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것이 때로는 증오하는 것만큼이나 위험할 수 있다. 유럽과 북미의 자연 공원을 찾는 사람들은 새끼 사슴을 자주 만나게 된다. 어미가 먼 곳에 있지 않음에도, 그 새끼 사슴은 외롭고 쓸쓸해 보이기가 십상이다. 산보객들은 측은한 마음도 들고, 플러시 천으로 된 인형처럼 마냥 순하게만 보이는 동물에 가까이 다가서는 것이 기쁘기도 해서, 그 새끼 사슴을 쓰다듬으려고 한다. 그 손짓에는 공격적인 의도가 전혀 없고, 그렇게 사람이 다정하게 쓰다듬어 주면 새끼 사슴은 더욱 온순한 모습을 보이기까지 한다. 그런데, 그 접촉이 새끼 사슴에게는 치명적인 행위가 된다.
그 까닭은 무엇인가? 처음 몇 주 동안, 어미 사슴은 오로지 냄새를 통해서만 자기 새끼를 알아본다. 그 손길이 아무리 다정스러웠다 해도, 일단 사람의 손길이 닿고 나면 새끼 사슴의 몸에 사람 냄새가 배어든다. 별로 진하지 않아도 오염성이 강한 그 냄새는 새끼 사슴의 신분 증명서를 쓸모없게 만들어 버린다. 새끼 사슴은 가족을 다시 만나자마자 버림받는 신세가 된다. 어떤 암사슴도 다시는 그를 받아 주지 않기 때문에, 새끼 사슴은 굷어 죽는 형벌에 처해진 거나 다름이 없다.
죽음을 불러오는 그런 위험한 애정 표시를 일컬어 <밤비 신드롬> 또는 <월트 디즈니 신드롬>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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