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상호협동은 분업과 교환을 통해 일어난다. 시장경제는 자발적 교환에 의한 상호협동의 체제다. 이러한 사실은 레너드 리드(Leonard Read)가 쓴 <나는 연필입니다>에 아주 잘 묘사되어 있다. 연필은 나무, 아연, 구리, 흑연 등의 복합체다. 산에서 잘 자란 삼나무를 베어 통나무 상태로 철로를 통해 제재소로 운반된다. 제재소로 운반되기까지는 톱과 트럭, 밧줄 등 수없이 많은 도구가 사용된다. 그 도구를 만드는 데도 많은 사람이 참여하고, 다양한 기술이 사용된다. 금속 광산에서 채굴된 철은 제련을 통해 톱•도끼•모터 등으로 만들어지고, 심고 가꾼 대마에서는 무겁고 튼튼한 밧줄이 만들어지며, 벌목 인부들의 노동 과정이 포함되어 있다. 벌목 인부가 먹는 한 끼의 식사에도 몇천 명의 노고가 담겨 있다. 또한 화차, 철도선로, 기차 엔진을 만든 사람들과 통신 시스템을 만들고 설치한 사람들의 작업이 포함되어 있다.
제재 작업도 마찬가지다. 우선 삼나무를 연필 길이로 자르고 연필 두께의 판자로 만든다. 그리고 판자를 가마에 넣어 건조시키고 엷게 색을 입히는데, 그 과정에서도 색감과 가마를 만드는데 여러 가지 기술이 사용된다. 뿐만 아니라 열과 빛, 동력, 벨트와 발전기 등 제재소에서 필요한 모든 요소가 담겨 있다.
연필 공장에서는 복잡한 기계가 작동하며 각각의 판자에 흑연을 붙인다. 흑연 역시 복잡하다. 흑연은 실론 섬에서 채굴된다. 흑연 광산의 광부와 그들이 사용하는 많은 도구를 만드는 사람들, 흑연이 선적될 때 사용하는 마대를 만드는 사람들, 흑연을 배에 싣는 사람들, 그리고 그 배를 만든 사람들의 작업이 포함되어 있다.
지우개를 끼우는 쇠테는 황동이다. 황동은 아연과 구리를 채굴한 사람과, 원광물로부터 반짝반짝 빛나는 황동판을 만들어낸 작업자의 노고와 기술로 만들어진다. 한편 지우개에서 지우는 성분은 ‘팩티스(factice)’라고 하는데, 이것은 고무와 비슷한 제품으로 인도네시아의 평지씨기름과 염화황을 반응시켜 만든다.
이렇듯 연필은 몇백만 명의 협동의 어느 특정인 혼자서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벌목 인부, 실론 섬의 흑연 광산 광부, 공장의 화학자나 유정의 인부 등 단 한 명도 필요치 않은 사람이 없다. 놀라운 것은 유정 인부, 화학자, 흑연 채굴자, 배와 기차와 트럭 제조자, 그리고 연필 회사 사장까지도 연필이 필요해서 일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들의 행동 동기는 연필이 아니라 자신들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물건이나 서비스이며, 그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과 자신이 보유한 작은 기술을 교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뿐이다. 경제에서의 모든 재화와 서비스는 이러한 방식으로 생산•공급된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러한 과정이 누구의 지시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분업과 교환을 통해 사회적 협동이 이루어지는 시장경제는 인간의 디자인에 의해서가 아니라 인간 행위의 결과로서 자생적으로 형성된다.
2.
더욱 흥미로운 점은 경쟁이 심해질수록 경쟁력이 커진다는 사실이다. 1990년대 초반에 가전제품 수입을 허가했을 때, 대부분은 외국 가전제품에 밀려 한국 제품이 설 땅을 잃게 될 거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나 현재 텔레비전, 세탁기, 냉장고 등의 가전제품은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성능의 향상으로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1998년 일본의 캠코더 수입을 허가했을 때도 한국산 캠코더 시장이 잠식당할 거라고 예상한 사람이 많았지만, 오히려 한국 제품의 품질이 향상됨으로써 수출이 크게 늘었다. 유통시장 개방에 있어서도 한국 유통업계가 모두 무너질지 모른다고 걱정했지만, 이마트나 롯데마트와 같은 한국 기업이 수위를 지키고 있다. 경쟁이 경쟁력을 높인다는 사실은 정부의 보호를 받아 경쟁에 덜 노출된 농업과 교육이 경쟁에 노출된 다른 산업에 비해 낙후되어 있는 현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3.
