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반 예술을 통합시키고자 바우하우스를 구상한 발터 그로피우스 Walter Gropius, 신비주의적인 사상 경향을 갓고 있었던 요하네스 이텐 Johannes Itten, 정밀한 조형 이론으로 바우하우스 활동에 명확한 지표를 제시했던 한네스 마이어 Hannes Meyer, 환원된 기본 조형요소를 기초로 삼아 신시대의 조형을 강렬하게 전개했던 모호이너지 Laszlo Moholy-Nagy, 형태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생生'의 문제로 보고 생명이 있는 것들이 형태를 이루는 힘의 원천을 탐구했던 파울 클레 Paul Klee 와 칸딘스키 Wassily Kandinsky, '바우하우스라는 무대'를 중심으로 비일상의 모더니즘을 전개했던 오스카 슐렘머 Oskar Schlemmer 등등 살펴보면 볼수록 그 속에서 다양한 개성을 발견할 수 있다.
2.
오른쪽 사진은 반 시게루가 리디자인한 화장지로, 가운데 종이 심이 사각형이고 그 위에 화장지가 감겨 있다.
이것을 휴지걸이에 걸어 사용하면 종이를 잡아당길 때 반드시 달가닥달가닥하는 저항음이 발생한다. 보통의 둥근 형태라면 가볍게 잡아당기는 것만으로도 휴지가 풀리지만 그것은 필요 이상으로 종이를 공급하는 형태이다. 화장지를 감는 종이심을 사각형으로 만듦으로써 그곳에 저항이 발생한다. 이런 완만한 저항의 발생이 곧 '자원 절약'의 기능을 발휘하기도 하지만 거기에는 자원을 절약하자는 메시지도 함께 담겨 있다. 나아가 둥근 종이 심에 감긴 화장지는 둥근 형태 때문에 운반할 때 많은 틈이 발생하지만 사각형 심은 그 틈이 경감되어 운반이나 수납할 때의 공간 절약에도 공헌하게 된다.
3.
영화 <KINO>는 영상 단편집인데 그 안에 <인간 오셀로>라는 타이틀이 잇다. 버스 정류장에서 오른쪽을 향하여 세 명의 남자가 나란히 늘어서 있다. 그곳에 찾아온 네 번째 남자. 그 남자는 왠지 반대 방향을 향하여 그 줄에 늘어선다. 선두에 서 있던 남자가 그 남자를 보고는 자신도 모르게 왼쪽으로 방향을 돌린다. 어느새 방향이 바뀐 것을 알아챈 중간의 두 남자도 천천히 왼쪽으로 방향을 전환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버스를 기다리는 순서가 반대방향으로 변해 버렸다. 인간의 심리에 작용하는 오셀로 게임과 같은 현상을 표현한 재미있는 단편 영화다.
4.
출국은 왼쪽을 향하는 여객기이고 입국은 오른쪽을 향하는 여객기 형태로 되어 있다. 이 아이디어에는 스탬프를 찍는 수속 절차에 한모금의 커뮤니케이션을 담고자 하는, 말 그대로 커뮤니케이션의 씨앗이 포함되어 있어서 그것을 접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싹을 틔운다. 달리 표현하면 이 스탬프를 접하는 사람은 미처 예기치 못한 부분을 자극받아 '앗!'하며 마음에 미세한 동요를 일으켜 결과적으로 머릿속에 작은 느낌표가 새겨질 것이다. 그것은 긍정적인 호의로 가득 찬 느낌표이리라.
만약 일본을 처음 방문하는 외국인이 하루 5만 명이라고 가정한다면 이 스탬프가 국제공항에서 사용될 경우 호감의 느낌표를 하루 5만 개 생산하는 셈이다.
5.
포장 테이프는 그러한 계획의 제1호였다. 일본의 친근한 자연을 모티브로 '남생이', '붉은 붕어', '풀'을 포장 테이프 표면에 컬러 인쇄한 것이다. 오해가 있을 수 있어 조금 더 설명을 하자면, 이것은 멋진 모양이 인쇄된 '디자인 잡화'가 아니다. 포장 테이프를 '미디어'로 바라본 발상이다. 통상의 상품은 배포되었을 때만 기념품으로서 기능 할 뿐이다. 그러나 이 포장 테이프는 실제 사용되는 시점에서 더욱 박람회의 메시지를 증식시킨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 포장 상자에 짐을 가득담아 이 테이프로 봉합하면 그 포장 상자는 박람회의 메시지로 변용된다. 이것이 유통 경로를 따라 각지로 흩어지면 다양한 사람들이 그것을 보게 될 것이다. 현재는 인터넷 시대이지만 디지털 정보만 지구를 날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물질인 화물 역시 컴퓨터의 관리 아래 엄청난 수량이 유통되고 있다. 그 화물을 박람회의 메시지로 활용하자는 발상이 '포장 테이프'이다. 테이프 하나로 서류용 봉투를 200통이나 봉할 수 있다. 즉, 하나의 상품이 200배의 효과를 만들어 낸다. 다 쓰고나면 형태도 남지 않는다. 모든 것은 메시지로 변해 버린다.
