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수행적이라는 것은, 말이나 말 행위의 의미는 그것이 가리키려는 바와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의 효과를 통해 생산된다는 것을 일컫는다. 이를테면 “A는 여자다”,”B는 흑인이다”라는 진술을 그 A와 B가 여자, 흑인에 대응한다는 것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그런 진술을 통해 여자, 흑인이란 정체성을 ‘선언’하고 ‘공표’하며 ‘제정’한다는 것 등을 가리킨다. 이를테면 언어학에서 흔히 수행사the performative라고 하는 것을 설명하며 드는 예는 “이제부터 당신들은 부부임을 선언합니다”라든가 “지금부터 이 배를 한바다호라 명명합니다”같은 것이다. 물론 이 말들은 무엇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어떤 효과를 생산한다. 다하고 선언하며 강요한다. 그것은 말을 지시 관계 속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효과라는 측면에서 인식하는 것이다.

2.
포스터는 소설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세 가지 답변이 있을 수 있다면서 그에 관한 각각의 답을 내놓는다. 하나는 “잘 모르겠으나 소설은 그저 소설이죠”라고 말하는 농부나 버스 운전수의 답변. 그리고 두 번째 답변은 “나는 얘기를 좋아하지. 소설이란 얘기 아닌가. 예술 따윈 아무래도 좋으니 내겐, 아주 나쁜 취미지만, 얘기면 족하오. 얘기는 얘기다워야 하니까. 마누라도 똑같아요”라는 골프장에나 다니는 사람의 말. 마지막 세 번째는 포스터 자신의 답변인 “그렇지요. 암, 그렇지요. 소설은 얘기를 해주죠”라는 말.
세 가지 모두 소설을 이야기라고 말하지만 각자 다른 지향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첫 번째 답변을 내놓는 사람은 제가 그간 읽고 들은 소설을 두고 그저 소설은 이야기이지 않겠느냐고 겸손히 말한다. 두 번째 답변은 물론 그와 딴판이다. 소설은 그저 이야기일 뿐이라고, 그게 다라고 확언한다. 세 번째는 물론 소설은 이야기지만이라며 말끝을 흐린다. 소설이 이야기라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에서 떼어내기 어려운 어떤 잉여가 있다고 말하는 듯하다.
포스터는 첫 번째 부류의 사람을 존경하고 그들에게 찬사를 보내지만 두 번째 부류의 사람들이 싫을 뿐 아니라 두렵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리고 세 번째는 바로 자신이라고 고백한다.
물론 이 이야기를 디자인에 빗대어 보는 게 그렇게 억지는 아닐 것이다. 우리는 첫 번째 부류를 디자인을 소비하는 평범한 사람들이라고 가정할 수 있다. 이를테면 제품의 쓰임새와 겉모습을 들여다보면 디자인이란 그런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
두 번째 부류는 흔히 ‘트렌드세터’나 ‘얼리어답터’로 자처하는 중간 계급 상층에 속한 사람들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들은 장황하고 요란스럽게, 누가 언제 만들었으며 어떤 유파와 경향에서 나온 작품인지 역설할 것이다. 좀 더 뻔뻔하다면 그것이 얼마나 비싼지를 덧붙이는 것 역시 잊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어쩌면 디자인은 디자인이지만 언제나 그 이상의 것이 또한 그 안에 있다고 믿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글쎄요, 그런 게 다 디자인인 것은 맞지요”라고 말끝을 흐리는 사람들. 나는 디자인을 생각할 때 바로 그 세 번째 편에 서고 싶다. 디자이너 문화에 깊은 관심을 가진 소비자이자 학자로서 말이다. 그때 내가 생각하는 것은 포스터가 말했다고 김윤식이 전하는 그것, “멜로디라든가 진리의 인식 같은 것”에 해당되는 무엇, 그 잉여를 기대하고 예상하는 자세이자 시점이다.

서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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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적 아름다움은 장식적으로 꾸미려는 뉘앙스나 표현 대신 물건의 기능에만 관심을 집중하는, 그런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물건을 만드는 사람의 자기 표현도 배제되죠. 기능에만 집중함으로써 물건과 그 용도에 결부시킬 수 있는 그 어떤 감정도 제거되는 거예요. 그렇게 해서 물건은 그 기능을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죠. 이것은 마치 사람들이 진지하게 일에 몰두하고 자신의 특정 역할에 집중하다 보면, 보이지 않지만 끈끈한 관계가 다져져서 존경을 받는 것과 같습니다. 사물도 마찬가지예요. 기능에 집중하고 감정을 자제하면, 사물과의 관계는 더욱 흥미로워지고, 사물에 대해 친근감이 형성됩니다. 어찌 보면, 이는 특정 물건이 겸손하고 자기를 내세우지는 않지만 기능 면에서 완전무결한 경우죠. 서로가 아첨하지 않고 단도직입적인 관계가 일본 미의식의 기반입니다. 한편 기능에 초점을 맞추면 물건을 여러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손가락으로 잡도록 고무 손잡이에 네 개의 홈이 파인 망치보다, 단순하고 사용하기 쉬운 원형 나무 손잡이가 달린 망치가 나중에는 손에 더 편해집니다. 사용하다 보면 손잡이 형태가 차츰 변하니까요. 이런 망치는 상당히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어 어떤 종류의 못이든 망치질을 할 수 있어요. 망치와 마찬가지로, 생긴 모양만 가지고 “보세요, 전 사용하기 쉬워요.”라고 광고하지 않는 제품들이 있어요. 슈퍼노멀은 바로 그 단순하고 간결한 상징적인 망치를 가리킵니다.

후카사와 나오토, 재스퍼 모리슨
박영춘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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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어떤 식품 광고들은 맛을 홍보하기보다 과학적인 이미지로 믿음을 유도한다. 때로는 원소기호의 나열로, 때로는 실험실의 하얀 가운을 입은 과학자의 모습을 오버랩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침대는 가구가 아니라 과학'이라는 침대회사의 광고를 들어온 어린이가 '다음 중 가구가 아닌 것은?'이라는 학교 시험에서 침대를 답으로 골랐다는 일화는 과학의 이미지가 얼마나 우리 삶의 공간에서 추앙되고 있는지에 대한 우울하지만 명확한 사례일 수 있다.

'이것은 의자가 아니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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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릴리퍼트에 있는 작은 사람들의 살결이 이 세상에서 가장 희고 아름답게 보였던 일이 생각난다. 나와 친근하게 지내던 릴리퍼트의 학자에게 이러한 이야기를 하였을 때, 그는 내가 자신을 손에 들어서 가까이 바라보는 것보다는 멀리 떨어진 땅에서 쳐다볼 때의 내 얼굴이 훨씬 희고 부드럽게 보인다고 말했다. 나를 가까이서 처음 보았을 때 나의 피부는 아주 소름끼치는 모습이었다고 하였다. 나의 피부에는 커다란 구멍들이 여러 개 나 있었으며, 수염은 산돼지의 털보다도 열 배나 거칠었다. 피부색 역시 보기 싫은 몇 개의 색깔로 합쳐진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나의 피부는 영국의 남자들 가운데에서도 고운 편이었으며, 여행을 하는 동안에도 별로 타지 않았었다.
릴리퍼트의 궁중에서 일하는 그 학자는, 어떤 귀부인은 주근깨가 많고, 어떤 부인은 입이 너무 크다고 하였다. 그리고 어떤 부인은 코가 너무 크다고 하였지만, 나는 그러한 것을 도무지 알아볼 수가 없었다.

2.
하늘을 나는 섬의 사람들은 너무나 강한 사색에 사로잡히기 때문에 발성기관이나 청각기관을 외부의 자극으로 깨우지 않으면 말을 하거나, 다른 사람의 이야기도 들을 수 없는 것 같았다. 그렇기 때문에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클라임놀’을 시종으로 거느리고 있었다. ‘클라임놀’은 머리를 두드리는 사람이었다. 그들은 머리를 두드리는 시종이 없을 경우에는 외출하거나 방문을 하지 않았다.
시종이 하는 일은 둘이나 혹은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을 때, 바람 주머니로 말하려는 사람의 입과 그 말을 들을 사람의 오른쪽 귀를 부드럽게 두드리는 것이었다. 두드려 주는 시종들은 주인이 걸을 경우에도 부지런히 따라다니면서 가끔씩 주인의 눈을 부드럽게 두드려 주었다.
주인은 언제나 사색에 잠겨 있기 때문에 절벽이 나타나면 떨어지고, 기둥마다 머리를 부딪히며, 거리에서 다른 사람을 밀치거나 혹은 다른 사람에게 밀려서 하수구로 떨어지는 위험에 아무런 대책도 가질 수 없었다.

3.
나는 국민들을 괴롭히지 않으면서도 세금을 거둘 수 있는 가장 편리하고 효과적인 방법을 찾기 위하여 논쟁을 벌이고 있는 두 사람의 교수를 만날 수 있었다. 한 교수는 자신있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였다.
세금을 거두는 가장 정당한 방법은 사악하거나 어리석은 행위에 세금을 붙이는 것이라고 하였다. 이웃에 살고 있는 사람들로 구성된 배심원에 의해 적절한 방법으로 세율을 정하면 된다는 것이다.
다른 교수의 견해는 전적으로 달랐다. 사람들은 자신에게서 가장 중요한 가치를 지녔다고 생각되는 육체나 정신의 질에 따라 세금을 매겨야 한다는 것이었다. 뛰어난 정도에 따라 세율을 적당히 결정하며, 그 결정권은 사람의 양심에 맡긴다는 것이다. 가장 많은 세금은 이성들의 사람을 가장 많이 받는 사람이 내어야 한다. 평가는 그들이 받는 사랑의 수와 성질에 따라 그 기준이 정해지며, 사랑의 수나 성질에 대해서는 자신들이 보증하도록 되어 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기지, 용기, 친절과 같은 성품도 많은 세금을 내게 되어 있으며, 자기가 소유하고 있는 성품의 양을 스스로 이야기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명예, 정의, 지혜, 학식과 같은 것은 절대로 세금을 매기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러한 것들은 아주 특수한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무도 이웃사람의 그러한 성질을 인정하려 들지 않을 것이며, 자신들에게서도 그 성질들을 값비싸게 평가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여자들은 용모의 아름다움과 옷을 입는 미적 감각에 따라 세금을 매기도록 되어있다. 여자들도 남자들처럼 자신의 평가에 따라 스스로 세율을 결정할 수 있다. 그러나 절개, 정조, 기품, 성격 같은 것에는 세금을 매기지 못한다. 여자들은 그러한 것들에 대해서 결코 세금을 내려고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4.
누구나 죽음 앞에서는 도망을 치게 마련이었다. 그러나 영원히 죽지 않는 스트럴드블럭을 언제나 만나볼 수 있는 럭낵의 사람들은 삶에 대한 집착이 그렇게 강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스트럴드블럭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시작하였다. 그들은 30세까지는 여느 사람과 다름없이 행동하며, 그 이후에는 점차 우울해지고 정기가 쇠퇴하며, 60세가 넘으면서 더욱 침울해진다고 하였다. 하지만 두 사람이나 세 사람 정도의 스트럴드블럭만이 같은 시대에 태어났기 때문에 일반적인 관찰은 할 수 없었다고 하였다.
스트럴드블럭이 60세에(이 나이는 럭낵에서 삶의 한계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이르렀을 때, 그들은 노망을 부리거나 조금씩 어리석어지며 죽지 않음으로 인하여 생기게 되는 무서운 절망을 갖게 된다. 그들은 고집이 세고, 불평을 많이 하고, 욕심이 많고, 언제나 침울하고, 허영심이 많고, 수다스럽고, 남을 사랑할 줄도 모르며, 손자보다 아랫대의 후손들에게는 어떠한 애정도 주지 않는다. 그들은 시기와 이루어질 수 없는 욕망으로 가득 차 있다.
그들이 주로 질투하는 것은 젊은 사람들의 행동과 나이 든 사람들의 죽음이었다. 젊은 사람들의 행동을 바라보면서 그들은 모든 쾌락으로부터 자신들이 제외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장례식을 볼 때마다 자신들이 갈 수 없는 영원한 안식처로 죽은 사람들이 떠나는 것을 보고 매우 한탄하였다. 그들은 젊은 시절이나 중년에 배우고 관찰한 것 이외에는 잘 기억하지 못하며, 기억한다고 할지라도 매우 불완전하다. 어떤 사건에 대한 확실한 내용을 알기 위해서는 그들의 기억력에 의존하느니 차라리 일반적인 전설에 의지하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다.
스트럴드블럭 가운데서 그래도 나은 사람은 노망이 들어서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더 많은 동정과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노망이 든 사람에게는 다른 스트럴드블럭이 가지고 있는 나쁜 성품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스트럴드블럭이 럭낵의 사람들과 결혼을 한다고 하더라도, 국가의 법률에 의해 그들은 60세가 되었을 경우 헤어지게 된다. 이것은 상당히 타당한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아무런 죄도 범하지 않았지만 스트럴드블럭으로 태어나 영원히 살도록 벌을 받은 사람들에게 아내의 짐마저 지운다는 것은 지나친 것이었기 때문이다.
스트럴드블럭이 80세에 이르게 되면 법적으로 죽은 것으로 간주된다. 그들의 상속자는 즉시 스트럴드블럭의 재산을 상속받는다. 스트럴드블럭의 생계를 위하여 작은 수입만이 남겨지게 된다. 그들은 상업이나 이윤을 위한 어떠한 것도 할 수 없고, 땅을 사거나 차용계약을 할 수도 없으며, 민사나 형사재판의 어떠한 경우에도 증인이 될 수 없다. 호수와 육지의 경계선을 정하는 일에도 증인이 될 수 없는 것이다.
90세가 되면 그들의 이와 머리털은 죄다 빠지게 된다. 음식 맛이나 식욕도 함께 없어진다. 스트럴드블럭은 자신들이 먹을 수 있는 만큼만 먹는다. 그들은 항상 병을 앓고 있지만, 그 병을 낫게 할 수도 없다. 사물의 명칭이나 사람의 이름도 쉽게 잊어버리며, 그들의 친한 친구나 가족들의 이름조차 잊어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독서하는 즐거움도 가질 수 없다. 책을 읽는다고 하더라도 중간 정도를 읽게 되면 앞의 내용을 벌써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아무런 오락도 없는 것이다.
럭낵의 언어는 항상 변화하고 있었다. 한 세대의 스트럴드블럭은 다른 세대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2백 년이 지난 다음에는 몇 마디의 일반적인 언어를 제외하고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수도 없다. 마치 외국인 같은 불편을 겪게 되는 것이다.
스트럴드블럭은 모든 사람들로부터 미움을 받는다. 스트럴드블럭이 태어나게 되면 불길한 징후로 간주한다. 그들의 생일은 아주 특별한 방법으로 기록해 둔다. 기록을 보고 나이를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천 년 이상 기록이 보존되는 일은 없었으며, 사회가 소란스러울 때 파손되기도 하였다. 그들의 나이를 알아내기 위해서 사용하는 보통의 방법은, 어떤 왕이나 인물을 기억하고 있는가 물어본 다음, 역사책을 보면 알 수 있다. 스트럴드블럭의 기억에 남아있는 마지막 국왕은, 그가 80세가 되기 이전에 즉위하였을 것이다. 가장 기분이 나빴던 광경은 그들의 늙은 모습이었다.
여자들은 남자들보다 더욱 추했다. 그들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차로 송장 같은 모습을 지니게 되는 것이었다. 스트럴드블럭의 모습에 대한 서술은 하지 않겠다. 내가 만났던 대여섯 명의 스트럴드블럭은 연령 차이가 서로 1,2백 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누가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인가는 금방 알 수 있었다.