사유재산권이 경제발전에 얼마나 중요한지는 소련의 경우를 보면 알 수 있다. 소련에서는 모든 토지를 국가가 소유했고, 단지 1.2에이커(약 1,500평) 정도를 개인이 소유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래서 개인 소유의 토지 면적은 소련 전체의 3%에 불과했다. 그런데 전체 토지의 겨우 3%에 이르는 사유지에서 생산된 우유의 양이 소련 전체 우유 생산량의 3분의 1, 식육의 양은 소련 전체 생산량의 5분의 1을 차지한다는 놀라운 사실이 발견되었다.
4.
임대료 통제의 예를 보자. 임대료가 시장가격 이하로 통제되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더 많은 사람이 임대주택을 원한다. 시장가격대로라면 엄두도 못 낼 주택을 얻을 수 있는 기회이므로, 더 많은 사람이 집을 원하고 더 넓은 집을 원하게 된다. 그러나 낮은 임대료 때문에 건설에 따른 수익성이 없어지므로 신축 건물이 감소한다. 또 주택을 소유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주택을 임대하기보다 자신들이 직접 살거나, 낡은 집을 수리하지 않게 되므로 공급이 줄어든다. 따라서 전체적으로 임대주택의 공급이 수요를 충족시킬 만큼 증가하지 못한다. 결국 임대료를 시장가격보다 낮게 통제하면 임대주택의 부족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임대료 통제로 집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은 다른 방법을 이용하여 지불하려고 한다. 대기자 명단에서 우선순위를 배정받기 위해 주택 소유자에게 뇌물을 주는 것이 한 방법이다. 이와 같은 별도의 비용이 포함되어 소비자가 지불하는 실제 비용은 불법 행위가 적발될 위험의 비용까지 추가되어 자유시장에 형성된 가격보다 훨씬 높아진다. 또한 주택을 소유한 사람은 인종이나 성별 등으로 임대하려는 사람을 쉽게 차별할 수 있다. 게다가 비용 감소 측면에서 유지 및 보수에 투자하지 않게 되어 주택의 질적 저하가 초래된다. 요컨대 가난한 사람을 위한 임대료 통제는 결국 그들이 더욱 비좁고 형편없는 주택에 더 많은 임대료를 지불하며 살게 하는 결과를 낳는다.
5.
농산물 가격을 통제하는 목적은 가난한 사람들로 하여금 식료품을 싸게 구입하게 함으로써 그들의 생계를 돕기 위함이다. 그러나 농산물 가격이 통제되면 공급량이 줄어들고, 실제로 식료품을 구입하는 비용이 증가한다. 노동력이 포함된 농산물의 생산 비용을 통제된 가격이 보상하지 못할 경우에 공급량은 오히려 줄어든다. 가격 통제에 따른 인센티브의 변화로 농부들은 생산량을 줄이고, 가족을 위해 충분한 양의 농산물을 재고로 유지하게 된다. 심지어 이윤을 내지 못하는 농장을 아예 포기하고 다른 직업을 찾아 도시로 이주하는 농부도 생겨난다. 그 결과로 식료품의 공급은 더욱 줄어드는 동시에 농산물 수요자인 도시 인구가 증가하게 된다. 결국 경제적 여유가 없는 가난한 사람들은 가격이 오를 대로 오른 식료품을 구입할 수 없는 사태에 직면한다. 실제로 가격통제법을 통해 식료품의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추면 오히려 굶는 사람이 더 많아지고, 심지어 굶어 죽는 사람까지 생겨난다.
6.
일반적으로 최저임금제는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을 높여주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최저임금제는 다른 가격하한제와 마찬가지로 공급의 과잉, 즉 노동자(노동 공급)의 과잉을 야기한다. 최저임금에서 고용하려는 고용자보다 일하고자 하는 노동자가 더 많아지는 것이다. 최저임금제로 야기된 공급과잉은 바로 실업을 의미한다.
