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적 아름다움은 장식적으로 꾸미려는 뉘앙스나 표현 대신 물건의 기능에만 관심을 집중하는, 그런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물건을 만드는 사람의 자기 표현도 배제되죠. 기능에만 집중함으로써 물건과 그 용도에 결부시킬 수 있는 그 어떤 감정도 제거되는 거예요. 그렇게 해서 물건은 그 기능을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죠. 이것은 마치 사람들이 진지하게 일에 몰두하고 자신의 특정 역할에 집중하다 보면, 보이지 않지만 끈끈한 관계가 다져져서 존경을 받는 것과 같습니다. 사물도 마찬가지예요. 기능에 집중하고 감정을 자제하면, 사물과의 관계는 더욱 흥미로워지고, 사물에 대해 친근감이 형성됩니다. 어찌 보면, 이는 특정 물건이 겸손하고 자기를 내세우지는 않지만 기능 면에서 완전무결한 경우죠. 서로가 아첨하지 않고 단도직입적인 관계가 일본 미의식의 기반입니다. 한편 기능에 초점을 맞추면 물건을 여러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손가락으로 잡도록 고무 손잡이에 네 개의 홈이 파인 망치보다, 단순하고 사용하기 쉬운 원형 나무 손잡이가 달린 망치가 나중에는 손에 더 편해집니다. 사용하다 보면 손잡이 형태가 차츰 변하니까요. 이런 망치는 상당히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어 어떤 종류의 못이든 망치질을 할 수 있어요. 망치와 마찬가지로, 생긴 모양만 가지고 “보세요, 전 사용하기 쉬워요.”라고 광고하지 않는 제품들이 있어요. 슈퍼노멀은 바로 그 단순하고 간결한 상징적인 망치를 가리킵니다.
후카사와 나오토, 재스퍼 모리슨
박영춘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