5.
조나단 스위프트(Jonathan Swift)가 어떤 작가인가 알기 위해서는, 그의 유명한 에세이 「겸손한 제안 A Modest Proposal」을 읽어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된다.

그리하여 나는 겸손하게 제안합니다. 여기에 대하여 어떠한 반발이라도 일어나지 않기를 진정으로 바랍니다. 나와 안면이 있는 런던의 유식한 미국인 친구 한 명이 나에게 말하기를, 잘 길러진 건강한 어린아이는 한 살만 되면 찌거나, 튀기거나, 굽거나, 삶거나 간에 대단히 맛 좋고 영양 많고 몸에 좋은 음식이라고 했습니다. 어린아이는 고기요리나 야채요리에 써도 좋을 것입니다. 따라서 나는 우리 모두 심각하게 생각해 보자고 겸손하게 제안합니다. 이미 산정된 12만 명의 어린 아이 가운데 2만 명은 번식용으로 남겨두는데, 그 가운데 사내 아이는 4분의 1정도면 충분할 것입니다. 사실 이것은 우리가 양이나 소, 돼지에게 허락하는 것보다 많은 비율입니다. 어린아이는 우리 같은 야만인들이 그렇게 대단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 결혼이라는 상황의 산물인 경우가 드물 것이기 때문에, 나의 판단으로는 사내아이 하나에 여자아이 넷 정도면 충분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남은 10만 명은 한 살 정도 되었을 때, 나라 안의 지체 높은 사람들이 사가도록 경매에 붙이면 될 것입니다. 아이들의 어머니에게는 마지막 달에 충분히 젖을 빨려서 살이 포동포동하게 찌도록 충고해야 할 것입니다. 친구들을 초대한 식탁에는 아이 하나만 요리해도 두 접시가 나올 것입니다. 가족들끼리 식사를 할 때에는, 아이의 4분의 1정도만 요리해도 훌륭한 음식이 마련될 것입니다. 후추와 소금을 약간 쳐 두었다가, 특히 겨울일 경우 4일째 되는 날 삶아먹으면 아주 좋을 것입니다.

스위프트에게 있어서, 문학이란 이와 같은 아이러니로 가득 차 있는 것이다. 「겸손한 제안」은 아일랜드에서 많은 아이들이 버려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수학자나 경제학자가 하는 것처럼, 일정한 수치를 통해 이러한 사태를 예증해 보인다.

Gulliver's Travels
조나단 스위프트 Jonathan Swift
신현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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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을 믿나?"
"아뇨."
"왜지?"
"나 자신의 삶을 통제할 수 없으니까요."
"무슨 뜻인지 알아. 자네가 온 이유를 말해 볼까. 뭔가를 알기 때문에 온 거야. 그게 뭔지 설명은 못 하지만 평생을 느껴왔어. 세상이 뭔가 잘못됐다는 걸 말이야. 알 수 없는 뭔가가 있어. 조각조각 깨진 파편처럼 마음속에 있는 그것이 자넬 미치게 만들지. 그 느낌에 이끌려 온 거야. 뭘 말하는 건지 알겠나?"
"...매트릭스요?"
"그게 뭔지 알고 싶나? 매트릭스는 모든 곳에 있어. 우리 주위의 모든 곳에. 바로 이 방안에도 있고, 창 밖을 봐도 있고, TV 안에도 있지. 출근할 때도 느껴지고, 교회에 갈 때도, 세금을 낼 때도 있어. 진실을 못 보도록 눈을 가리는 세계란 말이지."
"무슨 진실요?"
"네가 노예란 진실."

앤더슨과 모피어스의 대화 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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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이 열역학 제1법칙뿐이라면 에너지가 고갈될 걱정은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석탄 한 조각을 태운다면 태우기 전과 후의 에너지 총량은 같겠지만 일부는 아황산가스와 기타 기체로 바뀌어 대기 중으로 흩어진다. 이 과정에서 사라지는 에너지는 없지만 이 석탄 한 조각을 다시 태워서 같은 일을 하게 할 수는 없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여기에 대한 설명은 열역학 제2법칙에서 찾을 수 있다. 제2법칙은 이렇게 말한다. 에너지는 한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옮겨갈 때마다 “일정액의 벌금을 낸다.” 여기서 벌금은 ‘일할 수 있는 유용한 에너지가 손실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을 가리키는 용어가 바로 엔트로피Entropy이다.

2.
엔트로피 법칙이 가장 중요해지는 순간이라면 시간을 정의할 때일 것이다. 성 아우구스티누스Saint Augustine는 이렇게 말했다. “누군가 나에게 시간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 때 나는 시간을 안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설명을 하려고 들면 나는 시간이 무엇인지 더 이상 알지 못한다.”

3.
엔트로피 법칙은 유용한 에너지의 획득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이렇게 새로 형성된 환경이 앞선 환경보다 더 열악하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그 이유는 각 단계를 지날 때마다 이 세계가 갖고 있는 유용한 에너지는 점점 줄어들기 때문이다. 세계의 전체적 무질서는 항상 증가하고, 유용한 에너지의 총량은 항상 감소한다. 인간의 생존이 유용한 에너지에 달려 있기 때문에 이것은 사람이 삶을 영위하기가 점점 힘들어진다는 것, 그리고 갈수록 열악해지는 환경 속에서 버티려면 일을 덜 하는 것이 아니라 더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열역학 환경에서는 인간의 육체만으로 늘어난 작업을 감당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인간은 적절한 수준의 생존을 유지하기 위해 더욱 복잡한 기술을 개발해야만 했던 것이다.

4.
게다가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반대로, 생존을 위해 1인당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은 효율적인 것이 아니다. 효율성이라고 하는 것이 ‘일을 줄이는 것’으로 정의된다면 말이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일이란 간단히 말해서 유용한 에너지를 써버리는 것이다. 백만 년 전과 비교할 때 오늘날 산업사회에서 우리는 당시보다 1인당 1,000배의 에너지를 ‘소비’해야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이러한 일이 근육의 힘으로써가 아니라 기계에 의해 수행된다는 이유 한 가지 때문에 현재 우리가 일을 ‘적게’ 한다는 환상에 사로잡힌다면 그것은 매우 슬픈 일이다.

5.
석탄은 또한 나무보다 캐기도 힘들고 처리하기도 어려웠다. 그리고 사용가능한 형태로 바꾸기까지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필요했다. 그 이유 역시 제2법칙에 의해 설명된다. 세계의 유용한 에너지는 끊임없이 무용한 에너지의 형태로 분산된다. 인간은 가장 먼저 손에 넣을 수 있는 에너지부터 쓰기 시작한다. 그러므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후대의 사람들은 앞선 사람들보다 더 구하기 어려운 에너지에 의존해야 하는 것이다. 나무를 베는 것보다 석탄을 캐고 처리하는 것이 더 힘들다. 유전을 개발하고 석유를 뽑아 올리는 것은 더 어렵다. 원자력 발전은 더더욱 어렵다. 리처드 윌킨슨Richard Wilkinson은 『빈곤과 진보Poverty and Progress』라는 저서에서 경제발전의 역사를 다음과 같이 고찰하고 있다.
‘경제발전 과정에서 인간은 원료와 그 원료의 추출방법을 끊임없이 바꿔야만 했다. 구하기 쉬운 원료에서 어려운 원료로 넘어감에 따라 인간은 점점 더 복잡한 처리 및 생산기술을 이용해야 했다. 가장 광범위한 생태학적 맥락에서 경제발전이란 좀더 집중적으로 자연환경을 착취하는 방법의 발전을 의미한다.’

6.
앨런 보이드Alan Boyd 전 교통장관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누군가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하자. “도시의 건물 사이로는 유독 가스가 흘러다니고, 검은 연기가 태양을 가리고, 간선도로는 여기저기 패여 있고, 안전모를 쓴 사람들이 깔려 있고, 비행기들은 착륙하지 못해서 상공에서 맴돌고, 수천 명의 사람들이 도시를 빠져나가느라 길을 가득 메우고 서로 밀치고 있다.” 전쟁에 휘말린 도시에 대한 이야기인지 교통체증의 도시 이야기인지 판단할 수가 없을 것이다.’

7.
머레이 북친Murray Bookchin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로마의 멸망은 로마의 융성에 의해 설명될 수 있다. 로마는 주변의 농촌에서 얻은 자원이 아니라 가까운 이집트, 북아프리카 등지에서 약탈한 자원을 이용해 거대제국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거대도시 로마를 유지하는 데 이용된 바로 그 방식이 로마를 멸망시킨 것이다.”
그러니까 도시팽창의 길로 들어선 순간 로마는 이미 쇠락을 시작했던 것이다. 도시가 커짐에 따라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했고 더 많은 에너지가 흘러들수록 무질서도 커졌다. 또한 무질서가 커짐에 따라 혼란을 수습하기 위한 통치기구는 더욱 비대해졌다. 이러한 과정은 무한히 계속될 수가 없었다. 군대에 의해 유지되던 에너지 공급선은 너무 가늘어져 마지막에서 군대가 더 많은 에너지를 잡아먹기 시작했다. 토양을 집중적으로 착취한 결과 농업에서도 수확체감현상이 나타났다. 노예들을 먹이고 재우는 비용도 지나치게 비싸졌다. 로마의 행정체계는 너무나 비대하고 비효율적이 되어 도저히 지탱할 수가 없었다. 결국 팽창할 대로 팽창한 이 거대도시는 안팎으로 와해되기 시작했고, 게르만 정복 후에야 에너지 평형을 회복할 수 있었다. 그 후의 로마인구는 3만 명(전성기의 로마 인구는 100만 명에 육박했다.)에 불과했다.

8.
밀도가 높은 고에너지 환경으로 인해 인간관계와 사람들 사이의 상호작용은 미묘한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맨하탄 중심가를 걷는 사람은 반경 10분 이내의 거리에서 22만 명의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이 모든 사람에게 일일이 주의를 기울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도시 사람들은 일종의 선택기법을 개발한다. 그러므로 사람 하나를 만날 때 주의를 기울이는 시간과 정도가 시골사람보다 적은 것이다. 도시사람들은 거지나 술취한 사람 같은 ‘저우선순위’ 대상은 무시해버린다. 범죄가 발생하는 장면을 목격하는 사람은 수십 명씩 되지만 경찰에 알리거나 피해자를 돕는 사람은 없다. 대도시에서 거리를 걷는 것은 달갑지 않은 접촉을 피하기 위해 인상을 쓰며 도로를 통과하는 행위가 되어버렸다. 심리적인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기 위해 대도시 사람들은 인구밀도가 낮은 농촌사람들보다 교제하는 사람의 수가 훨씬 적다. 대부분의 경우 이웃사람은 전혀 낯선 사람이다. 우리는 점점 구명보트에 탄 선원 같은 모습이 되어가고 있다. 사방을 둘러봐도 물인데 정작 마실 물은 한 방울도 없는 것이다.