최저임금제는 주로 비숙련 노동자와 젊은이들에게 타격을 준다. 기업은 생산성에 맞는 임금을 지불하려고 하는 속성을 갖는데, 최저임금제로 임금이 높아지면 그에 걸맞은 생산성을 갖춘 노동자만을 고용하려 한다. 따라서 생산성이 낮은 비숙련 노동자와 노동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젊은이들은 고용에서 불리해진다. 그들이 미래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생산성을 높이는 기술을 습득하는 것이다. 즉 저소득층이나 기술이 없고 나이가 어린 사람들이 경제적 상황을 개선하는 최선의 방법은 직업적 경험과 현장 학습이다. 그러나 최저임금제는 비숙련 노동자와 젊은이들의 고용을 실질적으로 방해하고, 그들이 현장에서 일하며 기술을 습득할 기회마저 박탈한다.
7.
독점에 대한 오해는 커다란 실수를 불러일으킨다. 대표적으로 삼익악기의 영창악기 인수 사례를 들 수 있다. 2004년 9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삼익악기가 영창악기를 인수할 경우 업라이트 피아노(upright piano) 분야의 시장점유율이 92%에 달하게 되고, 업라이트 피아노는 전체 피아노 시장의 70%를 넘기 때문에 시장지배력을 남용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판단했고, 그 이유로 삼익악기가 취득한 영창악기의 지분 48.6%를 1년 안에 제3자에게 처분하도록 명령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12일 후에 영창악기는 부도로 처리되었다.
피아노 시장에서는 국내 피아노 회사들끼리 경쟁하는 것이 아니다. 세계 굴지의 피아노사인 일본의 야마하(Yamaha)나 독일의 슈타인바흐(Steinbach)와도 경쟁한다. 현재 미국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이 가장 높은 기업은 야마하다. 야마하가 미국 시장의 32%를 차지하고, 삼익악기와 영창악기가 각각 26%와 9%를 차지하고 있다. 삼익악기가 영창악기와 합병할 경우, 야마하나 슈타인바흐와 국내외 시장에서 보다 효과적으로 경쟁할 수 있다. 이러한 경쟁 과정이 삼익악기로하여금 신기술 개발이나 효율적 생산 구조로의 전환 등을 통한 비용 절감 노력을 하게끔 부추겨 소비자에게 이익을 가져올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합병을 막는다면 오히려 외국 기업이 야마하나 슈타인바흐에게 경쟁의 압력을 줄여주어 그들을 돕는 셈이다.
8.
정부에 의한 통화팽창은 재화에 대한 상대가격의 변화를 일으켜 시장의 가격제도를 왜곡시킴으로써 시장의 기능을 파괴한다. 그 과정은 이렇다. 정부가 정부지출을 늘리기 위해 중앙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는다. 중앙은행이 정부에게 대출한 만큼 통화량이 증가하며, 그만큼 정부의 구매력이 증가한다. 정부가 공공주택을 더 짓기 위해 그 돈을 이용하여 땅을 구매한다면, 정부의 구매로 땅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으로써 땅값이 오른다. 한편 땅 주인들은 정부에게 땅을 판 대가로 돈을 얻고, 아직 다른 물가가 오르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그 돈을 이용하여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재화와 용역을 구입할 수 있다. 그 다음으로 정부에게 땅을 판 주인들이 그 돈을 이용하여 자동차를 산다고 하면, 자동차의 수요가 증가하여 자동차 값이 오르고, 자동차를 땅 주인에게 판 기업들은 더 많은 돈을 갖게 되어 다른 사람들보다 구매력이 증가한다. 땅 주인들에게 자동차를 판 기업들은 증가한 구매력을 이용하여 컴퓨터를 구입할 수 있다. 다시 자동차기업들이 컴퓨터를 구입하면 컴퓨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여 컴퓨터의 가격이 오르고, 자동차회사에 컴퓨터를 판 기업들은 더 많은 돈을 갖게 되어 그들의 구매력이 증가한다. 그 과정이 계속되다가 새로 창출된 화폐를 최종적으로 얻는 사람은 비록 과거보다 더 많은 화폐를 보유했지만 그의 구매력은 증가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전의 과정에서 이미 모든 재화의 가격이 올라 버렸기 때문에 보다 많은 화폐를 갖게 되었다 할지라도 구매할 수 있는 재화와 서비스의 양은 그 이전과 차이가 없는 것이다.
9.
노자는 《도덕경》에서 정부의 규제가 많을수록 백성이 가난해지고, 백성이 굶주리는 것은 국가에서 세금을 많이 거두어가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는 ‘나라 다스리기를 작은 생선 굽듯이’ 하라고 했다. 그래야 국민이 잘살고 행복해진다는 것이다.
