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이 열역학 제1법칙뿐이라면 에너지가 고갈될 걱정은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석탄 한 조각을 태운다면 태우기 전과 후의 에너지 총량은 같겠지만 일부는 아황산가스와 기타 기체로 바뀌어 대기 중으로 흩어진다. 이 과정에서 사라지는 에너지는 없지만 이 석탄 한 조각을 다시 태워서 같은 일을 하게 할 수는 없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여기에 대한 설명은 열역학 제2법칙에서 찾을 수 있다. 제2법칙은 이렇게 말한다. 에너지는 한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옮겨갈 때마다 “일정액의 벌금을 낸다.” 여기서 벌금은 ‘일할 수 있는 유용한 에너지가 손실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을 가리키는 용어가 바로 엔트로피Entropy이다.

2.
엔트로피 법칙이 가장 중요해지는 순간이라면 시간을 정의할 때일 것이다. 성 아우구스티누스Saint Augustine는 이렇게 말했다. “누군가 나에게 시간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 때 나는 시간을 안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설명을 하려고 들면 나는 시간이 무엇인지 더 이상 알지 못한다.”

3.
엔트로피 법칙은 유용한 에너지의 획득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이렇게 새로 형성된 환경이 앞선 환경보다 더 열악하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그 이유는 각 단계를 지날 때마다 이 세계가 갖고 있는 유용한 에너지는 점점 줄어들기 때문이다. 세계의 전체적 무질서는 항상 증가하고, 유용한 에너지의 총량은 항상 감소한다. 인간의 생존이 유용한 에너지에 달려 있기 때문에 이것은 사람이 삶을 영위하기가 점점 힘들어진다는 것, 그리고 갈수록 열악해지는 환경 속에서 버티려면 일을 덜 하는 것이 아니라 더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열역학 환경에서는 인간의 육체만으로 늘어난 작업을 감당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인간은 적절한 수준의 생존을 유지하기 위해 더욱 복잡한 기술을 개발해야만 했던 것이다.

4.
게다가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반대로, 생존을 위해 1인당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은 효율적인 것이 아니다. 효율성이라고 하는 것이 ‘일을 줄이는 것’으로 정의된다면 말이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일이란 간단히 말해서 유용한 에너지를 써버리는 것이다. 백만 년 전과 비교할 때 오늘날 산업사회에서 우리는 당시보다 1인당 1,000배의 에너지를 ‘소비’해야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이러한 일이 근육의 힘으로써가 아니라 기계에 의해 수행된다는 이유 한 가지 때문에 현재 우리가 일을 ‘적게’ 한다는 환상에 사로잡힌다면 그것은 매우 슬픈 일이다.

5.
석탄은 또한 나무보다 캐기도 힘들고 처리하기도 어려웠다. 그리고 사용가능한 형태로 바꾸기까지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필요했다. 그 이유 역시 제2법칙에 의해 설명된다. 세계의 유용한 에너지는 끊임없이 무용한 에너지의 형태로 분산된다. 인간은 가장 먼저 손에 넣을 수 있는 에너지부터 쓰기 시작한다. 그러므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후대의 사람들은 앞선 사람들보다 더 구하기 어려운 에너지에 의존해야 하는 것이다. 나무를 베는 것보다 석탄을 캐고 처리하는 것이 더 힘들다. 유전을 개발하고 석유를 뽑아 올리는 것은 더 어렵다. 원자력 발전은 더더욱 어렵다. 리처드 윌킨슨Richard Wilkinson은 『빈곤과 진보Poverty and Progress』라는 저서에서 경제발전의 역사를 다음과 같이 고찰하고 있다.
‘경제발전 과정에서 인간은 원료와 그 원료의 추출방법을 끊임없이 바꿔야만 했다. 구하기 쉬운 원료에서 어려운 원료로 넘어감에 따라 인간은 점점 더 복잡한 처리 및 생산기술을 이용해야 했다. 가장 광범위한 생태학적 맥락에서 경제발전이란 좀더 집중적으로 자연환경을 착취하는 방법의 발전을 의미한다.’

6.
앨런 보이드Alan Boyd 전 교통장관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누군가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하자. “도시의 건물 사이로는 유독 가스가 흘러다니고, 검은 연기가 태양을 가리고, 간선도로는 여기저기 패여 있고, 안전모를 쓴 사람들이 깔려 있고, 비행기들은 착륙하지 못해서 상공에서 맴돌고, 수천 명의 사람들이 도시를 빠져나가느라 길을 가득 메우고 서로 밀치고 있다.” 전쟁에 휘말린 도시에 대한 이야기인지 교통체증의 도시 이야기인지 판단할 수가 없을 것이다.’