9.
세계의 자원은 유한하다고 미친 듯 외치면서 미래세대의 이익을 위해 자원을 보전해야 한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은 세계 총인구에 비춰볼 때 부유한 소수에 불과하다. 풍요의 문 밖에 있는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인간다운 생활수준을 확보하는 것조차 조직적으로 방해하는 사람들도 바로 그들이다. 그들의 진정한 의도를 파악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10.
1978년 12월 『Atlantic Economic Journal』에 기고한 글에서 니콜라스 죠르제스크-레겐은 태양 에너지 접근방식에서 볼 수 있는 결함을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태양 에너지를 직접 활용하는 것과 관련하여 오늘날 제시되어 있는 방법은 모두 ‘기생적’인 것이다. 달리 말하면 오늘날의 태양 에너지 기술은 주로 화석연료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뜻이다. 집열판을 위시하여 여기 필요한 모든 장치는 태양 이외의 다른 에너지원으로 만들어진다. 그리고 다른 모든 기생생물과 마찬가지로 재생불가능한 에너지원에 의존하는 태양 에너지 기술은 ‘숙주’가 살아 있을 동안만 존재할 수 있다 ... 지상에 도달하는 태양 에너지의 집중도는 매우 낮기 때문에 이것을 수집하기 위해서는 거대한 시설이 필요하다. 이 문제는 극복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옳다. 왜냐하면 지상에 도달하는 태양 에너지의 강도는 고정된 것으로, 인간이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11.
『바가바드 기타Bhagavad-Gita(힌두교의 고전)』에 이런 말이 있다. “물질에 대해 생각하면 인간은 거기에 집착한다. 집착함으로써 갈망이 생기고 갈망함으로써 분노가 탄생한다. 분노함으로써 망상이 생기고 망상은 기억을 지워버린다. 기억을 잃으면 분별력이 없어지고 분별력이 없어지면 파멸하는 것이다.” 현대적이고 좀더 친숙한 말로 표현하면 이렇게 된다. “차가 없으면 주유소에서 줄 서기, 교통혼잡, 차량도난 따위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Jeremy Rifkin with Ted Howard
이창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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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취업 과정에 빨간 신호를 켠 그 두 질문은 무엇일까? 하나는 ‘왜 이렇게 오랫동안 직장을 구하지 못했습니까?’ 였고, 다른 하나는 ‘이전 직장은 왜 그만두었습니까?’였다. 구직 기간이 길었던 이유에 대해 그는 자신이 무능하다는 인상을 주고 싶지 않아서 “불황이 오래 지속되어서 다들 취업이 어렵지 않습니까”라고 답했다. 전 직장을 그만둔 이유에 대해서도 그는 자신이 무엇인가 잘못했다는 인상을 줄까 봐, ‘이전 직장의 근무환경이 얼마나 열악했는지, 상사가 얼마나 무능했는지, 좀 더 좋은 직장을 얼마나 열망했는지’ 등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마크는 이런 대답이 인사 담당자의 눈에 얼마나 부정적으로 비춰지는지 알지 못했다. 아무도 그것을 지적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면접관은 오히려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는 듯 맞장구를 쳐주기까지 했다.
이전 직장이나 상사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말하는 지원자는 회사 입장에서는 매우 위험한 사람으로 보인다. 불평이나 불만이 많은 사람은 조직의 분위기나 팀워크를 와해시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회사가 이런 사람을 좋아할 리 없다. 또 자신이 직장을 구하지 못한 이유가 취업 시장이 좋지 않다고 변명하는 것도 결코 이롭지 못한 처사다. 인사 담당자들은 아무리 경기가 나빠도 유능한 인재를 필요로 하는 곳은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2.
우선, 이력서를 가능한 빨리 제출하라. 당신이 미처 모르는 내부적인 데드라인이 있을 수 있다. 그러니 이력서는 공고일로부터 가능한 빨리, 정해진 양식에 맞추어 회사가 요구하는 방식대로 제출하라.
2주 안에 연락이 오지 않으면 이제 담당자를 찾아보아야 할 시점이다. 회사에 전화를 걸어서 이번 채용을 담당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물어보고 그의 이름과 직책을 적는다. 만일 규모가 큰 회사라면 지원부서의 책임자 이름도 물어보라.
이번에는 당신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고품질 종이에 프린트하여 우편으로 보내라. 수신인은 당신이 전화로 알아낸 채용담당자에게 보낼 것이다. 만일 담당자 이름을 알아낼 수 없다면 회사 웹사이트에 들어가 가장 관련 있는 부서를 찾거나, 지원하는 부서의 책임자를 찾아라. 아무리 웹사이트를 뒤져도 CEO 이름밖에 없다면 주저 말고 CEO 앞으로 보내라.
편지 봉투의 겉면은 손으로 쓰고 봉투 아랫부분에는 ‘개인 정보/기밀 우편’이라고 표시하라. 웬만하면 비서는 이런 우편물을 대신 열어 보지 않는다. 이렇게 전달되는 이력서는 몇 가지 유리한 점이 있다.
첫째, 당신 이력서가 회사의 핵심 인물 손에 직접 들어간다.
둘째, 당신 이력서를 받은 직원이 인력개발팀에 직접 전달한다. 마치 회사 내부의 누군가가 이력서를 직접 가져다주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 연출된다.
셋째, 유난히 질이 좋은 종이에 이력서를 프린트해서 제출하면 다른 이력서 가운데서도 눈에 띄기 쉽다. 이메일이나 팩스로 보내온 다른 이력서들은 똑 같은 회사 용지에 일괄적으로 프린트하기 때문에 그 사이에서 다른 종이가 있으면 돋보이게 마련이다. 종이의 질, 무게, 심지어 접어놓은 모양조차도 다른 이력서와는 달라 보일 것이다.
물론 이런 식으로 제출하는 이력서를 접수하지 않는다는 회사도 많지만 걱정할 필요 없다. 다른 것은 몰라도 채용 담당자가 지원자 명단을 훑다 보면 당신의 이름을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느낌을 받을 것이다. 혹시나 일이 잘 풀리면 당신 이력서가 유일하게 직접 전달된 이력서가 될 수도 있다. 지원자로서 나쁠 게 없는 상황이다.

3.
제일 좋은 방법은 서너 편 정도의 짧은 이야기를 준비하는 것이다. 이야기 하나당 2~3분을 넘기면 안 된다. 이런 이야기는 주로 과거 직장 생활에서 가장 큰 성취를 이룬 순간, 당신이 최근에 학교를 졸업했다면 학창 시절에 가장 자랑스러웠던 순간 같은 성공담이면 된다. 모두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당신이 해냈던 이야기나, 당신이 영웅이 됐던 이야기, 회사의 생산성을 20퍼센트 향상시킨 새로운 생산 방법을 제안한 이야기 등 무엇이든 좋다. 당신을 긍정적인 사람으로 보이게 해야 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부정적인 사람으로 보일 소지가 있는 이야기는 조금도 드러내면 안 된다.
당신의 모든 장점을 한데 모아 스타로 돋보이게 하는 서너 편의 짧고 긍정적인 성공담을 만들어라. 그 가운데 하나는 고객이나 데드라인 때문에 애를 먹다 결국 성공적으로 해결한 이야기를 선택하라. 그런 다음, 면접관이 던진 질문이 조금이라도 당신이 준비한 이야기와 관련성이 있다 싶으면 즉시 하나를 풀어놓는다.

4.
또 한 가지 효과적인 준비 전략은, 회사원으로서 당신이 지닌 최고의 자질을 열 가지 정도 써보는 것이다. 조직적이다, 에너지가 넘친다, 꼼꼼하다, 열심히 일한다, 팀을 이루어 하는 일에 능하다, 업무를 배우는 속도가 빠르다 등 다른 지원자보다 뛰어난 당신만의 장점이 무엇인지, 유력한 후보자로 각인시킬 만한 장점이 무엇인지 적어보라. 이런 작업은 가장 효과적인 성공담 한 편을 만들고 기억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5.
만약 면접 중에 반드시 질문을 해야 한다면, 당신 자신을 부각시킬 수 있는 질문 네 가지를 알려주겠다.
첫째, 제가 지원한 직책에 대하여 좀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이 질문은 답변의 범위가 상당히 넓어 당신이 어떤 것에 집중하여 강조해야 할지 정확하게 알려준다. 이런 질문을 통해 회사가 어떤 사람을 원하는지에 맞게 자신의 장점을 강조할 수 있다. 또한 회사가 말하고 싶지 않은 부분에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는 일을 막을 수 있다.
둘째, 이 직책에 이상적인 적임자는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 질문에 대한 면접관의 대답을 통해서 회사가 바라는 기대치를 알 수 있고, 당신은 거기에 맞춰 자신의 자질 가운데 필요한 것을 집중적으로 강조할 수 있다.
셋째, 이 직책을 맡은 사람이 업무 초기에 어떻게 일을 처리하기를 바라십니까?
이 질문은 입사 초기에 무엇에 중점을 두고 일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아울러 인사 담당자에게 당신이 그 자리에 앉은 모습을 상상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자리에 필요한 업무를 설명하면서 머릿속으로는 당신이 성공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모습을 구체적으로 이미지화하기 시작한다.
넷째, 전임자가 특별히 잘한 업무는 무엇입니까? 또 전임자와는 다른 방식으로 일 처리를 했으면 하고 생각하시는 것은 무엇입니까?
만일 이 자리가 이미 퇴사했거나 다른 부서로 옮긴 전임자를 대신하는 경우에 해야만 하는 질문이다. 이러한 당신의 질문에 면접관은 마음속으로 당신을 전임자와 전혀 다르게 생각하기 시작한다. 인사 담당자는 전임자가 실패한 자리에 똑 같은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 혹은 성공적으로 일할 능력이 없는 사람을 고용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이런 질문을 통해 두려움을 표면화하여 잠재우면 당신은 가장 유력한 후보자로 꼽힐 수 있다.

6.
만일 원서를 낸 회사가 당신의 해고 사실을 알아냈다면 면접은 끝났다고 봐야 한다. 그러므로 될 수 있으면 해고와 같은 정보는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게 감추어야 한다.

7.
면접에서 떨어졌을 때, 대부분의 사람은 인사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집요하게 묻는다. “제가 어떻게 했어야 탈락하지 않았을까요?”, “다음번에 더 나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등등. 하지만 이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온다. 다시 그 회사에 지원해도 탈락할 가능성만 높아진다.

8.
면접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과 계속 인연을 유지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인사 담당자들이 당신에게 알려주지는 않지만 매우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 있다. 바로 수습 기간 이후 재채용에 관한 문제다. 대개 회사들은 새로 채용된 사람에게 3개월 수습 기간을 적용하곤 한다. 그런데 이 기간 내에 새로 채용된 사람이 일을 제대로 못하면 회사는 급하게 대처 인력을 찾는다. 이 점을 알고 계속 연락을 취한 구직자들이 종종 기회를 얻는 경우가 있다. 대체 인력이 필요할 때, 인사 담당자는 자신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에게 기회를 주게 마련이다. 만약 당신이 인사 담당자와 계속 연락을 취하면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면, 그 자리에 필요한 기술과 자격을 이미 검증받은 당신은 가장 선택받기 쉬운 대상이다.

9.
운동 선수들은 규칙적으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다. 슛을 성공시키고, 상대방을 때려눕히고, 터치다운 하는 것을 시각화해서 머릿속에서 계속 반복한다. 부정적인 이미지나 생각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는다. 그렇지 않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잘 알기 때문이다. 운동 선수들은 재미 삼아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는 게 아니다. 그렇게 하는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바로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운동 선수가 하는 독백을 들어보면 “경기가 잘 풀렸으면 좋겠다”라거나 “실수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우리는 세계 최고다. 가장 위대한 최고의 챔피언이다!”라며 되뇐다. 이는 특히 압박감이 심할 때 마법과 같은 효과를 일으킨다.

신시아 샤피로
전제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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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새로운 제품을 만들기 전에 먼저 가격표를 디자인한다." 이것은 이케아 제품에 전부 적용되는 말이다. " 3천 마르크짜리 책상을 디자인하는 것은 어떤 설계자라도 할 수 있는 일이다. 정말 훌륭한 디자인이란 기능적이고 멋진 모습이면서도 단 200유로의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는 책상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캄프라드는 <어느 가구상인의 유언장>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케아에서 새로운 제품을 구상하고 창조해 내는 이들은 스케치북이나 컴퓨터에만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직접 생산시설에 가서 확인하고 평가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그곳에서 생산 담당자와 디자이너는 어떤 기술적 가능성들이 있는지, 비용은 얼마나 발생하는지 경험할 수 있다. 그들은 생산 전문가들로부터 현재 보유하고 있는 기계와 기타 생산설비를 가지고 추가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제품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가구 제작의 다양한 형태에 따라 비용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듣게 된다. 그런 과정은 대단히 중요하다. 책상이나 장롱 혹은 서랍장의 형태나 크기를 미세하게 변화시키는 것만으로도 훨씬 값싸게 생산할 수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2.
이케아 매장에서 낮은 판매가격을 유지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은 가구를 가능한 한 작고 납작하게 포장하는 것이다. 콤팩트한 포장은 공간을 적게 차지하기 때문에 이케아는 운송비를 절감할 수 있다. 화물차 한 대, 컨테이너 하나, 화물 기차 한 량에 더 많은 가구를 실을 수 있게 된다. 그 차이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케아가 가구를 여러 부분으로 나누어 납작하고 작게 포장하지 않고 완성된 형태로 공급하려면 현재보다 약 여섯 배의 운송량이 발행하게 될 것이다. 노동 비용 역시 작고 납작한 포장의 경우 현격하게 낮아지는데, 많은 인력이 동원되어야 할 수많은 제품의 운반을 지게차로 단번에 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케아의 가구 전문가들은 더 적은 공간을 차지하면서 운송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 사이 이케아는 고객이 직접 자동차에 싣고 가져갈 수 있도록 납작하게 포장된 소파까지 판매하고 있다. 이케아의 한 여류 디자이너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화단용 물뿌리개를 개발했다. 기존의 물뿌리개와는 달리 포개 놓을 수 있어서 공간을 절약해 운반할 수 있는 제품이었다.

3.
스웨덴 예술노조의 위원장 그레고로 파울손은 1919년 ‘아름다운 일상용품’이라는 그의 저서에서 이렇게 말했다. “디자인은 그 디자인의 값을 지불할 수 있는 사람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을 위한 일이다.”

4.
이케아의 전등은 보통 음악, 화학 혹은 기상학에서 이름을 가져오는데, 오르겔, 크빈테트, 칼슐 등이다. 커튼이나 장식용 천들은 브리트와 이네즈 같은 여자아이 이름을 갖는다. 의자와 책상은 브로르, 알렉산더, 올레 같은 남자아이 이름을 사용한다. 부엌용품과 생활용품들에는 스웨덴 동사를 사용한다. 가령 나무 절굿공이에는 크로사(빻다)라는 이름을, 다리미판에는 프레사(누르다)라는 이름을 붙인다. 물론 모든 이름이 스웨덴어는 아니다. 예를 들면 침대와 옷장의 이름은 종종 노르웨이의 지명에서 따온다. 식탁과 식탁의자에는 핀란드 이름을 붙이고, 카펫은 덴마크의 마을이나 도시이름을 사용한다. 이런 이름들은 이케아 고객에게 독특한 매력을 풍기며, 이름 자체만으로 구매의 기쁨을 누리게 된다. “레크스비크와 레크달, 트레블리그, 스누티그, 드로펜, 플림릭 같은 물건을 사들고 간 사람은 가구를 조립하기도 전에 벌써 크게 웃기 마련이다.”