시장경제와 정부의 역할
안재욱
상호협동은 분업과 교환을 통해 일어난다. 시장경제는 자발적 교환에 의한 상호협동의 체제다. 이러한 사실은 레너드 리드(Leonard Read)가 쓴 <나는 연필입니다>에 아주 잘 묘사되어 있다. 연필은 나무, 아연, 구리, 흑연 등의 복합체다. 산에서 잘 자란 삼나무를 베어 통나무 상태로 철로를 통해 제재소로 운반된다. 제재소로 운반되기까지는 톱과 트럭, 밧줄 등 수없이 많은 도구가 사용된다. 그 도구를 만드는 데도 많은 사람이 참여하고, 다양한 기술이 사용된다. 금속 광산에서 채굴된 철은 제련을 통해 톱•도끼•모터 등으로 만들어지고, 심고 가꾼 대마에서는 무겁고 튼튼한 밧줄이 만들어지며, 벌목 인부들의 노동 과정이 포함되어 있다. 벌목 인부가 먹는 한 끼의 식사에도 몇천 명의 노고가 담겨 있다. 또한 화차, 철도선로, 기차 엔진을 만든 사람들과 통신 시스템을 만들고 설치한 사람들의 작업이 포함되어 있다.
제재 작업도 마찬가지다. 우선 삼나무를 연필 길이로 자르고 연필 두께의 판자로 만든다. 그리고 판자를 가마에 넣어 건조시키고 엷게 색을 입히는데, 그 과정에서도 색감과 가마를 만드는데 여러 가지 기술이 사용된다. 뿐만 아니라 열과 빛, 동력, 벨트와 발전기 등 제재소에서 필요한 모든 요소가 담겨 있다.
연필 공장에서는 복잡한 기계가 작동하며 각각의 판자에 흑연을 붙인다. 흑연 역시 복잡하다. 흑연은 실론 섬에서 채굴된다. 흑연 광산의 광부와 그들이 사용하는 많은 도구를 만드는 사람들, 흑연이 선적될 때 사용하는 마대를 만드는 사람들, 흑연을 배에 싣는 사람들, 그리고 그 배를 만든 사람들의 작업이 포함되어 있다.
지우개를 끼우는 쇠테는 황동이다. 황동은 아연과 구리를 채굴한 사람과, 원광물로부터 반짝반짝 빛나는 황동판을 만들어낸 작업자의 노고와 기술로 만들어진다. 한편 지우개에서 지우는 성분은 ‘팩티스(factice)’라고 하는데, 이것은 고무와 비슷한 제품으로 인도네시아의 평지씨기름과 염화황을 반응시켜 만든다.
이렇듯 연필은 몇백만 명의 협동의 어느 특정인 혼자서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벌목 인부, 실론 섬의 흑연 광산 광부, 공장의 화학자나 유정의 인부 등 단 한 명도 필요치 않은 사람이 없다. 놀라운 것은 유정 인부, 화학자, 흑연 채굴자, 배와 기차와 트럭 제조자, 그리고 연필 회사 사장까지도 연필이 필요해서 일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들의 행동 동기는 연필이 아니라 자신들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물건이나 서비스이며, 그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과 자신이 보유한 작은 기술을 교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뿐이다. 경제에서의 모든 재화와 서비스는 이러한 방식으로 생산•공급된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러한 과정이 누구의 지시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분업과 교환을 통해 사회적 협동이 이루어지는 시장경제는 인간의 디자인에 의해서가 아니라 인간 행위의 결과로서 자생적으로 형성된다.
2.
더욱 흥미로운 점은 경쟁이 심해질수록 경쟁력이 커진다는 사실이다. 1990년대 초반에 가전제품 수입을 허가했을 때, 대부분은 외국 가전제품에 밀려 한국 제품이 설 땅을 잃게 될 거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나 현재 텔레비전, 세탁기, 냉장고 등의 가전제품은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성능의 향상으로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1998년 일본의 캠코더 수입을 허가했을 때도 한국산 캠코더 시장이 잠식당할 거라고 예상한 사람이 많았지만, 오히려 한국 제품의 품질이 향상됨으로써 수출이 크게 늘었다. 유통시장 개방에 있어서도 한국 유통업계가 모두 무너질지 모른다고 걱정했지만, 이마트나 롯데마트와 같은 한국 기업이 수위를 지키고 있다. 경쟁이 경쟁력을 높인다는 사실은 정부의 보호를 받아 경쟁에 덜 노출된 농업과 교육이 경쟁에 노출된 다른 산업에 비해 낙후되어 있는 현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3.
