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1물결의 부 창출 시스템이 주로 키우는(growing) 것을, 제2물결이 만드는(making) 것을 기반으로 했다면, 제3물결의 부 창출 시스템은 서비스하는(serving) 것, 생각하는(thinking) 것, 아는(knowing) 것, 경험하는(experiencing) 것을 기반으로 한다.

2.
이들은 보다 유연하고 신축성 있는 조직구조를 초래하는데, 영구적 혹은 장기적인 비즈니스 조직구조에서 일회적이고 단기적인 조직 형태로의 전환이 이루어진다. 임시 점포까지 생겨난다. 예컨대 도쿄에서 회사를 운영하는 디자이너 레이 카와쿠부와 남편 에이드리언 조페는 독일 베를린에 가게를 차렸다. 그들의 주장대로라면, 1년만 영업하다가 수익이 나든 안 나든 그 후에는 문을 닫을 것이다. 이 아이디어는 패션, 영화, 음악, 연예계의 유효기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는 추세를 반영한다.

3.
과학 기술의 획기적인 발전도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정보와 생명공학의 통합이 추진되면서 기존에 수입하던 원자재와 다른 상품에 대한 필요가 줄어들게 된다. 급속하게 소형화, 맞춤화가 진행되고 원자재의 일부를 지식 콘텐츠가 대체하면서 현재 세계 경제에서 큰 몫을 차지하고 있는 부피가 큰 일용품들이 미래의 경제에서는 필요가 없을 것이다. 나노 크기의 상품들이 생겨나 몇 톤씩 원료를 선적해야 할 필요도 없어질 수 있다.
이렇게 되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그 여파는 중국의 청도로부터 로스앤젤레스, 로테르담 등 세계 주요 항구도시로 번질 것이다. 이런 현상들은 국내에서 처리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강화하며, 세계화된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떨어뜨린다.

4.
앞으로 수백 개 아니 수십만 개의 위성이 하늘에 띄워질 것이다. 알제리, 파키스타, 나이지리아는 이미 100파운드 정도 무게의 마이크로 위성을 구입했으며, 이는 종래의 위성에 소모되는 비용의 일부분으로도 카메라를 탑재하고 궤도로 이동할 수 있는 성능이다. 이런 위성을 공급하는 영국 서리 새틀라이트 테크놀로지(Surrey Satellite Technology)의 마틴 스위팅(Martin Sweeting) 교수는 10년 내에 신용카드만한 크기의 위성을 발사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크기와 비용이 축소되면서 그것들은 중소기업, NGO, 민간 단체나 개인도 이용할 수 있을 만큼 저렴해질 것이다.

5.
레스크는 결론적으로 모든 정보가 저장되면 학생들이 외우고 기억하지 않아도 될 날이 올 것이라고 말한다. 대신에 외우고 기억해 줄 기계장치를 착용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아주 흥미로운 질문이 떠오른다. 그 장치가 알츠하이머 환자들을 도와줄 수 있지 않을까? 레스크의 주장이 맞고, 인간이 정보 저장을 위한 내부 메모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장차 인간 두뇌의 어느 부분이 불필요해질 것인가? 그리고 어느 부분이 지식을 위해 계속 필요할까?

6.
남미 토착 식물이던 토마토가 16세기에 처음 유럽에 들어왔을 때는 상식을 가진 지식인들조차 토마토가 인간에게 독이 된다고 생각했다. 스웨덴의 식물학자 린네(Linnaeus)가 토마토의 무해함을 주장하기 200년 전의 일이다. 1820년에 들어서 어떤 용감무쌍한 사람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토마토 2개를 먹는 무모한 행동을 한 뒤에야 린네의 주장이 옳았음이 증명되었다.

7.
프랑스 루이 15세의 정부(情婦)로 유명했던 퐁파두르 부인의 주치의, 프랑소와 케네(Francois Quesnay)는 천재였다. 평민의 아들이었던 케네는 11살까지 글을 읽을 줄 몰랐지만 일단 배우기 시작하자 멈출 줄 몰랐고, 곧 독학으로 라틴어와 그리스어를 습득했다. 그는 잠시 조각공으로 일하다가 의대에 들어가 외과의사가 되었다. 혈관류 전문가가 된 그는 프랑스의 의학계의 최고봉이 되어 루이 14세 궁정에 입성하게 되었다. 케네는 그 후 농업 경제에 관하여 깊이 있는 연구를 했고 서양의 가장 위대한 사상가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어떤 이는 그를 소크라테스나 공자와 비교할 정도였다. 그러나 케네는 한 가지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 모든 부의 원천은 농업에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케네는 천재적인 인물이었지만 큰 그림을 보지 못했다.