5.
독일 고객들은 1974년 배포된 첫 번째 이케아 카탈로그에서 이미 이런 글을 볼 수 있었다. 거기에는 상당히 대담하고 과격한 문구도 함께 적혀 있었다. “글자를 읽을 수 있다면 우리의 조립설명서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케아에서 고객들은 스스로 포장하고 조립해야 했다. 다시 말해 생산과정의 일부를 맡게 된 것이다. 디자인 전문가 베른트 폴스터는 이케아의 성공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케아의 비결은 처음부터 합리화에 있었습니다. 이케아는 생산에서만이 아니라, 운영과 판매에 이르기까지 합리화의 비결을 일관되게 적용했습니다. 컨베이어 벨트를 거실까지 연장한 것입니다.”

6.
많은 이케아 고객들은 이케아에 대해 미움과 애정을 동시에 느낀다. 이케아는 고객들에게 일종의 초등학교 같은 곳이다. 그곳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은 살아가면서 힘들이지 않고는 아무 것도 얻을 게 없다는 사실이다. 요리 전문가 볼프람 지벡은 주간지 <디 차이트>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번은 이케아에서 작은 책상을 사서 조립했습니다. 꼬박 이틀 낮, 이틀 밤이 걸렸습니다. 그 사이에 체중 2킬로그램을 잃었고, 아내의 신뢰를 잃었고, 아이들의 존경심을 잃었습니다.”

7.
종종 이케아는 스스로 자체 베스트셀러의 저가형 버전을 출시하기도 하는데 이케아의 성공에 편승하려는 경쟁자를 완전히 따돌리기 위해서이다. 3단 서랍장 말름은 독일에서 49유로 95센트로 판매되고 있다. 그런데 그것과 거의 같은 모습의 쿨렌 서랍장은 29유로 95센트에 판매되고 있다. 둘 사이의 차이는 말름이 8센티미터 속이 더 깊은데다 무늬목을 사용했으며 슬라이딩 서랍이 달려 있는 반면, 쿨렌은 파티클보드와 플라스틱으로 제작되었다는 점이다. 쿨렌은 다른 업체의 저가 제품에 맞서서 말름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그와 같은 이유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클리판 소파는 2006년 클로보라는 이름의 작은 동생을 얻게 되었고, 사진틀 리바는 값이 더욱 저렴한 라블라를 보충 병력으로 지원받았다.

뤼디거 융블루트
배인섭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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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것은 “열 개의 사과 가운데 세 개를 먹으면 몇 개가 남느냐”는 산수 문제이다. 역시 한국에서는 산수도 먹는 것으로 가르치고 있다. 하지만 우리를 더욱 놀라게 하는 것은 세 개가 남았다고 대답한 아이다. “세 개를 먹었는데 어떻게 세 개가 남을 수가 있느냐”는 선생님의 추궁에 대해서 아이는 거침없이 이렇게 말했다는 것이다. “우리 엄마가 그러시는데요. 먹는 게 남는 거래요.”

2.
호저는 고슴도치처럼 온몸에 가시가 돋친 초원의 동물이다. 추운 겨울에는 몸을 덥히려고 가까이 다가가다가 가시에 찔리게 되고 멀리 떨어져 혼자 있으면 추위와 외로움에 떨게 된다. 그래서 너무 가까워 찔리지도 않고 너무 멀리 있어 춥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를 만들어낸다.

3.
냅스터나 소리바다와 같은 음악 사이트들이 오프라인의 음반업자와 충동하여 법정으로 가는 사태가 벌어지면 오히려 그 긴장 관계를 이용해서 ‘아이포드’와 같은 신개념 제품이 전 세계 히트 상품으로 부상하게 된다. 스티브 잡스는 워크맨 같은 오프라인 휴대 음악 재생기를 온라인의 인터넷 음악사이트에 연결시키는 디지로그 발상 하나로 세계를 뒤엎었다. 그래서 퓨전(fusion)을 미래의 비전, 즉 퓨처 비전(future vision)의 준말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4.
돈과 말과 피의 글로벌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연이라고 말한다. 이는 이미 2000년 전 『여씨춘추』에서도 엿볼 수 있는 거대 담론이다. 활을 잃어버렸던 형(荊)나라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형나라 사람이 잃은 활을 형나라 사람이 주울 것이니 찾을 필요가 있겠는가.” 그 이야기를 들은 공자가 말했다. (사람이 잃은 것을 사람이 주울 것이니) “형나라라는 말은 빼는 것이 좋다.” 이번에는 공자의 말을 들은 노자가 말했다. (천지의 것이 천지에 있으니) “사람이란 말은 빼는 것이 좋다.”

5.
‘천평어람(天平御覽)’ 등에 실려 있는 동가식서가숙(東家食西家宿)의 고사에서 충격적인 해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가 있다. 제(齊)나라에 사는 한 처녀가 두 남자에게 청혼을 받게 되었을 때의 이야기이다. 동쪽 마을에 사는 청혼자는 돈은 많으나 얼굴이 밉고, 서쪽 마을에 사는 청혼자는 얼굴은 잘났지만 가나해 먹을 것이 없다고 했다. 이 두 사람 가운데 누구를 택하겠느냐는 부모의 말에 그 처녀는 선뜻 동과 서 두 곳으로 다 가겠다고 대답을 한다. 밥은 부잣집 동쪽 남자에게 가서 먹고, 잠은 잘생긴 서쪽 남자와 자면 된다는 주장이었다. 이 동서병합의 모순논리를 컴퓨터 프로그램에 입력해보면 틀림없이 에러 메시지가 나올 것이다. 동가식서가숙의 이 고사가 얼마나 황당하게 느껴졌으면 오늘날에는 “아무 데서나 먹고 자며 떠돌아다니는 사람”을 일컫는 말로 뜻이 바뀌었겠는가.
그러나 21세기 상황에서는 동에서 먹고 서에서 자는 불량주부형의 겹치기 기술이 예사롭게 벌어진다. 전화 기능에 카메라와 녹음기와 음악을 재생시키는 오디오 장치가 한 손 안에 동거하고 있는 휴대전화 하나만 봐도 알 수 있다. 옛날에는 절대로 동석할 수 없었던 팝과 오페라가 같은 무대에서 만나는 팝페라처럼 예술의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크로스 오버’ 현상. 바이오 기술로 메추리와 닭을 하나의 생물로 만들어내는 이종배합(異種配合)의 ‘키메라’ 현상. 평지에서는 건전지로 움직이고 고속도로나 언덕에서는 휘발유로 달리는 ‘하이브리드 카’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어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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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상호협동은 분업과 교환을 통해 일어난다. 시장경제는 자발적 교환에 의한 상호협동의 체제다. 이러한 사실은 레너드 리드(Leonard Read)가 쓴 <나는 연필입니다>에 아주 잘 묘사되어 있다. 연필은 나무, 아연, 구리, 흑연 등의 복합체다. 산에서 잘 자란 삼나무를 베어 통나무 상태로 철로를 통해 제재소로 운반된다. 제재소로 운반되기까지는 톱과 트럭, 밧줄 등 수없이 많은 도구가 사용된다. 그 도구를 만드는 데도 많은 사람이 참여하고, 다양한 기술이 사용된다. 금속 광산에서 채굴된 철은 제련을 통해 톱•도끼•모터 등으로 만들어지고, 심고 가꾼 대마에서는 무겁고 튼튼한 밧줄이 만들어지며, 벌목 인부들의 노동 과정이 포함되어 있다. 벌목 인부가 먹는 한 끼의 식사에도 몇천 명의 노고가 담겨 있다. 또한 화차, 철도선로, 기차 엔진을 만든 사람들과 통신 시스템을 만들고 설치한 사람들의 작업이 포함되어 있다.
제재 작업도 마찬가지다. 우선 삼나무를 연필 길이로 자르고 연필 두께의 판자로 만든다. 그리고 판자를 가마에 넣어 건조시키고 엷게 색을 입히는데, 그 과정에서도 색감과 가마를 만드는데 여러 가지 기술이 사용된다. 뿐만 아니라 열과 빛, 동력, 벨트와 발전기 등 제재소에서 필요한 모든 요소가 담겨 있다.
연필 공장에서는 복잡한 기계가 작동하며 각각의 판자에 흑연을 붙인다. 흑연 역시 복잡하다. 흑연은 실론 섬에서 채굴된다. 흑연 광산의 광부와 그들이 사용하는 많은 도구를 만드는 사람들, 흑연이 선적될 때 사용하는 마대를 만드는 사람들, 흑연을 배에 싣는 사람들, 그리고 그 배를 만든 사람들의 작업이 포함되어 있다.
지우개를 끼우는 쇠테는 황동이다. 황동은 아연과 구리를 채굴한 사람과, 원광물로부터 반짝반짝 빛나는 황동판을 만들어낸 작업자의 노고와 기술로 만들어진다. 한편 지우개에서 지우는 성분은 ‘팩티스(factice)’라고 하는데, 이것은 고무와 비슷한 제품으로 인도네시아의 평지씨기름과 염화황을 반응시켜 만든다.
이렇듯 연필은 몇백만 명의 협동의 어느 특정인 혼자서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벌목 인부, 실론 섬의 흑연 광산 광부, 공장의 화학자나 유정의 인부 등 단 한 명도 필요치 않은 사람이 없다. 놀라운 것은 유정 인부, 화학자, 흑연 채굴자, 배와 기차와 트럭 제조자, 그리고 연필 회사 사장까지도 연필이 필요해서 일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들의 행동 동기는 연필이 아니라 자신들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물건이나 서비스이며, 그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과 자신이 보유한 작은 기술을 교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뿐이다. 경제에서의 모든 재화와 서비스는 이러한 방식으로 생산•공급된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러한 과정이 누구의 지시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분업과 교환을 통해 사회적 협동이 이루어지는 시장경제는 인간의 디자인에 의해서가 아니라 인간 행위의 결과로서 자생적으로 형성된다.

2.
더욱 흥미로운 점은 경쟁이 심해질수록 경쟁력이 커진다는 사실이다. 1990년대 초반에 가전제품 수입을 허가했을 때, 대부분은 외국 가전제품에 밀려 한국 제품이 설 땅을 잃게 될 거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나 현재 텔레비전, 세탁기, 냉장고 등의 가전제품은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성능의 향상으로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1998년 일본의 캠코더 수입을 허가했을 때도 한국산 캠코더 시장이 잠식당할 거라고 예상한 사람이 많았지만, 오히려 한국 제품의 품질이 향상됨으로써 수출이 크게 늘었다. 유통시장 개방에 있어서도 한국 유통업계가 모두 무너질지 모른다고 걱정했지만, 이마트나 롯데마트와 같은 한국 기업이 수위를 지키고 있다. 경쟁이 경쟁력을 높인다는 사실은 정부의 보호를 받아 경쟁에 덜 노출된 농업과 교육이 경쟁에 노출된 다른 산업에 비해 낙후되어 있는 현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3.
사유재산권이 경제발전에 얼마나 중요한지는 소련의 경우를 보면 알 수 있다. 소련에서는 모든 토지를 국가가 소유했고, 단지 1.2에이커(약 1,500평) 정도를 개인이 소유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래서 개인 소유의 토지 면적은 소련 전체의 3%에 불과했다. 그런데 전체 토지의 겨우 3%에 이르는 사유지에서 생산된 우유의 양이 소련 전체 우유 생산량의 3분의 1, 식육의 양은 소련 전체 생산량의 5분의 1을 차지한다는 놀라운 사실이 발견되었다.

4.
임대료 통제의 예를 보자. 임대료가 시장가격 이하로 통제되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더 많은 사람이 임대주택을 원한다. 시장가격대로라면 엄두도 못 낼 주택을 얻을 수 있는 기회이므로, 더 많은 사람이 집을 원하고 더 넓은 집을 원하게 된다. 그러나 낮은 임대료 때문에 건설에 따른 수익성이 없어지므로 신축 건물이 감소한다. 또 주택을 소유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주택을 임대하기보다 자신들이 직접 살거나, 낡은 집을 수리하지 않게 되므로 공급이 줄어든다. 따라서 전체적으로 임대주택의 공급이 수요를 충족시킬 만큼 증가하지 못한다. 결국 임대료를 시장가격보다 낮게 통제하면 임대주택의 부족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임대료 통제로 집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은 다른 방법을 이용하여 지불하려고 한다. 대기자 명단에서 우선순위를 배정받기 위해 주택 소유자에게 뇌물을 주는 것이 한 방법이다. 이와 같은 별도의 비용이 포함되어 소비자가 지불하는 실제 비용은 불법 행위가 적발될 위험의 비용까지 추가되어 자유시장에 형성된 가격보다 훨씬 높아진다. 또한 주택을 소유한 사람은 인종이나 성별 등으로 임대하려는 사람을 쉽게 차별할 수 있다. 게다가 비용 감소 측면에서 유지 및 보수에 투자하지 않게 되어 주택의 질적 저하가 초래된다. 요컨대 가난한 사람을 위한 임대료 통제는 결국 그들이 더욱 비좁고 형편없는 주택에 더 많은 임대료를 지불하며 살게 하는 결과를 낳는다.