사유재산권이 경제발전에 얼마나 중요한지는 소련의 경우를 보면 알 수 있다. 소련에서는 모든 토지를 국가가 소유했고, 단지 1.2에이커(약 1,500평) 정도를 개인이 소유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래서 개인 소유의 토지 면적은 소련 전체의 3%에 불과했다. 그런데 전체 토지의 겨우 3%에 이르는 사유지에서 생산된 우유의 양이 소련 전체 우유 생산량의 3분의 1, 식육의 양은 소련 전체 생산량의 5분의 1을 차지한다는 놀라운 사실이 발견되었다.
4.
임대료 통제의 예를 보자. 임대료가 시장가격 이하로 통제되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더 많은 사람이 임대주택을 원한다. 시장가격대로라면 엄두도 못 낼 주택을 얻을 수 있는 기회이므로, 더 많은 사람이 집을 원하고 더 넓은 집을 원하게 된다. 그러나 낮은 임대료 때문에 건설에 따른 수익성이 없어지므로 신축 건물이 감소한다. 또 주택을 소유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주택을 임대하기보다 자신들이 직접 살거나, 낡은 집을 수리하지 않게 되므로 공급이 줄어든다. 따라서 전체적으로 임대주택의 공급이 수요를 충족시킬 만큼 증가하지 못한다. 결국 임대료를 시장가격보다 낮게 통제하면 임대주택의 부족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임대료 통제로 집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은 다른 방법을 이용하여 지불하려고 한다. 대기자 명단에서 우선순위를 배정받기 위해 주택 소유자에게 뇌물을 주는 것이 한 방법이다. 이와 같은 별도의 비용이 포함되어 소비자가 지불하는 실제 비용은 불법 행위가 적발될 위험의 비용까지 추가되어 자유시장에 형성된 가격보다 훨씬 높아진다. 또한 주택을 소유한 사람은 인종이나 성별 등으로 임대하려는 사람을 쉽게 차별할 수 있다. 게다가 비용 감소 측면에서 유지 및 보수에 투자하지 않게 되어 주택의 질적 저하가 초래된다. 요컨대 가난한 사람을 위한 임대료 통제는 결국 그들이 더욱 비좁고 형편없는 주택에 더 많은 임대료를 지불하며 살게 하는 결과를 낳는다.
5.
농산물 가격을 통제하는 목적은 가난한 사람들로 하여금 식료품을 싸게 구입하게 함으로써 그들의 생계를 돕기 위함이다. 그러나 농산물 가격이 통제되면 공급량이 줄어들고, 실제로 식료품을 구입하는 비용이 증가한다. 노동력이 포함된 농산물의 생산 비용을 통제된 가격이 보상하지 못할 경우에 공급량은 오히려 줄어든다. 가격 통제에 따른 인센티브의 변화로 농부들은 생산량을 줄이고, 가족을 위해 충분한 양의 농산물을 재고로 유지하게 된다. 심지어 이윤을 내지 못하는 농장을 아예 포기하고 다른 직업을 찾아 도시로 이주하는 농부도 생겨난다. 그 결과로 식료품의 공급은 더욱 줄어드는 동시에 농산물 수요자인 도시 인구가 증가하게 된다. 결국 경제적 여유가 없는 가난한 사람들은 가격이 오를 대로 오른 식료품을 구입할 수 없는 사태에 직면한다. 실제로 가격통제법을 통해 식료품의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추면 오히려 굶는 사람이 더 많아지고, 심지어 굶어 죽는 사람까지 생겨난다.
6.
일반적으로 최저임금제는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을 높여주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최저임금제는 다른 가격하한제와 마찬가지로 공급의 과잉, 즉 노동자(노동 공급)의 과잉을 야기한다. 최저임금에서 고용하려는 고용자보다 일하고자 하는 노동자가 더 많아지는 것이다. 최저임금제로 야기된 공급과잉은 바로 실업을 의미한다.