6.
최근에는 봉제 공장의 미싱도 상당 부분 컴퓨터화가 진행되어 침대 시트를 만드는 대형 자수 기계 같은 것들은 발상을 바꿔 인쇄기처럼 사용할 수 있다. 또 수량에 따라서 인쇄보다 낮은 가격으로 포스터를 제작할 수도 있다.
7.
물론 문제는 포스터나 마크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상품 디자인도 웹 디자인도 모두 마찬가지다. 단순 기능을 패키지화한 서비스는 예를 들면 간단하게 손에 들어오는 '두통약'이나 '위장약'과 같은 것이리라. 가벼운 증상이라면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본격적인 병이라면 효과가 있을 리 없다. 디자이너는 본래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를 다양한 미디어를 통한 디자인으로 치료하는 의사와 같다. 따라서 머리가 아프다고 두통약을 원하는 환자에게 간단히 그것을 손에 쥐어 주어서는 안 된다. 진찰을 해 보면 그곳에 중대한 병이 숨어 있을지 모른다. 어쩌면 수술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것을 발견하여 최선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디자이너의 역할이다. '두통약'을 파는 일에 정신이 없는 디자이너는 값싼 두통약이 등장하면 당황하고 허둥거리게 되고 만다.
8.
1세대가 갖은 고생을 하면서 곡괭이로 도로를 만들었고 2세대가 그것을 롤러로 튼튼하게 다져 포장을 끝냈으며 3세대는 그곳을 스포츠카로 쾌속 질주하였다.
4세대는 자동차로 혼잡해진 도로를 오토바이로 지그재그로 질주하거나 또는 자전거로 상쾌하게 뚫고 지나가던 세대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5세대는 이미 정체 상태에 빠진 도로를 단념하고 다시 두 다리를 사용하여 초원을 걷기 시작한다.
제반 예술을 통합시키고자 바우하우스를 구상한 발터 그로피우스 Walter Gropius, 신비주의적인 사상 경향을 갓고 있었던 요하네스 이텐 Johannes Itten, 정밀한 조형 이론으로 바우하우스 활동에 명확한 지표를 제시했던 한네스 마이어 Hannes Meyer, 환원된 기본 조형요소를 기초로 삼아 신시대의 조형을 강렬하게 전개했던 모호이너지 Laszlo Moholy-Nagy, 형태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생生'의 문제로 보고 생명이 있는 것들이 형태를 이루는 힘의 원천을 탐구했던 파울 클레 Paul Klee 와 칸딘스키 Wassily Kandinsky, '바우하우스라는 무대'를 중심으로 비일상의 모더니즘을 전개했던 오스카 슐렘머 Oskar Schlemmer 등등 살펴보면 볼수록 그 속에서 다양한 개성을 발견할 수 있다.
2.
오른쪽 사진은 반 시게루가 리디자인한 화장지로, 가운데 종이 심이 사각형이고 그 위에 화장지가 감겨 있다.
이것을 휴지걸이에 걸어 사용하면 종이를 잡아당길 때 반드시 달가닥달가닥하는 저항음이 발생한다. 보통의 둥근 형태라면 가볍게 잡아당기는 것만으로도 휴지가 풀리지만 그것은 필요 이상으로 종이를 공급하는 형태이다. 화장지를 감는 종이심을 사각형으로 만듦으로써 그곳에 저항이 발생한다. 이런 완만한 저항의 발생이 곧 '자원 절약'의 기능을 발휘하기도 하지만 거기에는 자원을 절약하자는 메시지도 함께 담겨 있다. 나아가 둥근 종이 심에 감긴 화장지는 둥근 형태 때문에 운반할 때 많은 틈이 발생하지만 사각형 심은 그 틈이 경감되어 운반이나 수납할 때의 공간 절약에도 공헌하게 된다.
3.
