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최근 100년간 자동차는 ‘상자형’-‘유선형’-‘쐐기형’-‘생체형’ 순으로 변해왔다. 이러한 디자인의 변천을 볼 때 디자이너들이 자동차를 디자인할 때 ‘보다 빨리’라는 목표를 항상 염두에 두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20세기의 자동차가 남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은 자동차에 스피드의 마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시점에서도 여전히 자동차의 매력을 스피드라고만 규정할 수 있을까. 일례로 요즘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RV차에 대중들이 원하는 것은 쾌적한 공간이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콤팩트 카 ‘A클래스’ 또한 상황에 맞춰 임기응변으로 활용할 수 있는 차내 공간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현상을 보면 요즘의 소비자는 자동차에 ‘스피드’가 아닌 ‘스페이스’를 요구하고 있는 듯하다. 전화나 네비게이션은 물론, 인터넷까지 결합하고자 하는 시도를 보면 지금부터는 자동차를 ‘이동 정보 공간’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는 공기저항과의 싸움을 의식한 외관뿐만이 아닌, 내부에서부터 자동차를 디자인한다는 발상의 전환이 요구될 것이다.

2.
생각해보면 트렌치코트는 원래 제1차 세계대전 때 참호용으로 만들어진 군복이었다. 발목까지 끈으로 여미는 ‘데저트 부츠’도 사막의 전쟁에서 탄생했다. 군인이 동경의 대상이었던 시대에는 군복이 패션 아이템으로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남자들이 싸우는 장소가 전쟁터에서 스타디움으로 옮겨간 지금, 유행의 흐름이 스포츠에서 시작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스포츠 슈즈가 인기를 모으는 것은 그만큼 시대가 평화롭다는 것을 반영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사카이 나오키 지음
정영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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