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의 손자이자 원나라 시조인 쿠빌라이칸에 이르러 정복 면적은 훨씬 더 늘어났다. 동쪽으로 고려에서부터 서쪽 헝가리까지, 북쪽 시베리아로부터 남쪽 베트남 근방까지. 쿠빌라이칸은 만주에서 페르시아에 이르는 광대한 제국을 건설했다. 인류 역사상 첫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의 출현이다. 당시 몽골 고원 인구는 100만~200만 명이었다. 이 숫자가 중국•이슬람•유럽 사람 1억~2억 명을 정복하고 거느렸다.

2.
매일 아침 아프리카에선 가젤이 눈을 뜬다.
그는 사자보다 더 빨리 달리지 않으면 죽으리라는 것을 안다.

매일 아침 사자 또한 눈을 뜬다.
그 사자는 가장 느리게 달리는 가젤보다 빨리 달리지 않으면
굶어 죽으리라는 것을 안다.

당신이 사자이건 가젤이건 상관없이
아침에 눈을 뜨면 당신은 질주해야 한다.

3.
그 겔에서 잠을 자다 소변이 급해졌다. 하지만 겔 바깥을 사나운 개가 지키고 있어서 꼼짝할 수 없었다. 몹시 난처한 몸짓을 보였더니 주인은 두 뼘도 안 되는 끈 하나를 챙겨 개를 불렀다. 나로선 어리둥절할 수밖에. 정착민의 사고 속에서 개를 묶는 방법은 목에 올가미를 씌워 어느 한 곳에 구속시키는 것쯤이 유일하다. 한데 두 뼘도 안 되는 끈으로 어떻게 개를 붙잡아 둘 수 있을까.
그 유목민은 간단히 해결해 버렸다. 한쪽 앞다리의 무릎을 접더니 끈으로 칭칭 감아 개를 ‘절름발이’로 만들어 놓았다. 세상에, 정착민의 방식이 개의 활동 공간을 제한해 구속하는 것이라면, 유목민의 것은 시간(개의 속도)을 구속해 개의 활동력을 약화시키는 방식이었다.

4.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 근교에는 돌궐제국을 부흥시킨 명장 톤유쿠크의 비문이 있다. 당시 유목민이 겪었던 눈물 겨운 사연들을 구구절절 기록하면서 장군의 유훈을 새겨 놓았다.
“성을 쌓고 사는 자는 반드시 망할 것이며 끈임 없이 이동하는 자만이 살아 남을 것이다.”

5.
흡혈박쥐는 40시간 동안 피를 공급 받지 못하면 죽는다. 그렇게 죽어가는 동료가 곁에 있으면 이들은 자기 피를 토해 나눠 준다. 몽구스는 부모가 외출하면 집에 남아 동생들을 돌본다. 적을 보면 자기는 먹힐지언정 소리를 질러 무리를 대피시키는 땅다람쥐도 있다. 침입자를 쏘고 장렬하게 죽는 벌이나, 무리를 위해 뜨거운 사막을 돌아다니는 여왕개미들의 희생정신은 무리의 생존을 위해, 더 나아가 자기 유전자의 생존을 위해 진화한 본능이다.

6.
앨빈 토플러 ‘제3의 물결’
피터 드러커 ‘글로벌 경제’
레스터 서로우 ‘지식의 지배’
새무얼 헌팅턴 ‘문명의 충돌’

7.
개미에 번호를 붙여 촬영해 보면 100마리 가운데 실제로 열심히 일하는 개미는 15마리에 불과하다는 조사가 있다. 85마리는 일을 하지 않고 허둥대거나, 일하는 걸 지켜보는 일을 한다. 다시 일하는 15마리를 모아 번호를 붙여 두면 역시 그 중에서 15%만이 일한다. 무릇 땅에 근거해 만들어진 조직은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잘잘못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 조직이라는 것은 만들어지는 순간 그렇게 된다는 얘기다. 조직 생리상 일하는 자와 얹혀 사는 자가 있게 마련인 근대 관료 조직의 특성이 그렇다.

김종래 지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