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통 브랜드 자체를 ‘꽃병’으로, 디자이너를 ‘꽃’으로 비유한 것은, 내가 항상 해왔던 말이다. 지금 이 순간 가장 아름다운 ‘꽃(디자이너)’을 수시로 바꿔 꽂아가며 ‘꽃병(브랜드)’을 장식하는 것, 그것이 바로 새로움을 추구하며 살아남는 전통 브랜드의 수법인 것이다.

2.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선 지금은 나노테크놀로지나 마이크로머신 분야처럼 그 자체에 생명력을 가진 섬세한 테크놀로지 기술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 새로운 테크놀로지의 기능을 제대로 디자인할 수 있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21세기의 새로운 기능미가 표현될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 일례가 바로 ‘Morph3’로 야마나카 슈운지가 디자인한 로봇이다. 이것은 단순히 인간의 모습을 모방하기만 한 휴머노이드가 아니다. 엔지니어링과 디자인의 양면을 만족시키면서 인공지능을 비롯한 다양한 기능을 로봇으로 구현하는 궁극적인 기술미의 추구라 할 수 있다.

3.
향수 개발의 기본 프로세스는 다음과 같다. 우선 향수의 콘셉트가 정해지면 조향사와 향수병 디자이너가 그것에 맞추어 동시에 작업을 진행한다. 그렇게 개발한 여러 종류의 향과 향수병 디자인이 프레젠테이션에서 발표되고, 그 중 가장 훌륭한 향과 디자인의 조합이 신제품으로 발표되는 것이다. 향과 디자인의 관계는 어디까지나 동등한 위치에 있다.

4.
브랜드의 어원은 고대 노르웨이 어인 ‘브랜드르brandr: 불에 달구어 표식을 찍는다는 뜻. 불에 달군 쇠로 낙인을 찍어 가축의 소유주를 구별하는 데서 유래한 말이다.’

5.
무엇보다 오토노미는 몸체가 교환식이기 때문에 차종에 상관없이 만들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자동차의 안전성만 확보할 수 있다면 누구라도 자유롭게 자동차를 디자인하게 될 지도 모른다. 건축가에게 자신이 살 집의 디자인을 발주하는 것처럼 미래에는 제품 디자이너에게 자가용 디자인을 의뢰하는 식으로 자동차 제작 시스템이 변하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6.
이렇듯 복잡한 디자인의 불꽃이 가능해진 이유는 제작 현장에 컴퓨터 시스템이 도입되었기 때문이다. 직접 쏘아 올리지 않아도 시뮬레이션 화면으로 제작할 수 있기 때문에 효율적이며 개발 속도도 빨라졌다. 경험과 감으로 작업하던 불꽃놀이 기술자들도 점차 CAD디자이너처럼 되고 있다고 한다.

7.
불을 붙인다는 단 하나의 기능밖에 없는 라이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하고 풍부한 디자인을 선보이는 라이터라는 존재는 제품 디자인의 진화가 기능의 진화에서만 유래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한다.

8.
공개 토론의 또 한 명의 참가자 프랭크 게리는 에코 디자인의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wiggle side chair’를 만든 인물. 종이 박스를 S자 모양으로 구부리는 과정을 몇 번이나 반복해 형태를 만들어간 이 의자는 친환경일뿐만 아니라 온순하고 부드러운 그의 인품을 그대로 드러낸다.

9.
확실히 자동차를 중심으로 하는 지금의 도시교통 시스템은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세계의 대도시는 대기오염, 교통 체증, 주차장 부족 등의 공통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리고 이 문제를 풀기 위한 해답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경전철 LTR Light Rail Transit’이다. 1990년대 이후 유럽에는 거리 중심부의 자동차 출입을 규제하고 그에 대한 대체 수단으로 경전철을 도입한 도시가 많다. 외곽에 차를 주차하고 도시 내에서는 경전철로 갈아타는 ‘Park & Ride System’이 바로 그것이다.
경전철이 등장하게 된 배경에는 ‘패스트 라이프’에서 ‘슬로 라이프’로 이행해 가는 현대 사회의 커다란 사회적 흐름이 존재한다. 도시 교통이 ‘자동차 중심’에서 ‘인간 중심’으로 변하는 과정 속에서 등장한 것이 바로 경전철인 것이다. 그리고 이 경전철은 ‘이동 수단’이라기보다는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에 가까운 ‘이동 장치’라는 의미에 더 가깝다.

10.
나이키 광고를 만들었던 미국의 광고회사 ‘Wieden & Kennedy’에는 존 제이John C.Jay 라는 크이에이티브 디렉터가 있다. 존 제이에게 광고 제작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점이 무엇이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는 이 질문에 “의사결정권자에게 직접 이야기를 듣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광고 제작 현장의 담당자가 아닌 기업의 최종결정권자와 직접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을 통해, 그 기업이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혹은 그 기업이 고민하는 문제의식이 무엇인지에 대해 함께 공감할 수 있다고 한다.

11.
바이올린, 피아노, 첼로, 베이스, 기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악기를 디지털화해 만들어진 야마하의 ‘사일런트Silent’시리즈도 대단히 인상적인 디자인이다. 연주자와 악기 간의 관계는 그대로 남겨둔 채, 음을 만들어내는 데 필요 없는 부분은 과감하게 생략한 독창적인 발상이 돋보인다. 그 덕에 사일런트 시리즈에서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결합으로 탄생한 진정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디자인을 찾아볼 수 있다.

12.
애플 컴퓨터가 일반 사용자를 위해 발매한 미디 소프트웨어 ‘Garage Band’가 바로 그것이다. 이는 자신만의 음악을 간단하게 제작, 연주 할 수 있게 한 소프트웨어로, 사용법 또한 간단하다.
앞으로의 시대에 악기로서 활용할 가능성이 가장 큰 것은 휴대전화가 아닐까. 휴대전화로 연주 혹은 작곡을 즐길 수도 있을 것이며, 음악을 배달하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친구에게 메일로 보낼 수도 있다.

사카이 나오키 지음
김향, 정영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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