5.
농산물 가격을 통제하는 목적은 가난한 사람들로 하여금 식료품을 싸게 구입하게 함으로써 그들의 생계를 돕기 위함이다. 그러나 농산물 가격이 통제되면 공급량이 줄어들고, 실제로 식료품을 구입하는 비용이 증가한다. 노동력이 포함된 농산물의 생산 비용을 통제된 가격이 보상하지 못할 경우에 공급량은 오히려 줄어든다. 가격 통제에 따른 인센티브의 변화로 농부들은 생산량을 줄이고, 가족을 위해 충분한 양의 농산물을 재고로 유지하게 된다. 심지어 이윤을 내지 못하는 농장을 아예 포기하고 다른 직업을 찾아 도시로 이주하는 농부도 생겨난다. 그 결과로 식료품의 공급은 더욱 줄어드는 동시에 농산물 수요자인 도시 인구가 증가하게 된다. 결국 경제적 여유가 없는 가난한 사람들은 가격이 오를 대로 오른 식료품을 구입할 수 없는 사태에 직면한다. 실제로 가격통제법을 통해 식료품의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추면 오히려 굶는 사람이 더 많아지고, 심지어 굶어 죽는 사람까지 생겨난다.

6.
일반적으로 최저임금제는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을 높여주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최저임금제는 다른 가격하한제와 마찬가지로 공급의 과잉, 즉 노동자(노동 공급)의 과잉을 야기한다. 최저임금에서 고용하려는 고용자보다 일하고자 하는 노동자가 더 많아지는 것이다. 최저임금제로 야기된 공급과잉은 바로 실업을 의미한다.
최저임금제는 주로 비숙련 노동자와 젊은이들에게 타격을 준다. 기업은 생산성에 맞는 임금을 지불하려고 하는 속성을 갖는데, 최저임금제로 임금이 높아지면 그에 걸맞은 생산성을 갖춘 노동자만을 고용하려 한다. 따라서 생산성이 낮은 비숙련 노동자와 노동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젊은이들은 고용에서 불리해진다. 그들이 미래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생산성을 높이는 기술을 습득하는 것이다. 즉 저소득층이나 기술이 없고 나이가 어린 사람들이 경제적 상황을 개선하는 최선의 방법은 직업적 경험과 현장 학습이다. 그러나 최저임금제는 비숙련 노동자와 젊은이들의 고용을 실질적으로 방해하고, 그들이 현장에서 일하며 기술을 습득할 기회마저 박탈한다.

7.
독점에 대한 오해는 커다란 실수를 불러일으킨다. 대표적으로 삼익악기의 영창악기 인수 사례를 들 수 있다. 2004년 9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삼익악기가 영창악기를 인수할 경우 업라이트 피아노(upright piano) 분야의 시장점유율이 92%에 달하게 되고, 업라이트 피아노는 전체 피아노 시장의 70%를 넘기 때문에 시장지배력을 남용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판단했고, 그 이유로 삼익악기가 취득한 영창악기의 지분 48.6%를 1년 안에 제3자에게 처분하도록 명령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12일 후에 영창악기는 부도로 처리되었다.
피아노 시장에서는 국내 피아노 회사들끼리 경쟁하는 것이 아니다. 세계 굴지의 피아노사인 일본의 야마하(Yamaha)나 독일의 슈타인바흐(Steinbach)와도 경쟁한다. 현재 미국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이 가장 높은 기업은 야마하다. 야마하가 미국 시장의 32%를 차지하고, 삼익악기와 영창악기가 각각 26%와 9%를 차지하고 있다. 삼익악기가 영창악기와 합병할 경우, 야마하나 슈타인바흐와 국내외 시장에서 보다 효과적으로 경쟁할 수 있다. 이러한 경쟁 과정이 삼익악기로하여금 신기술 개발이나 효율적 생산 구조로의 전환 등을 통한 비용 절감 노력을 하게끔 부추겨 소비자에게 이익을 가져올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합병을 막는다면 오히려 외국 기업이 야마하나 슈타인바흐에게 경쟁의 압력을 줄여주어 그들을 돕는 셈이다.

8.
정부에 의한 통화팽창은 재화에 대한 상대가격의 변화를 일으켜 시장의 가격제도를 왜곡시킴으로써 시장의 기능을 파괴한다. 그 과정은 이렇다. 정부가 정부지출을 늘리기 위해 중앙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는다. 중앙은행이 정부에게 대출한 만큼 통화량이 증가하며, 그만큼 정부의 구매력이 증가한다. 정부가 공공주택을 더 짓기 위해 그 돈을 이용하여 땅을 구매한다면, 정부의 구매로 땅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으로써 땅값이 오른다. 한편 땅 주인들은 정부에게 땅을 판 대가로 돈을 얻고, 아직 다른 물가가 오르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그 돈을 이용하여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재화와 용역을 구입할 수 있다. 그 다음으로 정부에게 땅을 판 주인들이 그 돈을 이용하여 자동차를 산다고 하면, 자동차의 수요가 증가하여 자동차 값이 오르고, 자동차를 땅 주인에게 판 기업들은 더 많은 돈을 갖게 되어 다른 사람들보다 구매력이 증가한다. 땅 주인들에게 자동차를 판 기업들은 증가한 구매력을 이용하여 컴퓨터를 구입할 수 있다. 다시 자동차기업들이 컴퓨터를 구입하면 컴퓨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여 컴퓨터의 가격이 오르고, 자동차회사에 컴퓨터를 판 기업들은 더 많은 돈을 갖게 되어 그들의 구매력이 증가한다. 그 과정이 계속되다가 새로 창출된 화폐를 최종적으로 얻는 사람은 비록 과거보다 더 많은 화폐를 보유했지만 그의 구매력은 증가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전의 과정에서 이미 모든 재화의 가격이 올라 버렸기 때문에 보다 많은 화폐를 갖게 되었다 할지라도 구매할 수 있는 재화와 서비스의 양은 그 이전과 차이가 없는 것이다.

9.
노자는 《도덕경》에서 정부의 규제가 많을수록 백성이 가난해지고, 백성이 굶주리는 것은 국가에서 세금을 많이 거두어가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는 ‘나라 다스리기를 작은 생선 굽듯이’ 하라고 했다. 그래야 국민이 잘살고 행복해진다는 것이다.

시장경제와 정부의 역할
안재욱
,
1.
오늘과 같은 방대한 커뮤니케이션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공급 과잉에 대한 방어 수단으로서, 주어지는 정보량의 상당 부분을 정화시켜 이전의 지식이나 경험에 부합되는 정보만을 수용하는 경향이 있다.
지금까지 광고를 통해 사람들의 생각을 바꿔 보려는 시도에 얼마나 많은 돈이 허비되었던가. 일단 어떤 생각이 머릿속에 자리잡게 되면 그것을 바꾸기란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더욱이 광고와 같은 미약한 힘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 얘기로 나를 혼란스럽게 하지 마. 내 마음은 이미 정해졌어.” 이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이다.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은 자신이 모르는 얘기는 잠자코 들을 수 있다(바로 이것이 ‘뉴스’가 효과적인 광고 방법에 속하는 이유다). 그러나 자신이 틀렸다는 말에는 참으려 하지 않는다. 마인드를 바꾸려는 광고가 불행으로 직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
극도로 단순화한 메시지에 대한 포지셔닝 컨셉은 이후 우리의 ‘한 단어 주입’이론으로 발전했다. 그에 따라 볼보(Volvo)는 ‘safety’를, BMW는 ‘driving(주행감)’을, 페덱스(FedEx)는 ‘overnight’을, 크레스트(Crest)는 ‘cavities(구강)’를 주입했다.

3.
‘각인학습(태어나서 바로 몸에 익히는 학습)’ 이란 용어가 있다. 갓 태어난 동물이 그 어미와 처음으로 마나 어미의 특징을 몸에 기억하는 것을 가리키는 생물학 용어다. 새끼가 자신의 기억 속에 어미의 특징을 잊지 않도록 고정시키는 데는 불과 수초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이 각인 학습 덕분에(사람들의 눈에는 오리들이 다 똑같아 보일지 모르나) 태어난 지 하루밖에 안 된 오리새끼일지라도 여러 오리들 가운데서 어김없이 자기의 어미를 분간해낸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언제나 올바르게 진행되는 것만은 아니다. 만약에 각인 과정에서 생김새가 전혀 다른 개나 고양이 또는 사람과 같은 다른 종족을 처음 만난 오리는 그 대체물을 자기의 진짜 어미로 여기게 되기 때문이다.

4.
광고를 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업계에서 최고의 상품을 선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은 첫번째가 되는 것이다.
연애는 두번째가 오히려 멋질지도 모르지만 어느 누구도 북대서양을 두번째로 단독 비행한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 어쩌면 두번째 사람이 더 뛰어난 비행사였는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물론 두번째나 세번째, 혹은 203번째란 문제에 대처하는 포지셔닝전략도 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할 것은 첫번째로 인식될 수 있는 방법을 먼저 찾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큰 연못 속의 작은 고기가 되는 것보다 작은 연못 속의 큰 고기가 되는 것이 (그리고 그 후 연못의 크기를 넓혀나가는 편이) 더 낫기 때문이다.

5.
시장에 새로운 상품 영역을 도입하고자 하는 광고주는 반드시 소비자들의 마인드에 새로운 사다리를 설치해야 한다. 이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새로운 상품 영역을 기존의 상품 영역과 대응하여 포지셔닝시켜야 한다. 제품의 무엇이 새롭고 어떤 점이 다른가에 대해서 기존의 것과 관련되지 않는 한, 소비자의 마인드가 그에 대해 이해할 여지를 갖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상품을 출시하는 경우, 그 상품이 어떠어떠하다는 점을 말하기보다는 그 상품이 어떠어떠하지 않다는 점을 호소하는 게 때로는 더 큰 효과를 발휘한다. 예를 들어, 최초의 자동차는 ‘말(馬)이 없는’ 마차라는 컨셉을 제시했다. 기존의 수송 형태에 대항하는 포지셔닝 전략을 썼고 그러한 전략이 먹혀들었다는 얘기다.

6.
코카콜라의 고전적인 광고 캠페인, ‘진품(The real thing)’은 모든 리더들이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전략이다.
리더 포지션을 확보하는 기본적 요소는 잠재 고객의 마인드에 가장 먼저 침투하는 것이고, 그 포지션을 계속 유지하기 위한 기본적 요소는 고유의 컨셉을 강화하는 것이다. 그 기준에 의해 다른 모든 것들이 판단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렇게 하면 다른 모든 브랜드는 ‘진품’의 모조품이 되는 셈이다.
이는 “우리가 1위입니다”라고 계속 말하는 것과는 다르다. 일반적으로 최대 브랜드가 최대 판매고를 올리는 까닭은 값이 싸거나 혹은 구입하기 쉽다는 등의 이유를 지녔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품’과 같은 것은 마치 첫사랑과도 같아서 소비자의 마인드에서 언제나 특별한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우리가 그 제품을 발명했습니다.” 제록스 복사기를 뒷받침해주던 강력한 동기부여 요인이었다. 폴라로이드 카메라의 경우도 그랬고 지포 라이터 역시 마찬가지였다.

7.
향수를 예로 들어보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향수야말로 브랜드가 섬세하고 여성적일수록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세계에서 가장 잘 팔리는 향수 브랜드는 무엇일까? 알피지(Arpege) 아니면 샤넬 파이브(Chanel No.5)라고? 천만에 말씀. 레브론의 ‘찰리’다. 팬티 차림의 남성 모델을 광고에 쓰면서 남성적인 이름을 붙인 최초의 브랜드였다. 찰리의 성공은 향수 같은 상품 영역에 역설적인 면이 존재함을 입증한다. 업계의 대부분이 한 방향(여성적인 브랜드명)으로 치달을 때, 진정한 기회는 그 반대편(남성적인 브랜드명)에 있기도 한 것이다.
연령도 유용한 포지셔닝 전략 가운데 하나다. 제리톨 강장제는 노인 연령층을 대상으로 삼아 성공한 좋은 예다. 시간도 포지셔닝 전략이 될 잠재적 가능성을 지녔다. 최초의 밤 시간용 감기 치료약 나이퀼(Nyquil)이 좋은 예다. 유통에도 가능성이 있다. 레그스(L’eggs)는 슈퍼마켓과 아울렛 등에 유통된 최초의 양말 브랜드다. 이제 레그스는 리더 브랜드가 되어 수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또하나의 가능성은 대량 이용자 포지션에 있다. “한 잔 이상 마실 때 꼭 맞는 맥주”라는 메시지는 셰이퍼를 맥주 애호가를 위한 브랜드로 포지셔닝시켰다.

8.
포지셔닝은 단순한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을 위한 게임이 아니다. 화이트 위스키가 병에 담긴 것으로는 처음이었는지 몰라도, 중요한 소비자 마인드에서는 ‘최초’가 아니었다. 위스키란 것은 마인드에 이미 브라운, 즉 갈색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어떻게 하얀 위스키를 마시지?” 이것이 소비자가 갖는 생각이었다. 결국 화이트 위스키 프로스트 8/80은 최초의 하얀 맥주였던 밀러 클리어나 최초의 하얀 콜라였던 크리스탈 펩시와 똑같은 전철을 밟았다. 맥주는 옅은 갈색이고 콜라는 진한 홍갈색이다. 마인드에 있는 이러한 색깔을 바꾸려 하는 것은 깊이 뿌리 박힌 인식을 바꾸려는 노력과 다를 바 없다. 그런 인식은 여간해선 바뀌지 않는 것이다. 요즈음 하인즈(Heinz)가 녹색 케첩을 도입하려는 모양이다. 마인드에 있는 케첩은 빨간색인데 말이다.
한 정치가는 이렇게 말했다. “만약에 그것이 오리를 닮았고, 오리같이 걷는다면 나는 그것을 오리라고 부른다.”

9.
비커에 든 일산화이수소를 강제로 마시게 하면 누구나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내겠지만, 컵에 담은 물을 준다면 아마 기분 좋게 마실 것이다. 바로 그것이다. 미각에는 차이가 없다. 차이는 마인드에 있는 것이다.

