저리 조작하다가 도움을 청했다. 한 명, 두 명, 세 명의 기술자가 와서 전원, 회로를 조심스럽게 확인했다. 청중은 조바심 내며 기다렸다. 낄낄거리기도 하며. 마침내 문제가 확인되었다. VTR에 테이프가 들어있지 않았던 것이다! 테이프가 없으니 화면이 안 나오지. 문제는 필름통의 문이 닫히기만 하면 필름이 안에 들어 있는가를 확인할 수 있는 가시적인 단서가 없다는 것이다. 나쁜 디자인이다. 평가의 간격이라는 함정에 또 다른 사용자가 빠지고 말았다.
5.
통제 스위치들을 서로 다르게 보이게 하고, 감촉도 다르도록 만들어야 한다. 핵 발전소의 통제실에 있는 비슷하게 보이는 손잡이들이 일으키는 혼란을 해결하기 위해 한 직원이 생맥주 통의 손잡이를 끼워놓았다. 비록 나중에 붙여진 것이지만, 훌륭한 디자인임에 틀림없다. 그 직원에게는 상을 줘야 할 것이다.(세미나라, 곤잘레스와 파슨스 Seminara, Gonzales, & Parsons. 1977
6.
동료가 차를 몰고 출근하던 때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한참 갔을 때, 그는 서류가방을 잊은 것을 깨닫고 차를 돌려 집으로 돌아왔다. 차를 멈추고 엔진을 끄고 손목시계를 풀었다. 안전띠가 아니라 바로 손목시계를.
7.
개심한 도둑이 그의 성공담을 이야기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여러분에게 말하지만, 내가 창 밖에 서 있는데 주인이 개에게 '시끄러워... 잠자코 있어'라고 소리치는 것을 들을 때마다 백 달러씩 번다고 가정하면 나는 백만장자가 될테죠."
8.
필자는 영국 TV 방송의 소비자 프로그램에서 빵이 너무 말라서 불이 난 토스트기에 관한 내용을 보았다. 소비자 대표들은, 사람들이 종종 빵을 꺼내려고 손가락이나 칼, 포크 등을 토스트기에 집어넣는다고 지적했다. 이것은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그리고 어떤 토스트기는 거의 위까지 열선이 노출되어 있어서 손이나 금속 식기에 쉽게 닿을 수 있다. 소비자 대표는 제조업자들이 입구 가까이에는 열선을 배치하지 말아야 한다. 주장했다. 제조업자는 그들의 토스트기가 위험하다는 것을 부인하였다. "도대체, 왜 토스트기 안에다 손이나 칼을 집어넣습니까?"라며 반문했다. 분명히 설명문에는 이를 경고하고 있다. 확실히 사람들도 그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디자이너로서는 그런 일은 상상할 수도 없어서, 이를 방지할 수 있는 디자인상의 고려를 아예 하지 않은 것이다.
이 문제를 사용자의 입장에서 고려해보자. 사람들은 토스트기 안에 빵이 끼어 있거나 타고 있으면 거기에만 신경이 가고, 꺼내야 한다는 생각에만 주의를 기울인다. 위험하다는 생각은 마음속에 떠오르지 않는다. 놀랍게도, 다음날 필자도 똑같은 일을 한 적이 있다. 토스트기에 머핀빵 두 조각을 넣었다. 몇 분 후 연기가 쏟아져 나왔다. 당황해서 신속히 토스트기 앞으로 가서 빵이 튀어나오게 하려고 했으나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재빨리 칼을 안에 집어넣어 빵을 꺼냈다. 도대체 이런 짓을 내가 햇다니!
출입구에는, 앞뒤로 열리고 자동적으로 닫히는, 유리로 된 문 여섯 개가 늘어서 있고, 바로 그 안쪽에 똑같은 여섯개의 문이 한 줄 더 있었던 모양이다. 공기의 유입을 줄여 건물의 실내 온도를 유지할 수 있게 만든 표준적인 설계라고 할 수 있다.
내 친구는 맨 왼쪽에 있는 바깥문의 한쪽을 밀었다. 문이 안쪽으로 열려 친구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다음 문으로 가기 전에, 딴 생각을 하며 잠시 뒤를 돌아보았다. 이때 그는 의식하지 못했지만 조금 오른쪽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다음 문을 열려고 밀었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음, 잠긴 모양이군." 하고 그 옆의 문을 밀어보았으나 마찬가지였다. 당황해서 다시 밖으로 나가려고 뒤로 돌아 들어왔던 문의 한쪽을 밀었으나 열리지 않았다. 옆의 문도 마찬가지였다. 다시 뒤로 돌아 이번에는 안쪽 문을 밀었으나 역시 열리지 않았다. 그 친구는 몹시 당황해 하며 자신이 갇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른쪽에 보니 많은 사람들이 쉽게 두 문을 지나고 있었다. 아이고, 빨리 저 사람들을 쫓아가자.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이런 문에서는, 문의 한쪽에는 문을 지탱해주는 축과 경첩이 붙어 있고 다른 쪽에는 아무것도 없다. 이 문을 열기 위해서는 아무것도 없는 쪽을 밀어야지 다른쪽은 밀어야 소용이 없다. 이 경우 디자이너는 미적 측면만을 고려했지 실용성을 무시한 것이다. 열리는 쪽을 표시해주는 어떤 선도 없고 축이나 경첩도 눈에 보이지 않는다면 일반 사람들이 어느 쪽을 밀어야 할지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내 친구는 딴 생각을 하다가 (물론 보이지 않는) 축이 있는 쪽으로 움직이고 경첩 있는 쪽을 밀었으니 밀리지 않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2.