최저임금제는 주로 비숙련 노동자와 젊은이들에게 타격을 준다. 기업은 생산성에 맞는 임금을 지불하려고 하는 속성을 갖는데, 최저임금제로 임금이 높아지면 그에 걸맞은 생산성을 갖춘 노동자만을 고용하려 한다. 따라서 생산성이 낮은 비숙련 노동자와 노동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젊은이들은 고용에서 불리해진다. 그들이 미래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생산성을 높이는 기술을 습득하는 것이다. 즉 저소득층이나 기술이 없고 나이가 어린 사람들이 경제적 상황을 개선하는 최선의 방법은 직업적 경험과 현장 학습이다. 그러나 최저임금제는 비숙련 노동자와 젊은이들의 고용을 실질적으로 방해하고, 그들이 현장에서 일하며 기술을 습득할 기회마저 박탈한다.
7.
독점에 대한 오해는 커다란 실수를 불러일으킨다. 대표적으로 삼익악기의 영창악기 인수 사례를 들 수 있다. 2004년 9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삼익악기가 영창악기를 인수할 경우 업라이트 피아노(upright piano) 분야의 시장점유율이 92%에 달하게 되고, 업라이트 피아노는 전체 피아노 시장의 70%를 넘기 때문에 시장지배력을 남용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판단했고, 그 이유로 삼익악기가 취득한 영창악기의 지분 48.6%를 1년 안에 제3자에게 처분하도록 명령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12일 후에 영창악기는 부도로 처리되었다.
피아노 시장에서는 국내 피아노 회사들끼리 경쟁하는 것이 아니다. 세계 굴지의 피아노사인 일본의 야마하(Yamaha)나 독일의 슈타인바흐(Steinbach)와도 경쟁한다. 현재 미국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이 가장 높은 기업은 야마하다. 야마하가 미국 시장의 32%를 차지하고, 삼익악기와 영창악기가 각각 26%와 9%를 차지하고 있다. 삼익악기가 영창악기와 합병할 경우, 야마하나 슈타인바흐와 국내외 시장에서 보다 효과적으로 경쟁할 수 있다. 이러한 경쟁 과정이 삼익악기로하여금 신기술 개발이나 효율적 생산 구조로의 전환 등을 통한 비용 절감 노력을 하게끔 부추겨 소비자에게 이익을 가져올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합병을 막는다면 오히려 외국 기업이 야마하나 슈타인바흐에게 경쟁의 압력을 줄여주어 그들을 돕는 셈이다.
8.
정부에 의한 통화팽창은 재화에 대한 상대가격의 변화를 일으켜 시장의 가격제도를 왜곡시킴으로써 시장의 기능을 파괴한다. 그 과정은 이렇다. 정부가 정부지출을 늘리기 위해 중앙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는다. 중앙은행이 정부에게 대출한 만큼 통화량이 증가하며, 그만큼 정부의 구매력이 증가한다. 정부가 공공주택을 더 짓기 위해 그 돈을 이용하여 땅을 구매한다면, 정부의 구매로 땅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으로써 땅값이 오른다. 한편 땅 주인들은 정부에게 땅을 판 대가로 돈을 얻고, 아직 다른 물가가 오르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그 돈을 이용하여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재화와 용역을 구입할 수 있다. 그 다음으로 정부에게 땅을 판 주인들이 그 돈을 이용하여 자동차를 산다고 하면, 자동차의 수요가 증가하여 자동차 값이 오르고, 자동차를 땅 주인에게 판 기업들은 더 많은 돈을 갖게 되어 다른 사람들보다 구매력이 증가한다. 땅 주인들에게 자동차를 판 기업들은 증가한 구매력을 이용하여 컴퓨터를 구입할 수 있다. 다시 자동차기업들이 컴퓨터를 구입하면 컴퓨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여 컴퓨터의 가격이 오르고, 자동차회사에 컴퓨터를 판 기업들은 더 많은 돈을 갖게 되어 그들의 구매력이 증가한다. 그 과정이 계속되다가 새로 창출된 화폐를 최종적으로 얻는 사람은 비록 과거보다 더 많은 화폐를 보유했지만 그의 구매력은 증가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전의 과정에서 이미 모든 재화의 가격이 올라 버렸기 때문에 보다 많은 화폐를 갖게 되었다 할지라도 구매할 수 있는 재화와 서비스의 양은 그 이전과 차이가 없는 것이다.
9.
노자는 《도덕경》에서 정부의 규제가 많을수록 백성이 가난해지고, 백성이 굶주리는 것은 국가에서 세금을 많이 거두어가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는 ‘나라 다스리기를 작은 생선 굽듯이’ 하라고 했다. 그래야 국민이 잘살고 행복해진다는 것이다.
시장경제와 정부의 역할
안재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