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새로운 제품을 만들기 전에 먼저 가격표를 디자인한다." 이것은 이케아 제품에 전부 적용되는 말이다. " 3천 마르크짜리 책상을 디자인하는 것은 어떤 설계자라도 할 수 있는 일이다. 정말 훌륭한 디자인이란 기능적이고 멋진 모습이면서도 단 200유로의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는 책상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캄프라드는 <어느 가구상인의 유언장>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케아에서 새로운 제품을 구상하고 창조해 내는 이들은 스케치북이나 컴퓨터에만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직접 생산시설에 가서 확인하고 평가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그곳에서 생산 담당자와 디자이너는 어떤 기술적 가능성들이 있는지, 비용은 얼마나 발생하는지 경험할 수 있다. 그들은 생산 전문가들로부터 현재 보유하고 있는 기계와 기타 생산설비를 가지고 추가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제품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가구 제작의 다양한 형태에 따라 비용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듣게 된다. 그런 과정은 대단히 중요하다. 책상이나 장롱 혹은 서랍장의 형태나 크기를 미세하게 변화시키는 것만으로도 훨씬 값싸게 생산할 수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2.
이케아 매장에서 낮은 판매가격을 유지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은 가구를 가능한 한 작고 납작하게 포장하는 것이다. 콤팩트한 포장은 공간을 적게 차지하기 때문에 이케아는 운송비를 절감할 수 있다. 화물차 한 대, 컨테이너 하나, 화물 기차 한 량에 더 많은 가구를 실을 수 있게 된다. 그 차이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케아가 가구를 여러 부분으로 나누어 납작하고 작게 포장하지 않고 완성된 형태로 공급하려면 현재보다 약 여섯 배의 운송량이 발행하게 될 것이다. 노동 비용 역시 작고 납작한 포장의 경우 현격하게 낮아지는데, 많은 인력이 동원되어야 할 수많은 제품의 운반을 지게차로 단번에 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케아의 가구 전문가들은 더 적은 공간을 차지하면서 운송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 사이 이케아는 고객이 직접 자동차에 싣고 가져갈 수 있도록 납작하게 포장된 소파까지 판매하고 있다. 이케아의 한 여류 디자이너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화단용 물뿌리개를 개발했다. 기존의 물뿌리개와는 달리 포개 놓을 수 있어서 공간을 절약해 운반할 수 있는 제품이었다.

3.
스웨덴 예술노조의 위원장 그레고로 파울손은 1919년 ‘아름다운 일상용품’이라는 그의 저서에서 이렇게 말했다. “디자인은 그 디자인의 값을 지불할 수 있는 사람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을 위한 일이다.”

4.
이케아의 전등은 보통 음악, 화학 혹은 기상학에서 이름을 가져오는데, 오르겔, 크빈테트, 칼슐 등이다. 커튼이나 장식용 천들은 브리트와 이네즈 같은 여자아이 이름을 갖는다. 의자와 책상은 브로르, 알렉산더, 올레 같은 남자아이 이름을 사용한다. 부엌용품과 생활용품들에는 스웨덴 동사를 사용한다. 가령 나무 절굿공이에는 크로사(빻다)라는 이름을, 다리미판에는 프레사(누르다)라는 이름을 붙인다. 물론 모든 이름이 스웨덴어는 아니다. 예를 들면 침대와 옷장의 이름은 종종 노르웨이의 지명에서 따온다. 식탁과 식탁의자에는 핀란드 이름을 붙이고, 카펫은 덴마크의 마을이나 도시이름을 사용한다. 이런 이름들은 이케아 고객에게 독특한 매력을 풍기며, 이름 자체만으로 구매의 기쁨을 누리게 된다. “레크스비크와 레크달, 트레블리그, 스누티그, 드로펜, 플림릭 같은 물건을 사들고 간 사람은 가구를 조립하기도 전에 벌써 크게 웃기 마련이다.”

5.
독일 고객들은 1974년 배포된 첫 번째 이케아 카탈로그에서 이미 이런 글을 볼 수 있었다. 거기에는 상당히 대담하고 과격한 문구도 함께 적혀 있었다. “글자를 읽을 수 있다면 우리의 조립설명서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케아에서 고객들은 스스로 포장하고 조립해야 했다. 다시 말해 생산과정의 일부를 맡게 된 것이다. 디자인 전문가 베른트 폴스터는 이케아의 성공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케아의 비결은 처음부터 합리화에 있었습니다. 이케아는 생산에서만이 아니라, 운영과 판매에 이르기까지 합리화의 비결을 일관되게 적용했습니다. 컨베이어 벨트를 거실까지 연장한 것입니다.”

6.
많은 이케아 고객들은 이케아에 대해 미움과 애정을 동시에 느낀다. 이케아는 고객들에게 일종의 초등학교 같은 곳이다. 그곳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은 살아가면서 힘들이지 않고는 아무 것도 얻을 게 없다는 사실이다. 요리 전문가 볼프람 지벡은 주간지 <디 차이트>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번은 이케아에서 작은 책상을 사서 조립했습니다. 꼬박 이틀 낮, 이틀 밤이 걸렸습니다. 그 사이에 체중 2킬로그램을 잃었고, 아내의 신뢰를 잃었고, 아이들의 존경심을 잃었습니다.”

7.
종종 이케아는 스스로 자체 베스트셀러의 저가형 버전을 출시하기도 하는데 이케아의 성공에 편승하려는 경쟁자를 완전히 따돌리기 위해서이다. 3단 서랍장 말름은 독일에서 49유로 95센트로 판매되고 있다. 그런데 그것과 거의 같은 모습의 쿨렌 서랍장은 29유로 95센트에 판매되고 있다. 둘 사이의 차이는 말름이 8센티미터 속이 더 깊은데다 무늬목을 사용했으며 슬라이딩 서랍이 달려 있는 반면, 쿨렌은 파티클보드와 플라스틱으로 제작되었다는 점이다. 쿨렌은 다른 업체의 저가 제품에 맞서서 말름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그와 같은 이유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클리판 소파는 2006년 클로보라는 이름의 작은 동생을 얻게 되었고, 사진틀 리바는 값이 더욱 저렴한 라블라를 보충 병력으로 지원받았다.

뤼디거 융블루트
배인섭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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