영국 철도 회사는 철도 승객을 위해 강화유리로 대합실에 칸막이를 만들었습니다. 갈아끼우기가 무섭게 못된 놈들에 의해 깨어지곤 하였죠. 그런데 유리 대신 합판으로 바꾸고 나니, 합판이 유리보다 더 튼튼한 것도 아닌데 더 이상 파손되지 않더군요. 그 대신 이번에는 많은 사람들이 합판에 낙서를 해 더럽히는 것이었어요. 부수려는 욕구는 어느 정도 줄일 수 있게 되었지만요.
3.
동전 그림들을 제시하고 옳은 것을 고르도록 부탁했을 때 미국 대학생의 반수도 안 되는 사람만이 정답을 맞출 수 있었다. 정답률은 매우 낮으나, 학생들은 아무 어려움 없이 그 돈을 쓴다. 일상적인 장면에서 우리는 페니와 다른 미국 동전을 구별하기만 하면 되지, 같은 동전의 여러 번안들을 구별할 필요가 없다.
4.
어떤 모임에서 한 연사가 VTR의 시작 단추를 누르며 화면을 보라고 했으나 그림이 나오지 않았던 경우를 기억한다. 그녀는 기계를 이리저리 조작하다가 도움을 청했다. 한 명, 두 명, 세 명의 기술자가 와서 전원, 회로를 조심스럽게 확인했다. 청중은 조바심 내며 기다렸다. 낄낄거리기도 하며. 마침내 문제가 확인되었다. VTR에 테이프가 들어있지 않았던 것이다! 테이프가 없으니 화면이 안 나오지. 문제는 필름통의 문이 닫히기만 하면 필름이 안에 들어 있는가를 확인할 수 있는 가시적인 단서가 없다는 것이다. 나쁜 디자인이다. 평가의 간격이라는 함정에 또 다른 사용자가 빠지고 말았다.
5.
통제 스위치들을 서로 다르게 보이게 하고, 감촉도 다르도록 만들어야 한다. 핵 발전소의 통제실에 있는 비슷하게 보이는 손잡이들이 일으키는 혼란을 해결하기 위해 한 직원이 생맥주 통의 손잡이를 끼워놓았다. 비록 나중에 붙여진 것이지만, 훌륭한 디자인임에 틀림없다. 그 직원에게는 상을 줘야 할 것이다.(세미나라, 곤잘레스와 파슨스 Seminara, Gonzales, & Parsons. 1977
6.
동료가 차를 몰고 출근하던 때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한참 갔을 때, 그는 서류가방을 잊은 것을 깨닫고 차를 돌려 집으로 돌아왔다. 차를 멈추고 엔진을 끄고 손목시계를 풀었다. 안전띠가 아니라 바로 손목시계를.
7.
개심한 도둑이 그의 성공담을 이야기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여러분에게 말하지만, 내가 창 밖에 서 있는데 주인이 개에게 '시끄러워... 잠자코 있어'라고 소리치는 것을 들을 때마다 백 달러씩 번다고 가정하면 나는 백만장자가 될테죠."
8.
필자는 영국 TV 방송의 소비자 프로그램에서 빵이 너무 말라서 불이 난 토스트기에 관한 내용을 보았다. 소비자 대표들은, 사람들이 종종 빵을 꺼내려고 손가락이나 칼, 포크 등을 토스트기에 집어넣는다고 지적했다. 이것은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그리고 어떤 토스트기는 거의 위까지 열선이 노출되어 있어서 손이나 금속 식기에 쉽게 닿을 수 있다. 소비자 대표는 제조업자들이 입구 가까이에는 열선을 배치하지 말아야 한다. 주장했다. 제조업자는 그들의 토스트기가 위험하다는 것을 부인하였다. "도대체, 왜 토스트기 안에다 손이나 칼을 집어넣습니까?"라며 반문했다. 분명히 설명문에는 이를 경고하고 있다. 확실히 사람들도 그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디자이너로서는 그런 일은 상상할 수도 없어서, 이를 방지할 수 있는 디자인상의 고려를 아예 하지 않은 것이다.
이 문제를 사용자의 입장에서 고려해보자. 사람들은 토스트기 안에 빵이 끼어 있거나 타고 있으면 거기에만 신경이 가고, 꺼내야 한다는 생각에만 주의를 기울인다. 위험하다는 생각은 마음속에 떠오르지 않는다. 놀랍게도, 다음날 필자도 똑같은 일을 한 적이 있다. 토스트기에 머핀빵 두 조각을 넣었다. 몇 분 후 연기가 쏟아져 나왔다. 당황해서 신속히 토스트기 앞으로 가서 빵이 튀어나오게 하려고 했으나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재빨리 칼을 안에 집어넣어 빵을 꺼냈다. 도대체 이런 짓을 내가 햇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