영화 <KINO>는 영상 단편집인데 그 안에 <인간 오셀로>라는 타이틀이 잇다. 버스 정류장에서 오른쪽을 향하여 세 명의 남자가 나란히 늘어서 있다. 그곳에 찾아온 네 번째 남자. 그 남자는 왠지 반대 방향을 향하여 그 줄에 늘어선다. 선두에 서 있던 남자가 그 남자를 보고는 자신도 모르게 왼쪽으로 방향을 돌린다. 어느새 방향이 바뀐 것을 알아챈 중간의 두 남자도 천천히 왼쪽으로 방향을 전환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버스를 기다리는 순서가 반대방향으로 변해 버렸다. 인간의 심리에 작용하는 오셀로 게임과 같은 현상을 표현한 재미있는 단편 영화다.
4.
출국은 왼쪽을 향하는 여객기이고 입국은 오른쪽을 향하는 여객기 형태로 되어 있다. 이 아이디어에는 스탬프를 찍는 수속 절차에 한모금의 커뮤니케이션을 담고자 하는, 말 그대로 커뮤니케이션의 씨앗이 포함되어 있어서 그것을 접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싹을 틔운다. 달리 표현하면 이 스탬프를 접하는 사람은 미처 예기치 못한 부분을 자극받아 '앗!'하며 마음에 미세한 동요를 일으켜 결과적으로 머릿속에 작은 느낌표가 새겨질 것이다. 그것은 긍정적인 호의로 가득 찬 느낌표이리라.
만약 일본을 처음 방문하는 외국인이 하루 5만 명이라고 가정한다면 이 스탬프가 국제공항에서 사용될 경우 호감의 느낌표를 하루 5만 개 생산하는 셈이다.
5.
포장 테이프는 그러한 계획의 제1호였다. 일본의 친근한 자연을 모티브로 '남생이', '붉은 붕어', '풀'을 포장 테이프 표면에 컬러 인쇄한 것이다. 오해가 있을 수 있어 조금 더 설명을 하자면, 이것은 멋진 모양이 인쇄된 '디자인 잡화'가 아니다. 포장 테이프를 '미디어'로 바라본 발상이다. 통상의 상품은 배포되었을 때만 기념품으로서 기능 할 뿐이다. 그러나 이 포장 테이프는 실제 사용되는 시점에서 더욱 박람회의 메시지를 증식시킨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 포장 상자에 짐을 가득담아 이 테이프로 봉합하면 그 포장 상자는 박람회의 메시지로 변용된다. 이것이 유통 경로를 따라 각지로 흩어지면 다양한 사람들이 그것을 보게 될 것이다. 현재는 인터넷 시대이지만 디지털 정보만 지구를 날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물질인 화물 역시 컴퓨터의 관리 아래 엄청난 수량이 유통되고 있다. 그 화물을 박람회의 메시지로 활용하자는 발상이 '포장 테이프'이다. 테이프 하나로 서류용 봉투를 200통이나 봉할 수 있다. 즉, 하나의 상품이 200배의 효과를 만들어 낸다. 다 쓰고나면 형태도 남지 않는다. 모든 것은 메시지로 변해 버린다.
6.
최근에는 봉제 공장의 미싱도 상당 부분 컴퓨터화가 진행되어 침대 시트를 만드는 대형 자수 기계 같은 것들은 발상을 바꿔 인쇄기처럼 사용할 수 있다. 또 수량에 따라서 인쇄보다 낮은 가격으로 포스터를 제작할 수도 있다.
7.
물론 문제는 포스터나 마크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상품 디자인도 웹 디자인도 모두 마찬가지다. 단순 기능을 패키지화한 서비스는 예를 들면 간단하게 손에 들어오는 '두통약'이나 '위장약'과 같은 것이리라. 가벼운 증상이라면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본격적인 병이라면 효과가 있을 리 없다. 디자이너는 본래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를 다양한 미디어를 통한 디자인으로 치료하는 의사와 같다. 따라서 머리가 아프다고 두통약을 원하는 환자에게 간단히 그것을 손에 쥐어 주어서는 안 된다. 진찰을 해 보면 그곳에 중대한 병이 숨어 있을지 모른다. 어쩌면 수술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것을 발견하여 최선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디자이너의 역할이다. '두통약'을 파는 일에 정신이 없는 디자이너는 값싼 두통약이 등장하면 당황하고 허둥거리게 되고 만다.
8.
1세대가 갖은 고생을 하면서 곡괭이로 도로를 만들었고 2세대가 그것을 롤러로 튼튼하게 다져 포장을 끝냈으며 3세대는 그곳을 스포츠카로 쾌속 질주하였다.
4세대는 자동차로 혼잡해진 도로를 오토바이로 지그재그로 질주하거나 또는 자전거로 상쾌하게 뚫고 지나가던 세대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5세대는 이미 정체 상태에 빠진 도로를 단념하고 다시 두 다리를 사용하여 초원을 걷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