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과 같은 방대한 커뮤니케이션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공급 과잉에 대한 방어 수단으로서, 주어지는 정보량의 상당 부분을 정화시켜 이전의 지식이나 경험에 부합되는 정보만을 수용하는 경향이 있다.
지금까지 광고를 통해 사람들의 생각을 바꿔 보려는 시도에 얼마나 많은 돈이 허비되었던가. 일단 어떤 생각이 머릿속에 자리잡게 되면 그것을 바꾸기란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더욱이 광고와 같은 미약한 힘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 얘기로 나를 혼란스럽게 하지 마. 내 마음은 이미 정해졌어.” 이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이다.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은 자신이 모르는 얘기는 잠자코 들을 수 있다(바로 이것이 ‘뉴스’가 효과적인 광고 방법에 속하는 이유다). 그러나 자신이 틀렸다는 말에는 참으려 하지 않는다. 마인드를 바꾸려는 광고가 불행으로 직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
극도로 단순화한 메시지에 대한 포지셔닝 컨셉은 이후 우리의 ‘한 단어 주입’이론으로 발전했다. 그에 따라 볼보(Volvo)는 ‘safety’를, BMW는 ‘driving(주행감)’을, 페덱스(FedEx)는 ‘overnight’을, 크레스트(Crest)는 ‘cavities(구강)’를 주입했다.

3.
‘각인학습(태어나서 바로 몸에 익히는 학습)’ 이란 용어가 있다. 갓 태어난 동물이 그 어미와 처음으로 마나 어미의 특징을 몸에 기억하는 것을 가리키는 생물학 용어다. 새끼가 자신의 기억 속에 어미의 특징을 잊지 않도록 고정시키는 데는 불과 수초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이 각인 학습 덕분에(사람들의 눈에는 오리들이 다 똑같아 보일지 모르나) 태어난 지 하루밖에 안 된 오리새끼일지라도 여러 오리들 가운데서 어김없이 자기의 어미를 분간해낸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언제나 올바르게 진행되는 것만은 아니다. 만약에 각인 과정에서 생김새가 전혀 다른 개나 고양이 또는 사람과 같은 다른 종족을 처음 만난 오리는 그 대체물을 자기의 진짜 어미로 여기게 되기 때문이다.

4.
광고를 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업계에서 최고의 상품을 선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은 첫번째가 되는 것이다.
연애는 두번째가 오히려 멋질지도 모르지만 어느 누구도 북대서양을 두번째로 단독 비행한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 어쩌면 두번째 사람이 더 뛰어난 비행사였는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물론 두번째나 세번째, 혹은 203번째란 문제에 대처하는 포지셔닝전략도 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할 것은 첫번째로 인식될 수 있는 방법을 먼저 찾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큰 연못 속의 작은 고기가 되는 것보다 작은 연못 속의 큰 고기가 되는 것이 (그리고 그 후 연못의 크기를 넓혀나가는 편이) 더 낫기 때문이다.

5.
시장에 새로운 상품 영역을 도입하고자 하는 광고주는 반드시 소비자들의 마인드에 새로운 사다리를 설치해야 한다. 이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새로운 상품 영역을 기존의 상품 영역과 대응하여 포지셔닝시켜야 한다. 제품의 무엇이 새롭고 어떤 점이 다른가에 대해서 기존의 것과 관련되지 않는 한, 소비자의 마인드가 그에 대해 이해할 여지를 갖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상품을 출시하는 경우, 그 상품이 어떠어떠하다는 점을 말하기보다는 그 상품이 어떠어떠하지 않다는 점을 호소하는 게 때로는 더 큰 효과를 발휘한다. 예를 들어, 최초의 자동차는 ‘말(馬)이 없는’ 마차라는 컨셉을 제시했다. 기존의 수송 형태에 대항하는 포지셔닝 전략을 썼고 그러한 전략이 먹혀들었다는 얘기다.

6.
코카콜라의 고전적인 광고 캠페인, ‘진품(The real thing)’은 모든 리더들이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전략이다.
리더 포지션을 확보하는 기본적 요소는 잠재 고객의 마인드에 가장 먼저 침투하는 것이고, 그 포지션을 계속 유지하기 위한 기본적 요소는 고유의 컨셉을 강화하는 것이다. 그 기준에 의해 다른 모든 것들이 판단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렇게 하면 다른 모든 브랜드는 ‘진품’의 모조품이 되는 셈이다.
이는 “우리가 1위입니다”라고 계속 말하는 것과는 다르다. 일반적으로 최대 브랜드가 최대 판매고를 올리는 까닭은 값이 싸거나 혹은 구입하기 쉽다는 등의 이유를 지녔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품’과 같은 것은 마치 첫사랑과도 같아서 소비자의 마인드에서 언제나 특별한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우리가 그 제품을 발명했습니다.” 제록스 복사기를 뒷받침해주던 강력한 동기부여 요인이었다. 폴라로이드 카메라의 경우도 그랬고 지포 라이터 역시 마찬가지였다.