10.
애틀랜타(코카콜라 본사 소재지) 사람들은 코카콜라를 청량음료로 보지 않는다. 제조자의 입장에서 보면 코카콜라는 기업이며, 브랜드명이고, 하나의 조직이며, 커다란 작업장이다. 그러나 소비자에게 코카콜라는 달고 검은 탄산 음료일 뿐이다. 유리잔에 따른 것이 코카콜라이지, 코카콜라라고 불리는 회사가 만든 콜라 음료가 아닌 것이다.
만약에 코카콜라를 구할 수 없다면, 또는 다른 브랜드가 매우 저렴하다면, 소비자는 다른 제품을 살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경우에도 코카콜라는 소비자의 마인드에 여전히 확고한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11.
예상 매출 : 시장의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상품에는 기업명을 붙여서는 안 된다. 규모가 작은 상품에는 괜찮다.
경쟁 : ‘진공’광도 같은 경쟁 공간에 들어갈 때는 브랜드에 기업명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혼잡하고 붐비는 경쟁 공간에 들어갈 때에만 사용해야 한다.
광고 지원 : 광고 예산을 많이 잡은 브랜드에는 기업명을 써서는 안 된다. 예산이 적은 브랜드에 써야 한다.
중요성 : 혁신적인 제품에는 기업명을 써서는 안 된다. 화학제품과 같은 일상 용품에 써야 한다.
유통 : 진열대에 놓고 판매하는 품목에는 기업명을 써서는 안 된다. 판매 대리점을 통해 판매하는 품목에 써야 한다.

12.
두 종류의 사람이 직업을 얻고자 찾아왔다고 하자. 한사람은 자기의 전문성에 대해 자신만만하다. “귀사에는 정말 제가 필요합니다. 귀사에 취약한 부분이 바로 제 전문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또 한 사람은 정반대의 유형이다. “저의 전문 분야에서 귀사는 매우 강합니다. 귀사의 성과는 정말 뛰어납니다. 저는 최고와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어느 유형이 직장을 얻기 쉬울까? 물론 후자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경영진들은 전자를 더 자주 만나게 된다. 전문가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 높은 직위와 거기에 걸맞은 급료를 바라는 사람들 말이다.

13.
그의 이름은 레이 크록(Ray Kroc)이었다. 그는 이미 중년을 넘긴 나이였고, 아무 데서도 인정받지 못하는 실패자였다. 그러다가 마침내 그의 인생을 바꿔준 두 형제를 만나게 되었다. 그 형제들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었으나 신념이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의 아이디어와 함께 자기들의 이름까지 헐값에 크록에게 넘겼다. 그 후 레이 크록은 미국 최고의 갑부 가운데 한 사람이 되었다.
그 형제는 누구였을까? 맥도널드 형제였다. 앞으로 맥도널드 햄버거를 먹을 때는, 맥도널드 체인을 성공으로 이끈 것은 한 아웃사이더의 비전과 용기 그리고 인내였음을 기억해주길 바란다. 맥도널드라는 이름을 가진 형제가 이룩한 일이 아니었다.

잭 트라우트. 앨 리스 지음
안진환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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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모셔널 프로그램은 브랜드에 내재된 기호를 발견하여 브랜드와 브랜드의 관계성을 발견함으로써 소비자 개개인의 잠재적인 니즈에서 시장의 트렌드까지 읽어낼 수 있는 ‘마케팅 인터페이스’를 말한다.

2.
<기호사회의 소비>에는 기호론의 3가지 특징이 해설되어 있다. 우선 그 첫 번째 특징은 ‘기호론은 문화의 과학’이라는 것이다. 과거 문화의 영역에는 비평, 평론만이 존재했지만 문화와 과학이 접목될 수 있다는 사고의 전환이 이루어진 것이다. 두 번째는 ‘기호론은 심층 분석’이라는 것으로, 기호현상의 심층에 숨겨져 있는 의미를 분석하는 것이라고 해설하고 있다. 표층만으로는 보이지 않는 소비행동이나 상품의 움직임을 기호론적으로 접근해 깊이 파고듦으로서 발견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세 번째, ‘기호론이란 의미 분석’이라는 것으로, 기호론은 소비행동이나 상품을 의미로 받아들이는 데 공헌한다는 것이다.

3.
새로운 자동차를 개발하는데 자동차 시장만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는다. 오히려 패션이나 시계, 가방 등과 같은 다른 카테고리에 속하는 브랜드들의 관계성을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거기에 감성의 경향을 더해가다 보면 타깃이 만족할 수 있는 자동차의 요건을 갖출 수 있다.

4.
니치 비즈니스(Niche Business) : 니치 비즈니스는 요즘 기업계에 유행하는 신조어로 완전한 하나의 틈새시장을 위해 개발된 사업을 말합니다.
경합 : 서로 맞서 겨룸. ‘겨룸’, ‘견줌’, ‘경쟁’, ‘다툼’으로 순화.

5.
Authentic Stage
Refind Stage
Free Stage
Modern Stage
Performance Stage
Traditional Stage
Pretty-Ivy Stage
Casual Stage
Pop-Casual Stage

6.
누구도 싫어하지 않는 상품이 언제나 매스 마켓의 지지를 얻는다고는 말할 수는 없다. 모두에게 똑같이 어필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도 어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과 같은 것이다. 누구도 싫어하지 않는 상품을 만든다는 것보다는 누군가가 확실하게 좋아하는 상품을 만들어야만 할 것이다. 타깃을 좁게 설정한다는 것은 대상으로 하는 시장을 좁게 설정한다는 것과 다른 의미다. 유행은 감성이 높고 정보발신능력이 높은 소비자인 이노베이터, 얼리 어댑터로부터 얼리 메저러티를 경유해 레이트 메저러티의 순으로 퍼져나가게 된다고 한다. 이노베이터, 얼리 어댑터로 형성된 리더의 시장 자체는 그렇게 큰 것이 아니지만 그들로부터 영향을 받은 시장은 몇 배의 크기로 확장되는 것이다.

사카이 나오키 지음
정보공학연구소 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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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위프트(Swift : 1667~1745. 영국의 풍자 작가)가 쓴 ‘걸리버 여행기’에 보면 ‘주의를 환기시켜 주는 사람’이 나온다. 걸리버에 의하면 라퓨타 사람들 중에는 언제나 심오한 사색에 잠겨 있는 철학자들이 있는데, 그들은 주의를 환기시켜 주는 사람이 발성기관이나 청각기관을 직접 만져주지 않으면 이야기를 할 수도 없고 또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도 없다고 한다. 그래서 형편이 나은 집에서는 주의를 환기시켜 주는 사람을 하인으로 고용한다고 한다. 왜냐하면 그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밖으로 나갈 수도 남의 집을 방문할 수도 심지어 산책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깊은 사색에 빠져 있다가 어떤 위험에 부딪쳤을 때, 주의를 환기시키는 사람이 눈꺼풀을 가볍게 건드려 그것을 알려주지 않으면 벼랑에서 떨어지거나 기둥에 머리를 부딪칠 수도 있는 것이다.

2.
“시간을 잘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주면 그에 합당한 사례를 하지요.”
“그 날 해야 할 일을 적어놓고 그 중요도에 따라 일련번호를 매기십시오. 그럼 다음 1번의 일부터 시작하여 그 일이 끝날 때까지는 그 일에만 전념하십시오. 1번의 일이 끝난 뒤에 2번의 일을 하십시오. 이때, 전체적인 계획에 차질이 생기더라도 반드시 우선순위에 따라 일을 처리해야 합니다. 이것을 습관화하는 것이 바로 시간관리의 비결입니다.”

3.
고대 철학자의 전기를 쓴 디오게네스는 기원전 6~7세기의 칠현인의 한 사람인 탈레스와 이러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바로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세상에서 가장 쉬운 것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바로 남에게 충고하는 것이다.”
“그러면 가장 즐거운 것은 무엇입니까?”
“목적에 도달하는 것이다.”

4.
학들이 새로 심은 옥수수를 훔쳐 먹는 것에 화가 난 농부가 밭에 그물을 쳤다. 자기가 쳐놓은 올가미를 살피러 갔을 때, 농부는 학 몇 마리가 걸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런데 거기에는 황새도 한 마리 포함되어 있었다.
황새는 빌었다. “아저씨, 제발, 저를 죽이지 말아주세요. 저는 아저씨 옥수수를 전부 먹어치운 욕심꾸러기 학이 아니에요. 저는 황새예요. 착하고 효성 깊은 새죠. 늙으신 부모님을 돌보고 있어요. 저는…….”
그러나 농부는 황새의 말을 잘라버렸다. “네가 하는 말이 모두 사실일지도 모르지. 그렇지만 나는 네가 내 곡식들을 망쳐놓은 놈들과 함께 있다가 잡혔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뿐이야. 그러니까 안됐지만 너도 너와 함께 잡힌 새들과 똑같은 운명에 처해져야 할 것 같구나.”

인생을 자신있게 사는 47가지 지혜
필립 체스터필드
진형욱 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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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셰키 : 한 남자가 병원에 가서 “선생님, 이렇게 하면 통증이 옵니다.”하고 말했단다. 그 말을 들은 의사가 뭐라고 대답했을 거 같으냐?
벤 : “그럼, 그렇게 하지 마세요.”
셰키 : 그래, 바로 그거란다! 자, 그럼 다음 비밀에 대해 얘기해 보자꾸나. 어느 날 사무실에 걸어 들어가던 한 남자가 펭귄이 서 있는 걸 보았지. 사내는 깜짝 놀라서 어찌할 바를 몰라 하다 사장실로 펭귄을 데려가 물었지. “사장님, 이 펭귄을 어떻게 할까요?” 직원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사장은 이렇게 대꾸했단다. “이런 멍청한 놈, 동물원으로 데려가면 되잖아!” 며칠 뒤 길을 가던 사장은 그 직원이 여전히 펭귄을 데리고 있는 모습을 보았지. 충격을 받은 사장은 사내에게 “동물원에 데려다 주라고 얘기했을 텐데!” 하고 말했어. 사장을 쳐다보던 직원이 뭐라고 했겠니?
벤 : “동물원에 데려가서 정말 멋진 시간을 보냈습니다. 오늘은 야구장에 데려갈 겁니다.”
셰키 : 이렇게 잘 맞추다니. 네가 자랑스럽구나.
벤 : 셰키 삼촌, 고마워요.
셰키 : 자, 이제 마지막 비밀이란다. 오하이오 출신의 한 여자가 맨해튼 시내를 거닐고 있었지. 길을 잘 몰라 헤매고 있었는데, 바이올린 가방을 들고 가는 남자를 보았지. 그 여자는 곧장 남자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어. “실례지만, 어떻게 하면 카네기홀에 갈 수 있나요?” 남자는 뭐라고 대답했을까?
벤 : “연습하고, 연습하고, 또 연습하는 겁니다.”
셰키 : 그래, 바로 그거야! 이것들이 바로 리마커블해지기 위한 세 가지 방법이지.
벤 : 전 아직 무슨 말씀인지 잘 모르겠어요.
셰키 : 고통스럽게 하는 일은 멈추고 좋아하는 일을 하라. 권력을 가진 자의 말을 무시하라. 그리고 가장 중요한건…….
벤 : 연습하고, 연습하고, 또 연습하라.

2.
길을 가다 마주치는 초등학생을 붙잡고 아이작 뉴턴에 대해 물어보면 한결같이 중력을 발견했다고 대답할 것이다. 물론 뉴턴은 그런 일을 하지 않았다. 뉴턴이 발견해 낸 것은 미적분과 반사 망원경이다. 뉴턴이 중력을 발견했다는 명성을 얻게 된 것은 ‘중력’이라는 단어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결코 머리에 사과가 떨어진 적은 없지만, 뉴턴의 머리에는 중력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뉴턴은 미적분과 연금술 공부에 많은 시간을 쏟았으나 중력을 발견한 것으로 유명해졌다. 왜 그럴까? 이름을 붙였기 때문이다. 그는 중력이라는 이름을 생각해 냄으로써 우리에게 중력을 이용할 수 있는 힘을 주었다. 무언가에 이름을 지어 주면 조직은 변화한다. 이름을 갖게 되면 당신의 동료들은 그 무언가를 측정할 수가 있다. 이름을 갖게 되면 당신의 동료들은 그 무언가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 이름을 갖게 되면 당신의 동료들은 그 무언가를 없애 버릴 수도 있다.

3.
1989년 9월 몇몇 반체제 인사가 동독의 라이프치히에 모여 어떤 이유로 시위를 벌였으나 지역 경찰은 시위대를 막지 않았다. 다음날 옆 마을에서 다른 사람들이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라이프치히의 시위대가 경찰의 저지를 받지 않았다는 사실에 고무되어 조금 더 큰 규모로 시위를 했다. 그리고 이 마을의 경찰 역시 라이프치히의 경찰이 시위를 진압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시위를 막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여 그들을 저지하지 않았다. 다음날이 되자 또 다른 옆 마을에서 한층 큰 규모의 시위가 일어났고 경찰을 더욱 수동적으로 대치했다. 이런 식으로 시위의 범위와 규모가 점점 확대되어 동독 전체로 번져 갔고 경찰은 점점 수동적으로 대응하여, 마침내 1989년 10월 동베를린 거리 곳곳에 100만 군중이 모이게 되었다. 그리고 경찰이 손을 놓고 앉아 구경하는 동안 동베를린에 모인 군중은 베를린 장벽을 허물어 버렸다.
베를린 장벽의 붕괴는 우리가 평생 동안 보게 될 어떤 일보다도 가장 큰 변화일 것이다. 그러나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는 데는 고작 한 달이 걸렸고 그나마 비용은 전혀 들지 않았다. 또한 그 누구도 혁명의 발원지가 되리라고 생각지 못했던 작은 마을의 몇몇 사람이 베를린 장벽의 붕괴라는 거대한 변화의 출발점이 되었다.

