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로자노-햄머의 최근 프로젝트 역시 교환에 관한 것이다. 2005년 멕시코시티의 시케이로스 공공미술관 엘쿠보에 전시된 그의 작품 <SUBTITLED PUBLIC>은 관람객을 컴퓨터 적외선 감시시스템으로 추적하는 텅 빈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설치예술 안으로 들어온 사람들 몸 위에 문자가 투사되는데, 이는 3인칭 주어 형식에 맞게 변형된 부제로 사람들이 어디를 가든 따라다니게 된다. 자기 몸에 투사된 부제를 떼어내려면 다른 사람과 접촉해야 하는데, 이때 접촉한 사람과 그 단어를 교환하게 된다. 이 작품은 감시시스템이 각각의 인종을 추적하여 고정관념을 심어주는 것에 대한 훌륭한 비판이며, 더 넓은 의미로 보면 개인을 소비자로 ‘테마화’ 혹은 ‘브랜드화’하는 기술적 진보에 의한 개인화를 비판하는 것이다.

2.
2002년 베니스건축비엔날레의 스위스관을 위해 제작된 <HORMONIUM>에는 플렉시 유리바닥과 형광 UV관이 장착되었으며 산소 농도를 14%로 낮추어 비행기 탑승 때와 비슷한 행복감을 느낄 수 있게 하였다. 미술가 장-뤽 빌무트와 작업한 <HYDRACAFE>는 이중으로 수분을 공급하는 형태를 취하였다. 즉, 음료수를 마시는 것은 물론 환경을 습하게 하여 공공공간의 에어컨 사용개념에 정면으로 맞섰다. 지붕에는 물받이를, 바닥에는 초음파장치를 설치함으로써 습한 구역과 건조한 구역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였다. <MELATONIN ROOM>은 신체와 공간 사이의 관계를 밝히는 시도였다. 이 작품 역시 두 가지 인위적인 기후가 번갈아가며 재현된다. 전자파를 통해 신체의 세로토닌 생성을 억제하면 물리적•화학적으로 매우 흥분되고 고무적인 기분이 된다. 반면 자외선을 통해 세로토닌 생성을 촉진하면 나른한 느낌을 갖게 된다.

3.
이 프로젝트는 개인의 거주공간으로서 주택개념을 다른 도시에 있는 집들을 연결하는 개념으로 확장하는 통신시스템이라는 점에서 독특하다. <REMOTEHOME>은 동시에 서로 다른 두 지역에 존재하는 하나의 아파트인데 이곳의 바닥공간은 디지털네트워크를 통해 꿰매어 합쳐져 두 도시에 나누어져 있다. <REMOTEHOME>은 생활문화의 변화와 멀리 떨어진 두 곳의 관계증진에 대응하여 반응한다. 휴대폰과 메시지 전송을 포함한 통신미디어 기술이 거리를 뛰어넘는 새로운 우정과 친밀감의 공유수단을 제공하고 있지만, <REMOTEHOME>은 실시간으로 매개되는 의사소통이 우리 일상생활과 우리가 사는 공간, 우리가 사용하는 가구, 그리고 우리가 아끼는 물건의 일부가 된다면 어떻게 될 것인지 묻는다.

루시 불리반트
태영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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