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는 생후 8개월이 되면 특유의 불안감을 경험하게 된다. 소아과 의사들은 그것을 <아기의 애도(哀悼)>라고 부른다. 어머니가 자기 곁을 떠날 때마다 아이는 어머니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어머니가 죽었다고 믿는 아이는 울음을 터뜨리고 심한 불안감을 드러낸다. 어머니가 돌아와도 아기는 어머니가 또 떠날 것을 걱정하며 다시 불안감에 빠진다.
 그 나이에 아기는 세상에 자기가 통제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아기의 애도>는 자기가 세계로부터 독립되어 있다는 것을 의식함으로써 생기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내>가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과 다르다는 사실은 참을 수 없는 슬픔이다. 아기는 엄마와 자기가 떼려야 뗄 수 없이 결합되어 있는 것이 아니어서, 자기 혼자 남게 될 수도 있고, 엄마 아닌 낯선 사람들 -- 아기에겐 엄마 아닌 모든사람, 경우에 따라서는 아빠,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모두 낯선 사람일 수 있다 -- 과 관계를 맺어야 할 때도 있음을 깨닫는 것이다.
 아기가 나중에 어른이 되어 노년에 이르기까지 경험하게 될 그 밖의 많은 불안 -- 고독에 대한 두려움, 소중한 존재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 적대적인 이방인과 마주칠때의 공포 따위 -- 의 대부분은 맨처음 겪는 이 고통의 연장선 위에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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