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요즈음 아이들은 영상 세대라서 감성적이고 직관적이며 분별력이 없다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이런 구분은 뇌의 구조를 조사해보면 타당한 것으로 나타난다. 대뇌는 우반구와 좌반구로 나뉘어져 있다. 우뇌는 시각중추가 연결되어 있어서 시각적 판별 작용을 주로 한다. 따라서 실제 사물의 객관적 해석에 대한 형태적 분별력과 관련된 해독이 이곳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우뇌의 인식은 시각적•본능적•즉각적•감성적•직관적•총체적으로 열정과 연결되어 있는 더운 의사소통(hot communication)과 관련된다. 반면 좌뇌는 시각적 정보처리의 비형태적인 부분을 판별한다. 예를 들면 문자의 해독이 여기에 해당한다. 느린 속도로 정보를 처리하는 단점은 있으나 이성적•분석적•논리적•개념적•추상적인 영역을 담당하여 차가운 의사소통(cold communication)과 관련되어 있다. 결과적으로 영상 문화가 발달한다는 것은 우뇌의 해석 작용에 무게중심이 가는 쪽으로 변화됨을 의미한다. 문자 세대가 좌뇌적 문화라고 한다면 영상 세대는 우뇌적 문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영상 세대가 이성이 아니라 감성이 발달했다는 견해는 여기에서 온다.

2.
시뮬라크르(simulacre)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대상을 존재하는 것처럼 만들어놓은 인공물을 지칭한다. 시뮬라크르는 흉내, 모방과 혼동되기도 하는데 이것은 실수이다. 흉내를 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흉내를 낼 원래 대상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런 베끼기는 제1열, 혹은 제2열에 속하는 시뮬라크르인 전통적인 재현체계 속의 이미지이다. 시뮬라크르는 흉내낼 대상이 없는 이미지이며 이 원본 없는 이미지는 그 자체로서 현실을 대체하고 현실은 이 이미지의 지배를 받게 된다. 관람객들은 박물관이나 민속촌의 모형들을 보고 옛날 사람들이 살았던 곳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민속촌이라는 시뮬라크르가 관람객들에게 이미 그때 그곳을 상기시킨다.

3.
디자이너는 분석 활동에 필요한 여러 가지 기법들을 습득하는 한편 상황에 따라 적합한 분석 활동을 선별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디자인 분석을 통해 적절한 정보와 데이터를 얻은 다음에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기 위해 시나리오를 짜는 것 같은 종합적인 활동이 필요하게 된다. 분석과 달리 시나리오를 짜는 능력은 경험과 직관에 크게 의존한다.

4.
이야기꾼의 이 신성하고 엄숙한 시간은 문자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를 거치면서 그 초월성과 신성함을 상실하고 비공식적이고 사적인 이야기로 남게 되었다.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하는 것, 그것은 고대 그리스의 아고라 광장에서부터 18세기 커피하우스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이 수동적인 구경꾼이 아니라 적극적인 참여자로서 논의의 결과가 공동체의 사회, 문화의 영향을 미쳐왔다. 사실 텔레비전 토크쇼는 이런 측면에서 참여 유발적이고 상호작용적이며 사회공론의 장을 마련하는 이야기 공동체와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하겠다. 이 때문에 이웃과 담을 쌓고 사는 고독한 현대인들에게 토크쇼가 인기 있는 것이다.

최혜실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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