4.
일본의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20년 전 품질 개선을 위해 새로운 기법을 도입했다. 이들은 미국의 자동차 제조업체들처럼 조립을 하다가 부품의 크기가 맞지 않으면 버릴 수 있도록 조립 라인에 여분의 부품들을 올려 두는 대신 전혀 다른 해결 방안을 생각해 냈다. 이들이 도입한 새 시스템 하에서는 부품의 크기가 딱 들어맞지 않으면 새로운 부품이 도착할 때까지 조립 라인 전체가 멈춘다.
미국인들은 일본의 이 시스템을 비웃었다. 조립 라인을 멈추지 않고 가동할 때 효율적으로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당시 많은 미국인은 일단 자동차를 완성한 다음 품질이 좋지 않을 경우 그때 고치면 된다고 믿었다.
그러나 도요타와 혼다는 전체 조립 라인을 멈춤으로써 모든 직원과 납품업체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고 믿었다. 물론 조립 라인이 멈추는 경우가 그리 자주 있지는 않았다.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생산 공정 자체가 중단되는 것을 원하는 사람은 당연히 없기 때문에 자연히 부품의 품질이 개선되었다. 부품의 질이 개선되자 자동차의 질도 개선되었다. 이 새 기법을 도입한 다음에는 출고 후 재작업을 필요로 하는 자동차 수가 현저하게 감소했다.

5.
가끔 저글링을 가르칠 기회가 있다. 사람들은 세 개의 공을 가능한 한 빨리 던지고 받는 방법을 배우고 싶어한다. 그리고 대부분 공중에 떠 있는 공을 놓치지 않고 받는 것에 온 신경을 집중한다. 공을 아무렇게나 던진 다음 놓치지 않고 받아 내려고 쩔쩔매는 것이다. 공이 하나라도 바닥에 떨어지면 실패가 되니 잡으려고 애쓰는 것은 당연하다. 저글링 초보자들은 연습만 하면 공을 잘 잡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당신의 동료들은 스스로 저글링에 능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주위를 돌아보라. 사람들은 서둘러서 이 일 저 일을 한꺼번에 해결하고, 어떤 일도 마감 기한을 넘기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이것은 진정한 저글링이 아니다. 그저 미친 사람처럼 정신없이 허둥댈 뿐이다. 그렇다면 저글링을 잘해 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서둘러서 일을 해결하고 긴급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으며, 그런 사람들은 그다지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사실 저글링에서는 공을 잘 받는 것보다 잘 던지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공을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신경을 온통 집중한다고 저글링을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저글링을 잘하려면 공을 던지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공을 잘 던지기만 하면 공을 받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동시에 세 가지 혹은 마흔다섯 가지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서두른다고 땅에 떨어지려는 공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한번 잘못 던진 공을 붙잡을 수는 없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반대로 일단 공을 제대로 던지기만 하면 특별한 노력 없이도 공을 쉽게 받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리마커블해지는 비법 중 하나다. 받는 방법에 대해 걱정하느라 많은 시간을 허비할 필요는 없다. 그런 걱정은 동료들에게 맡겨 두고 공을 가장 잘 던지는 사람이 되어야한다. 공을 잘 던지게 되면 누구도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없다. 조직은 공을 잘 던지는 사람을 필요로 한다.

6.
태평양에 있는 이스터섬의 신비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고고학자들은 오래전에 농경지로 사용되던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에 돌이 뒤덮여 있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 한 번이라도 시골의 논밭에서 돌을 골라내며 여름을 보내본 사람은 돌이나 나무 그루터기 따위가 없는 경작지가 최고의 경작지며, 쟁기질이나 추수를 하기에 수월하다는 사실을 잘 알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스터섬의 고대 경작지에는 쉽게 치워 버릴 수 있는 돌이 가득한 것일까?
전 세계 과학자들은 페루, 중국, 뉴질랜드, 이스라엘 등지에 있는 수확률 높은 경작지에는 돌이 가득하다는 사실을 밝혀 냈다. 돌을 심어 두면 사막처럼 강우량이 적고 건조한 지역도 생산성이 높은 농경지로 바뀔 수 있다. 돌은 낮 동안 태양 광선을 흡수하여 땅의 온도를 상승시켜 주고 밤이 되면 열을 방출한다. 또한 이슬을 모아서 수분 주머니를 형성할 뿐 아니라 표토가 바람에 쓸려 가는 것을 어느 정도 막아주고 비료 역할까지 한다.
아나사지 인디언의 농경 기법을 연구한 결과, 돌을 심었더니 이 부족에서 농사짓던 곡물 16종의 수확량이 모두 증가했다. 평균 증가량은 무려 400퍼센트나 되었다. 돌이 방해물이 되기는커녕 몇몇 문명권에서는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중요한 원인이었던 것이다.
조직은 대개 방해물을 없애고 기여도가 낮다고 여겨지는 요소들을 제거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이고자 한다. 그 목표는 깨끗하고 쟁기질을 하기 쉬우며 정돈된 경작지를 만드는 데 있다. 어쩌면 정말 나 혼자만의 생각일 수 있으나 그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
지금까지 제거해 온 돌멩이들은 모두 어디에 있는가? 그 돌멩이들을 제자리에 되돌려 놓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7.
혁명적인 새 아이디어가 나올 때마다 그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최초의 제품은 실패했다. 누군가 다른 사람이 미래를 염두에 두고 아이디어를 다듬고 다시 시도할 때 비로소 진정한 잠재력이 발현된다. 첫 번째 시도가 충분하지 못했다거나 사람들이 그 가능성에 흥분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다. 최초의 제품이 충분히 뛰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아이디어에 대한 두 번째로 좋은 반응은 ‘전에 누군가 시도했었지. 별 문제 없던걸’ 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좋은 반응은 ‘전에 누군가 시도했었지. 하지만 성공하지 못했어. 자, 우리가 좀 더 잘해 보자고’ 라고 하는 것이다.

8.
우선 파트너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물어보아라.
그런 다음 원하는 것을 주어라.
만족스러웠는지 물어보라.
만족스러웠다고 대답하면 다시 해주어라.
,
1.
시간에 의한 분리 (Separation in Time)
러시아는 기온이 전반적으로 낮아 지반이 단단히 얼어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우 건물의 기초공사에 해당하는 말뚝을 땅속에 박을 때 말뚝의 끝은 뾰족해야 한다. 하지만 끝이 뾰족한 경우 말뚝은 박히고 난 뒤 쉽게 빠지거나 흔들흔들하여 안정적인 말뚝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다. 즉 말뚝의 끝은 뾰족하여야 하지만 동시에 뾰족하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물리적 모순인데 다음과 같은 해결책이 존재한다.
말뚝의 끝 부분에 다이너마이트를 설치하여 말뚝이 들어갈 때는 뾰족하고 말뚝이 다 들어간 후에는 다이너마이트를 폭파시켜 말뚝의 끝이 불규칙적인 모양이 되게 하면 말뚝이 안정되게 땅 밑에 박혀 있게 되는 것이다. 쉽게 들어가지만 절대 뽑히지 않는 완벽한 말뚝이 된 것이다. : 56

2.
40 Principles
1. 분할 Segmentation _ 쪼개어서 사용한다.
2. 추출 Extraction _ 필요한 부분만 뽑아낸다.
3. 국부적 품질 Local Quality _ 전체를 똑같이 할 필요 없다.
4. 비대칭 Asymmetry _ 대칭이라면 비대칭으로 해본다.
5. 통합 Consolidation _ 한 번에 여러 작업을 동시에 한다.
6. 다용도 Multifunction _ 하나의 부품을 여러 용도로 사용한다.
7. 포개기 Nesting _ 안에 집어넣기.
8. 공중부양 Counterweight _ 지구중력으로부터 무게를 적극적으로 피한다.
9. 사전반대조치 Preliminary Counter Action _ 미리 반대방향으로 조치를 취한다.
10. 사전조치 Preliminary Action _ 미리 조치한다.
11. 사전예방조치 Preliminary Compensation _ 미리 예방 조치를 취한다.
12. 굴리기 Equipotential _ 들어서 옮길 필요가 없다.
13. 역방향 Do It Reverse _ 반대로 해본다.
14. 곡선화 Curvature Increase _ 직선을 곡선으로 바꾸어 본다.
15. 자유도증가 Dynamicity _ 부분, 단계마다 자유롭게 움직이기.
16. 초과나 부족 Partial or Excessive _ 지나치게 해버리거나 부족하게 한다.
17. 차원변화 Dimension Change _ X, 혹은 Y 축 등으로 차원을 바꾼다.
18. 진동 Vibration _ 진동을 이용한다.
19. 주기적 작용 Periodic Action _ 연속적으로 하지 않고 주기적으로 한다.
20. 유용한 작용의 지속 Continuity of Useful Action _ 유용한 작용을 쉬지 않고 지속한다.
21. 급히 통과 Rushing Through _ 유해하다면, 빨리 진행해 버린다.
22. 이이제이 Convert Harmful to Useful _ 유해한 것은 좋은 것으로 바꾼다.
23. 피드백 Feedback _ 피드백을 도입한다.
24. 중간 매개물 Intermediary _ 직접 하지 않고 중간 매개물을 이용한다.
25. 셀프서비스 Self service _ 스스로 기능이 수행되게 한다.
26. 복사 Copy _ 불편하고 복잡하고 비싼 것 대신 간단한 것으로 복사한다.
27. 값싸고 짧은 수명 Cheap Short Life _ 한번 쓰고 버린다.
28. 기계시스템의 대체 Replacing Mechanical System _ 기계적 시스템은 광학, 음향시스템 등으로 바꾼다.
29. 공기 및 유압사용 Pneumatics and Hydraulics System _ 공기나 유압을 사용한다.
30. 박막 Flexible Membrane and Thin Film _ 얇은 막 필름을 사용한다.
31. 다공성 물질 Porous Material _ 구멍이 숭숭 뚫린 물질을 사용한다.
32. 색깔변화 Changing Color _ 색깔 변화 등 광학적 성질을 변화시킨다.
33. 동질성 Homogeneity _ 기왕이면 같은 재료를 사용한다.
34. 폐기 및 재생 Refection And Refeneration _ 다 쓴 것은 버리거나 복구한다.
35. 속성변화 Parameter Change _ 물질의 속성을 변화한다. 실험계획법을 사용하여 최적화 한다.
36. 상태 전이 Phase Change
37. 열팽창 Thermal Expansion
38. 산화제 Oxidant _ 반응의 속도를 증가시킨다.
39. 불활성 환경 Inert Environment
40. 복합재료 Composite Material

3.
39 Technical Parameters
1. 움직이는 물체의 무게_ Weight of moving object
2. 움직이지 않는 물체의 무게_ Weight of non-moving object
3. 울직이는 물체의 길이_ Length of moving object
4. 움직이지 않는 물체의 길이_ Length of non-moving object
5. 움직이는 물체의 면적_ Area of moving object
6. 움직이지 않는 물체의 면적_ Area of non-moving object
7. 움직이는 물체의 부피_ Volume of moving object
8. 움직이지 않는 물체의 부피_ Volume of non-moving object
9. 속도_ Speed
10. 힘_ Force
11. 응력 또는 압력_ Tension/Pressure
12. 모양_ Shape
13. 물체의 안정성_ Stability of Composition
14. 강도_ Strength
15. 움직이는 물체의 작용 지속 시간_ Durability of moving object
16. 움직이지 않는 물체의 작용 지속 시간_ Durability of non-moving object
17. 온도_ Temperature
18. 밝기_ Brightness
19. 움직이는 물체에 의해 사용된 에너지_ Energy spent by moving object
20. 움직이지 않는 물체에 의해 사용된 에너지_ Energy spent by non-moving object
21. 동력_ Power
22. 에너지 손실_ Waste of energy
23. 물질의 손실_ Waste of substance
24. 정보의 손실_ Loss of information
25. 시간 손실_ Waste of time
26. 물질의 양_ Amount of substance
27. 신뢰성, 내구성_ Reliability
28. 측정의 정확도_ Accuracy of measurement
29. 제조의 정밀도_ Accuracy of manufacturing
30. 물체에 작용하는 유해 요소_ Harmful factors acting on object
31. 유해한 부작용_ Harmful side effects
32. 제조의 편의성_ Manufacturability
33. 사용의 편의성_ Convenienve of use
34. 유지 보수의 편이성_ Repairability
35. 적응성_ Adaptability
36. 장치의 복잡성_ Complexity of device
37. 조종의 복잡성_ Complexity of control
38. 자동화 정도_ Level of automation
39. 생산성_ Productivity

4.
회전하는 막대는 대개 그 끝 부분이 고속으로 회전할수록 심하게 떨리게 된다. 이러한 떨림을 막기 위해서 그림에서는 기계적 진동의 원리를 이용하고 있다. 회전하는 막대의 끝 부분에 두 개의 구슬을 그 구슬의 직경보다 약간 더 큰 공간에 놓아둔다. 막대가 회전하면서 구슬 두 개도 벽에 부딪히면서 심하게 요동치는데 그 요동치는 주파수가 회전하는 막대의 흔들리는 주파수와 교묘히 맞아 떨어져서 회전하는 막대의 떨림을 상쇄시켜 주고 있다. : 147

5.
신생아의 경우 호흡곤란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있다 아주 가끔이지만 자신의 호흡주기를 놓치거나 혼란스러워 혼흡 곤란을 겪게 된다. 성인이 물먹다가 얹히는 경우와 비슷하다. 이러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아기의 호흡과 같은 주기로 미세한 소리를 내는 인형을 아기의 옆에 놓아 주면 아기가 자연스럽게 호흡의 주기를 놓치지 않게 된다.

6.
자동차 앞 유리(windshield) 운반도중의 파손을 방지하기 위하여 충분히 튼튼한 포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충격흡수를 위한 두꺼운 판지(cardboard)에도 불구하고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운반자들에 의해 유리가 파손되는 경우가 많다. 어떤 해결책이 있을까?