8.
선 마이크로시스템스(Sun Microsystems)의 수석 과학자 빌 조이(Bill Joy)는 유전학, 로봇공학, 나노공학으로 기술의 파괴적 자기 복제가 가능해지고 그것이 폭주하면 인간을 지배할 수도 있다며 이런 과학 연구를 포기하자고 강력히 요구한다. 2030년쯤이면 컴퓨터가 인간보다 똑똑해져 자체 복제가 가능해지고 나아가 인간을 지배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9. 미국 식품의약국 잡지에 “현재 기획 구상 중인 의료기구들을 보면 마치 공상과학 작품을 읽고 있는 듯하다. 양치질할 때 혈당과 박테리아 수치를 측정하는 바이오센서 칩이 내장된 칫솔, 사람이나 사물을 기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초소형 화면이 박힌 컴퓨터 안경, 상처 부위 박테리아나 바이러스를 감지하고 항생제 투여 여부나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 알려 주는 스마트 붕대 등을 상상해 보라”는 기사가 실린 적이 있다. 그 잡지에는 에베레스트 산을 오를 때 산악인의 건강 상태를 점검할 수 있는 스마트 티셔츠와 장애인이 눈을 깜빡이거나 생각을 하면 기계를 조작할 수 있는 핸즈 프리 기구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 매거진>은 “자신의 집에서 컴퓨터단층촬영(CAT)을 하고, 변기 물을 내리면 자동으로 소변 검사가 되고, 매끼 식사 후 컴퓨터로 수명 분석이 나온다고 상상해 보라”고 말한다.

10.
프로슈머에게로 일이 전가되는 이런 변화가 확산되는 추세이다. 2002년 1,700만 미국 가정이 인터넷으로 증권거래를 했고, 4,000만 고객이 인터넷으로 여행상품을 예약했다. 미국의 인터넷 쇼핑 건수는 3억 6,000만 건에 이른다. 기업들이 노동비용을 외부로 전가하는 가운데 프로슈머들은 이런 거래를 통해 주식 중개인이 되기도 하고, 여행사 직원, 판매원이 되기도 한다.
빈틈없는 기업들은 노동을 외부로 돌리는 보다 영리한 방법들을 찾아내고 있다. 일본의 도톤보리(Dohton Bori) 레스토랑에서는 자신이 직접 가져다 먹는 단순한 뷔페 스타일을 넘어 고객이 직접 요리를 한다.

11.
디지털 도구로 인해 최소한의 기술만 가지고도 자신만의 영화, 텔레비전 쇼, 앨범, 책, 라디오 방송을 만들 수 있다. 자신만의 엔터테인먼트를 만들어 내는 일이 갑자기 무척 쉽고 저렴한 일이 되었다. 앞으로 이런 디지털 엔터테인먼트는 점점 더 확장될 것이다.