7.
향수를 예로 들어보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향수야말로 브랜드가 섬세하고 여성적일수록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세계에서 가장 잘 팔리는 향수 브랜드는 무엇일까? 알피지(Arpege) 아니면 샤넬 파이브(Chanel No.5)라고? 천만에 말씀. 레브론의 ‘찰리’다. 팬티 차림의 남성 모델을 광고에 쓰면서 남성적인 이름을 붙인 최초의 브랜드였다. 찰리의 성공은 향수 같은 상품 영역에 역설적인 면이 존재함을 입증한다. 업계의 대부분이 한 방향(여성적인 브랜드명)으로 치달을 때, 진정한 기회는 그 반대편(남성적인 브랜드명)에 있기도 한 것이다.
연령도 유용한 포지셔닝 전략 가운데 하나다. 제리톨 강장제는 노인 연령층을 대상으로 삼아 성공한 좋은 예다. 시간도 포지셔닝 전략이 될 잠재적 가능성을 지녔다. 최초의 밤 시간용 감기 치료약 나이퀼(Nyquil)이 좋은 예다. 유통에도 가능성이 있다. 레그스(L’eggs)는 슈퍼마켓과 아울렛 등에 유통된 최초의 양말 브랜드다. 이제 레그스는 리더 브랜드가 되어 수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또하나의 가능성은 대량 이용자 포지션에 있다. “한 잔 이상 마실 때 꼭 맞는 맥주”라는 메시지는 셰이퍼를 맥주 애호가를 위한 브랜드로 포지셔닝시켰다.

8.
포지셔닝은 단순한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을 위한 게임이 아니다. 화이트 위스키가 병에 담긴 것으로는 처음이었는지 몰라도, 중요한 소비자 마인드에서는 ‘최초’가 아니었다. 위스키란 것은 마인드에 이미 브라운, 즉 갈색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어떻게 하얀 위스키를 마시지?” 이것이 소비자가 갖는 생각이었다. 결국 화이트 위스키 프로스트 8/80은 최초의 하얀 맥주였던 밀러 클리어나 최초의 하얀 콜라였던 크리스탈 펩시와 똑같은 전철을 밟았다. 맥주는 옅은 갈색이고 콜라는 진한 홍갈색이다. 마인드에 있는 이러한 색깔을 바꾸려 하는 것은 깊이 뿌리 박힌 인식을 바꾸려는 노력과 다를 바 없다. 그런 인식은 여간해선 바뀌지 않는 것이다. 요즈음 하인즈(Heinz)가 녹색 케첩을 도입하려는 모양이다. 마인드에 있는 케첩은 빨간색인데 말이다.
한 정치가는 이렇게 말했다. “만약에 그것이 오리를 닮았고, 오리같이 걷는다면 나는 그것을 오리라고 부른다.”

9.
비커에 든 일산화이수소를 강제로 마시게 하면 누구나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내겠지만, 컵에 담은 물을 준다면 아마 기분 좋게 마실 것이다. 바로 그것이다. 미각에는 차이가 없다. 차이는 마인드에 있는 것이다.

10.
애틀랜타(코카콜라 본사 소재지) 사람들은 코카콜라를 청량음료로 보지 않는다. 제조자의 입장에서 보면 코카콜라는 기업이며, 브랜드명이고, 하나의 조직이며, 커다란 작업장이다. 그러나 소비자에게 코카콜라는 달고 검은 탄산 음료일 뿐이다. 유리잔에 따른 것이 코카콜라이지, 코카콜라라고 불리는 회사가 만든 콜라 음료가 아닌 것이다.
만약에 코카콜라를 구할 수 없다면, 또는 다른 브랜드가 매우 저렴하다면, 소비자는 다른 제품을 살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경우에도 코카콜라는 소비자의 마인드에 여전히 확고한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11.
예상 매출 : 시장의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상품에는 기업명을 붙여서는 안 된다. 규모가 작은 상품에는 괜찮다.
경쟁 : ‘진공’광도 같은 경쟁 공간에 들어갈 때는 브랜드에 기업명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혼잡하고 붐비는 경쟁 공간에 들어갈 때에만 사용해야 한다.
광고 지원 : 광고 예산을 많이 잡은 브랜드에는 기업명을 써서는 안 된다. 예산이 적은 브랜드에 써야 한다.
중요성 : 혁신적인 제품에는 기업명을 써서는 안 된다. 화학제품과 같은 일상 용품에 써야 한다.
유통 : 진열대에 놓고 판매하는 품목에는 기업명을 써서는 안 된다. 판매 대리점을 통해 판매하는 품목에 써야 한다.

12.
두 종류의 사람이 직업을 얻고자 찾아왔다고 하자. 한사람은 자기의 전문성에 대해 자신만만하다. “귀사에는 정말 제가 필요합니다. 귀사에 취약한 부분이 바로 제 전문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또 한 사람은 정반대의 유형이다. “저의 전문 분야에서 귀사는 매우 강합니다. 귀사의 성과는 정말 뛰어납니다. 저는 최고와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어느 유형이 직장을 얻기 쉬울까? 물론 후자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경영진들은 전자를 더 자주 만나게 된다. 전문가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 높은 직위와 거기에 걸맞은 급료를 바라는 사람들 말이다.

13.
그의 이름은 레이 크록(Ray Kroc)이었다. 그는 이미 중년을 넘긴 나이였고, 아무 데서도 인정받지 못하는 실패자였다. 그러다가 마침내 그의 인생을 바꿔준 두 형제를 만나게 되었다. 그 형제들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었으나 신념이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의 아이디어와 함께 자기들의 이름까지 헐값에 크록에게 넘겼다. 그 후 레이 크록은 미국 최고의 갑부 가운데 한 사람이 되었다.
그 형제는 누구였을까? 맥도널드 형제였다. 앞으로 맥도널드 햄버거를 먹을 때는, 맥도널드 체인을 성공으로 이끈 것은 한 아웃사이더의 비전과 용기 그리고 인내였음을 기억해주길 바란다. 맥도널드라는 이름을 가진 형제가 이룩한 일이 아니었다.

잭 트라우트. 앨 리스 지음
안진환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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