7.
머레이 북친Murray Bookchin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로마의 멸망은 로마의 융성에 의해 설명될 수 있다. 로마는 주변의 농촌에서 얻은 자원이 아니라 가까운 이집트, 북아프리카 등지에서 약탈한 자원을 이용해 거대제국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거대도시 로마를 유지하는 데 이용된 바로 그 방식이 로마를 멸망시킨 것이다.”
그러니까 도시팽창의 길로 들어선 순간 로마는 이미 쇠락을 시작했던 것이다. 도시가 커짐에 따라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했고 더 많은 에너지가 흘러들수록 무질서도 커졌다. 또한 무질서가 커짐에 따라 혼란을 수습하기 위한 통치기구는 더욱 비대해졌다. 이러한 과정은 무한히 계속될 수가 없었다. 군대에 의해 유지되던 에너지 공급선은 너무 가늘어져 마지막에서 군대가 더 많은 에너지를 잡아먹기 시작했다. 토양을 집중적으로 착취한 결과 농업에서도 수확체감현상이 나타났다. 노예들을 먹이고 재우는 비용도 지나치게 비싸졌다. 로마의 행정체계는 너무나 비대하고 비효율적이 되어 도저히 지탱할 수가 없었다. 결국 팽창할 대로 팽창한 이 거대도시는 안팎으로 와해되기 시작했고, 게르만 정복 후에야 에너지 평형을 회복할 수 있었다. 그 후의 로마인구는 3만 명(전성기의 로마 인구는 100만 명에 육박했다.)에 불과했다.

8.
밀도가 높은 고에너지 환경으로 인해 인간관계와 사람들 사이의 상호작용은 미묘한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맨하탄 중심가를 걷는 사람은 반경 10분 이내의 거리에서 22만 명의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이 모든 사람에게 일일이 주의를 기울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도시 사람들은 일종의 선택기법을 개발한다. 그러므로 사람 하나를 만날 때 주의를 기울이는 시간과 정도가 시골사람보다 적은 것이다. 도시사람들은 거지나 술취한 사람 같은 ‘저우선순위’ 대상은 무시해버린다. 범죄가 발생하는 장면을 목격하는 사람은 수십 명씩 되지만 경찰에 알리거나 피해자를 돕는 사람은 없다. 대도시에서 거리를 걷는 것은 달갑지 않은 접촉을 피하기 위해 인상을 쓰며 도로를 통과하는 행위가 되어버렸다. 심리적인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기 위해 대도시 사람들은 인구밀도가 낮은 농촌사람들보다 교제하는 사람의 수가 훨씬 적다. 대부분의 경우 이웃사람은 전혀 낯선 사람이다. 우리는 점점 구명보트에 탄 선원 같은 모습이 되어가고 있다. 사방을 둘러봐도 물인데 정작 마실 물은 한 방울도 없는 것이다.

9.
세계의 자원은 유한하다고 미친 듯 외치면서 미래세대의 이익을 위해 자원을 보전해야 한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은 세계 총인구에 비춰볼 때 부유한 소수에 불과하다. 풍요의 문 밖에 있는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인간다운 생활수준을 확보하는 것조차 조직적으로 방해하는 사람들도 바로 그들이다. 그들의 진정한 의도를 파악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10.
1978년 12월 『Atlantic Economic Journal』에 기고한 글에서 니콜라스 죠르제스크-레겐은 태양 에너지 접근방식에서 볼 수 있는 결함을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태양 에너지를 직접 활용하는 것과 관련하여 오늘날 제시되어 있는 방법은 모두 ‘기생적’인 것이다. 달리 말하면 오늘날의 태양 에너지 기술은 주로 화석연료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뜻이다. 집열판을 위시하여 여기 필요한 모든 장치는 태양 이외의 다른 에너지원으로 만들어진다. 그리고 다른 모든 기생생물과 마찬가지로 재생불가능한 에너지원에 의존하는 태양 에너지 기술은 ‘숙주’가 살아 있을 동안만 존재할 수 있다 ... 지상에 도달하는 태양 에너지의 집중도는 매우 낮기 때문에 이것을 수집하기 위해서는 거대한 시설이 필요하다. 이 문제는 극복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옳다. 왜냐하면 지상에 도달하는 태양 에너지의 강도는 고정된 것으로, 인간이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11.
『바가바드 기타Bhagavad-Gita(힌두교의 고전)』에 이런 말이 있다. “물질에 대해 생각하면 인간은 거기에 집착한다. 집착함으로써 갈망이 생기고 갈망함으로써 분노가 탄생한다. 분노함으로써 망상이 생기고 망상은 기억을 지워버린다. 기억을 잃으면 분별력이 없어지고 분별력이 없어지면 파멸하는 것이다.” 현대적이고 좀더 친숙한 말로 표현하면 이렇게 된다. “차가 없으면 주유소에서 줄 서기, 교통혼잡, 차량도난 따위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Jeremy Rifkin with Ted Howard
이창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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