12.
지금은 투박하고 비싸지만 이런 기술(ex. rapid prototyping)을 이용하면 잉크 대신 다양한 가루나 화학물질을 담고 있는 카트리지로 더 작고, 더 값싸고, 더 다양한 모형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그 누구라도 인터넷에서 사용 설명서를 다운로드하여 데스크톱 팩토리를 만들 수 잇다는 말이다. 3D세스템즈의 머빈 러겔리(Mervyn Rudgley)는 “우리 자녀의 자녀들은 자신의 장난감을 스스로 찍어 내게 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13.
가격의 맞춤화 경향은 경매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이베이를 비롯한 여러 온라인 사이트의 엄청난 성공을 통해 재확인되고 있다. 사실 호텔 예약에서 하드웨어, 비니 베이비(Beanie Babies, 개별적 디자인으로 캐릭터의 이름과 생년월일, 메시지 등이 제각기 다른 봉제 동물 인형 시리즈. 한정 디자인, 한정 판매라는 전략 때문에 처음 5달러에 불과했던 인형 가격이 수백 달러까지 높아진 경우도 있었다-역주), 보트, 자동차, 컴퓨터, 의류에 이르기까지 전문화된 경매시장이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다. 프라이스라인(priceline)은 브랜드를 따지지 않는 구매자가 원하는 가격을 제시하면 판매자가 이들에게 다가가 이른바 역경매(reverse auction)를 통해 한걸음 더 나아갔으며 다른 형태의 전문화된 가격 결정 방식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14.
“미래의 경제는 좀 다릅니다. 아시다시피 24세기에는 돈이란 것이 없습니다.” 공상과학 영화 <스타트랙8 : 퍼스트 콘택트 Star Trek : First Contact>에 등장하는 우주선 선장 장 뤽 피카드의 말이다. 그때쯤에는 아마 자본주의라는 것도 없을 것이다. 어쩌면 2300년이 되기 훨씬 전에 자본주의가 사라질지도 모를 일이다.
자본주의의 다른 핵심 요소와 마찬가지로 돈도 수세기 만에 가장 빠르고 강력한 혁명을 경험하고 있다. 이 혁명은 지불•결제 형태와 방식을 획기적으로 뒤바꿔 놓고, 돈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비즈니스 기회를 증가시키고 있다.

15.
콸라룸푸르에 있는 아랍 말레이시안 은행은 무슬림 고객들에게 안마 시술소나 나이트클럽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카드를 발급한다. 어쩌면 적극적인 정치적 운동의 영향으로 나이키나 쉘, 갭(The Gap) 등 보이콧 대상 기업의 제품은 절대 구입할 수 없는 보이콧 카드 같은 것이 수백만 장씩 발급될지도 모른다. 혹은 남편이나 아내가 지출이 심한 배우자의 사용 한도를 정할 수 있는 카드나 부모가 자녀에게 사탕, 술, 담배 혹은 패스트푸드를 살 수 없는 카드를 주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패스트푸드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운 비만인들이 일부러 피자헛이나 타코벨(Taco Bell) 등의 패스트푸드 체인점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카드를 이용할 수도 있다. 지출을 아끼기 위해 굳게 마음먹고 1달러 이상의 현금은 가지고 다니지 않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카드도 생길 수 있다.

16.
뉴욕 주 이시카에서 최초로 시작해 이제는 수십 개 지역으로 확산된 대안 화폐 프로그램은 소비자와 상인들이 실제 화폐 대신에 전표를 이용해 임대료에서 의료비용, 극장 입장권에 이르기까지 모든 재화와 서비스를 거래할 수 있게 되었다. 또 다른 시스템은 법률학 교수인 에드거 칸이 창안한 것으로 《타임 달러》에 자세히 소개되었다. 타임 달러란 한 회원이 이웃 노인의 장보는 일을 도와준 경우, 그에 대한 서비스 봉사 점수를 쌓고, 나중에 이 점수를 이용해 다른 회원에게 자신의 아기를 돌봐달라고 부탁할 수 있는 제도이다. 이런 새로운 시도는 프로슈머의 다양한 경제적 기여에 준통화 가치를 부여하고 그 가치를 인정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17.
매년 5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B형 간염으로 사망하고 있다. 이 중 3분의 1이 아시아 사람들이다. B형 간염 보균자도 전 세계적으로 4억 명에 이른다. 한편 미국에서는 3차에 걸친 간염 예방 접종 비용이 200달러에 달하는데 이는 수백만 명의 가난한 농민들에게는 너무나 큰 비용이다.
코넬 대학 연구진은 바나나에 간염 예방 백신을 이식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 연구가 성공하면 1회 복용에 10센트 정도 비용으로 간염을 예방할 수 있다. 머지않아 B형 간염을 예방하는 백신이 함유된 토마토와 감자가 개발될 수도 있으며, 비타민 A를 강화해 빈곤 지역의 어린이들이 많이 걸리는 시력 상실을 예방하는 황금쌀도 나올 수 있다. 인도에서는 콜레라와 공수병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 강화 식품 개발을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18.
프로젝트 수행에 실패해 수백만 달러의 손해를 입힌 한 간부를 해고하겠냐는 질문에 대해 IBM의 전 회장인 토마스 왓슨은 “그를 해고한다고? 맙소사. 안돼. 나는 방금 그의 수업료를 지불했단 말이야”라고 말했다.

By Alvin Toffler and Heidi Toffler
김중웅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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