기존의 판지를 이용한 포장은 내용물을 볼 수가 없었기에 단순한 경고 문구로만으로는 운반자들로 하여금 주의를 기울이게 하기 어려웠다. 그림과 같이 투명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내용물이 깨어지기 쉬운 유리라는 점을 충분히 알 수 있게 하였다. 이후에 운반자들은 자신들이 다루는 것이 깨지기 쉬운 유리라는 점을 알게 되고 자연히 주의깊게 물건을 다루게 되어 파손이 줄어들었다. : 198

7.
필라멘트(filament)의 온도가 아주 높은 고온이면 백열전구는 태양빛에 가까운 백색 빛을 발생한다. 하지만 높은 고온에서는 필라멘트 금속자체의 증발 속도가 빠르기에 일반적으로 필라멘트가 낮은 온도를 유지하고 따라서 백색 빛 대신 노르스름한 빛을 만들어 낸다. 전구 내에 브롬(bromine, Br)을 소량 첨가한다. 높은 온도의 필라멘트에서 증발된 텅스텐 원자들은 전구의 벽면에 붙게 되고 여기에 브롬원자가 가세하여 텅스텐-브롬 화합물이 만들어진다. 이 화합물은 다시 증발되어 온도가 높은 지역으로 이동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기에 필라멘트의 높은 온도영역으로 이동한다. 여기서 화합물이 분해되어 텅스텐은 원래 자리인 필라멘트에 붙게 되고 브롬은 다시 전구의 벽면으로 향하게 된다. : 202

8.
겨울날 빙판에서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서 신발 바닥에 못이 박힌 특별한 신발이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표면에서는 박힌 못 때문에 걷기가 힘들어진다. 그림과 같이 형상기억합금이 신발바닥에 설치되어 있다.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면 신발바닥의 형상기억합금이 튀어나와 얼음바닥 등에서 미끄러지지 않게 해 주고 다시 기온이 영상으로 돌아오면 신발내부로 못이 들어가게 된다. : 206

9.
석유제품을 보관하고 있던 탱크를 분해하려고 용접기로 잘라내고 있다. 비록 석유제품은 비웠지만 표면이나 탱크내부의 공기 중에 휘발성성분이 다량 남아있기에 용접작업을 위해서는 안전조치가 취해져야 한다. 그림과 같이 드라이아이스를 탱크의 밑바닥에 계속적으로 떨어뜨리면 탱크 안에 불활성가스인 이산화탄소가 생성되어 용접작업을 하더라도 폭발이 일어나지 않는다. 질소를 뿜어 줄 수도 있지만 고체덩어리인 드라이아이스를 투입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 216

10.
세계7대 불가사의 중의 하나인 알렉산더 등대에 관한 예이다. 당시의 등대 건축가는 위대한 건축물에 자신의 이름을 남기고 싶어 했다. 하지만 대왕의 업적을 상징하는 등대에 자신의 이름을 남긴다면 극형을 면하기 어려웠다. 건축가는 어떠한 방법을 사용하였을까?
건축가는 등대의 윗부분에 우선 자기 이름을 새겨 놓은 후 그 위에 페인트칠을 하였다. 그래서 50년 정도 지나면 자신의 이름이 등대 상단에 나타나게 하였다고 한다.

11.
통계적으로 심리적 관성을 깨는 예로서 다음의 문제를 풀어 보자. ‘축구장에 선수와 심판을 포함 한 25명 중, 생일이 같은 사람이 있을 확률은 얼마일까?’
아마 많은 사람이 2% 혹은 7% 정도의 확률을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57%이다. 1년이 3백65일인 점을 감안할 때 3백66명은 모여야 57%정도 되지 않을까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이러한 것이 통계적으로 극복되어야할 심리적 관성이다.
이 문제의 경우 2명의 생일이 같거나 3명 이상의 생일이 일치해도 되며, 생일이 같은 쌍이 여럿 나올 수도 있어 상당히 복잡하다. 이럴 때는 반대로 생일이 모두 다른 경우를 고려하면 훨씬 간편하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과 생일이 다를 확률은 364/365 이다. 그 다음 사람의 생일이 앞의 두 사람과 다를 확률은 363/365 이다. 이런 식으로 하면 25명의 생일이 모두 다를 확률은 364/365 x 363/365 x … 341/365 을 계산한 약 0.43이다. 따라서 25명 중 생일이 같은 사람이 있을 확률은 1에서 0.43을 뺀 0.57, 즉 57%가 된다.

12.
유리잔 속에 들어 있는 물을 비우는 문제가 있다. 단 유리잔을 움직이거나 깨뜨릴 수 없다. 이러한 경우에 여러 방법이 제시될 수 있다. ‘빨대를 이용한다’, ‘돌을 채워서 물을 넘치게 한다.’, ‘끓여서 증발시킨다’ 등이 있다. ‘빨대를 이용한다’는 아이디어는 어떤 고정점, 개념을 가지고 있을까? ‘도구를 이용하여 액체를 빨아낸다’가 고정점이다. 이러한 고정점이 형성되면 이 고정점을 중심으로 다양한 대안들이 쏟아진다. ‘티슈를 적셔서 꺼낸다’, ‘주사기를 이용한다’, ‘스포이드를 이용한다’ 등이다.

13.
무작위 투입이란 특정 단어를 무작위로 선정하여 아이디어 생성에 이용한다는 것이다. ‘항공기 기내 서비스’라는 초점이 있으면 주위에 있는 신문이나 책을 뒤져 아무 단어나 하나 선정한다. 예를 들어 ‘감옥’이 선정되었다면 항공기 기내 서비스라는 문제에 대해 감옥과 연관시켜 아이디어를 만드는 것이다. 이 방법은 비논리적으로 보이지만 실제 지난 30여 년간 상당한 효과를 발휘함으로서 많은 사람들에 의하여 인정되어지는 방법이다.

14.
도발이란 이치에 맞지 않는 생각을 제시한다는 뜻이다. ‘포(PO)'라는 말은 도발적 행동(Provocative Operation)의 약자이다. 다음과 같이 말한다.
“PO 자동차는 네모난 바퀴를 가져야 한다.”
“PO 음식점의 음식 값을 손님이 내키는 대로 낸다.”
이러한 아이디어들은 분명 이치에 맞지 않는 말들이다. 그래서 ‘말도 안되는 소리’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스쳐지나갈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두뇌가 곧 바로 이 생각을 버리는가? 아니다. 이러한 이치에 맞지 않는 생각을 최종적으로 버리기 전에 어떤 작용을 하고 있다. 어떤 작용일까? 그러한 아이디어를 최대한 합리화하려고 시도하는 작용이다. 결국 합리화가 되지 않으면 버리게 되고 두뇌가 편안함을 회복하지만, 만일 어떤 이유로 합리화가 이루어진다면 우리의 두뇌는 이것을 받아들이고서 편안함을 가지게 된다. 이렇게 받아들이는 순간, ‘창의성’이 발현된다. 이렇게 받아들이는 작용을 ‘이동’이라고 한다. 이동이 완료되는 시점에 창의성이 발현된다.

15.
알버트 센트 조르지는 이것을 다음과 같이 아주 적절하게 표현했다.
“발견이란 모든 사람이 본 것을 보고, 모든 사람이 생각하지 못한 것을 생각하는 것이다.”

생각의 창의성
김효준
,
1.
미국 부모들은 용변 가리는 훈련을 대단히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어떤 부모는 이 훈련을 너무 중요하게 여겨 자녀가 첫돌을 막 지난 때부터 시작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생후 8개월부터 용변 교육을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언제 훈련을 시작하느냐에 관계없이 부모들은 용변 교육에 관한 책과 비디오를 사들이고 심리학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용변 교육은 아이의 사회성을 길러주는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함께 자동차 여행을 할 때나 유치원에 입학시킬 때 등 모든 순간에 영향을 미친다. 물론 앞으로 기저귀를 갈아주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찾아오는 가슴 설레는 해방감과도 관련이 있다.
어쨌든 용변 교육을 마친 아이들에게는 다양한 반응이 일어난다. 일단 아이가 혼자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더 구체적으로 말해 화장실과 ‘화장지’를 혼자 사용할 수 있게 되면-놀라운 일이 일어난다. 아이는 화장실의 문을 걸어 잠글 수도 있고, 안에 있으면서 부모가 부르는 소리를 무시하기도 한다. 아이의 용변 교육을 성공적으로 마친 것을 기뻐하는 부모로부터 칭찬과 선물을 받기도 한다.
그러니까 문제는 화장실 자체가 아니라 화장실 내에서 사용하는 ‘화장지’와 관련이 있다. 어릴 때 화장실을 사용하려면 용변이 끝날 때까지 부모가 함께 앉아 있다가 뒤를 닦아주어야 한다. 그런데 화장지를 혼자서도 잘 사용할 수 있게 된 아이들은 더 이상 부모의 손길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독립과 자유로움을 느낀다. 용변 교육과 관련된 이러한 어린 시절의 각인이 너무 강한 탓에 미국인의 화장지에 대한 코드는 ‘독립(INDEPENDENCE)'이다.

2.
노르망디 농민들은 기묘하고도 불쾌한 의식을 한 가지 갖고 있다. 이 의식은 그들이 각인을 본능적으로 이해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동시에 그것을 잘못 이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 가정에서 맏아들의 일곱 번째 생일이 되면, 아버지는 아이를 자신의 소유지로 데리고 나가 토지의 모퉁이를 전부 밟게 한다. 그리고 모퉁이를 밟을 때마다 아들을 때린다. 이러한 의식은 혐오스럽고 부자관계에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지만, 아이로 하여금 소유지의 경계를 감정적으로 매우 깊이 각인하도록 하는 데는 효과가 있다. 또한 아버지는 이런 경험을 한 아들이 장차 물려받을 토지의 경계를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안다.

3.
언론인인 잭 밀러(Jack Miller)는 이렇게 썼다.
“기상천외하고, 우리와 전혀 다르고,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심오한 현실을 사는 창조적인 예술가들은 그들의 능력과 천재적 재능에 대해 찬사와 보살핌, 인정을 받을 자격이 있다. 다양성 만세!”

4.
미국 문화에서는 섹스와 폭력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은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남자들은 여자와 잠자리를 같이할 때 ‘명중시켰다’거나 ‘쐈다’는 말을 한다. 그리고 여자들은 남자가 배신을 하면 성기를 잘라버리겠다는 농담을 한다. 고등학교와 대학교 캠퍼스에는 ‘강간용 마약’이 널리 퍼져 있다. 독신자들이 주로 찾는 클럽은 ‘정육점’이라고 표현되고 있다.

5.
내가 젊은 시절 심리치료사로 일할 때, 한 여인이 과체중인 10대 딸을 데리고 진료를 받으러 왔다. 그 여인은 내게 딸의 ‘잘못된’ 습관을 찾아내고 식습관 문제의 심리학적 원인을 찾아내줄 것을 원했다. 나는 모녀와 함께 대화를 나눈 다음 소녀와 따로 여러 차례 면담을 가졌다. 개인면담에서 소녀는 사춘기가 되어 가슴이 부풀기 시작할 때까지 체중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문제가 생긴 것은 어머니의 남자친구가 소녀에게 접근해 더러운 짓을 시작한 때부터였다. 그러다가  그 사내는 소녀가 뚱뚱하게 살이 찌자 비로소 희롱하는 짓을 그만두었다. 소녀의 입장에서는 이제 만사가 해결된 것이다.
나는 소녀의 어머니를 개인적으로 만나 딸의 비만이 그 사내와 관령이 있다는 이야기를 해줬다. 그러자 소녀의 어머니는 기겁을 하며 내게 추잡한 늙은이라고 욕을 했고(나는 당시 늙지도 않았지만), 다음 면담 약속을 취소해버렸다. 그러고는 의사에게 딸을 데리고 가 엄격한 식이요법을 시작했다. 그 뒤 소녀의 체중은 크게 줄었지만 불행히도 소녀의 어머니는 자신의 남자친구를 내쫓지 않았다.
그런데 약 1년 뒤 면담 일정에 그 모녀와 약속이 잡혀 있는 것을 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새로운 근심거리가 생겨 마지못해 내게 도움을 청하러 온 것이었다. 이번에는 체중이 아니라 소녀의 온몸에 잔뜩 퍼져 있는 습진 때문이었다. 그리고 소녀의 체중이 줄어 날씬해진 뒤 어머니의 남자친구가 추잡한 짓을 다시 시작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하지만 소녀의 몸에 피부병이 생기자 사내는 다시 접근을 피했다고 한다. 나는 소녀의 어머니에게 그 사내를 집에서 내보내라는 조언을 다시 했지만 안타깝게도 그녀의 반응은 이전과 똑같았다. 그 뒤 나는 다시는 그 모녀를 보지 못했다.
비만이 해롭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왜 이처럼 비만에서 벗어나는 것이 어려울까? 비만은 문제가 아니고 해결책이기 때문이다. 심리학자들은 오래전부터 비만이 문제라기보다 해결책의 하나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과식은 성적인 학대를 받는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일반적인 방어기제다. 내가 면담했던 소녀가 비만이 된 까닭은 그렇게 돼야만 구역질나는 그 남자가 자신을 희롱하는 짓을 그만두게 된다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머니가 체중을 줄이도록 강요하자 소녀의 무의식은 다른 해결책을 찾아냈고 그것이 바로 피부병이었다.

6.
덴마크의 장난감회사인 레고(Lego)는 독일 시작에서는 조립블록으로 즉각 성공을 거뒀지만 미국에서는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왜 그럴까? 레고의 경영진은 자신들이 성공한 것은 블록 상자마다 들어있는 훌륭한 설명서 덕분이라고 믿었다. 설명서에 따라 어린이들은 블록 한 상자로 자동차나 우주선을 만들었다. 설명서는 간결하고 화려하며 명쾌해서 조립블록 분야에서는 획기적인 아이디어였다. 어린이들은 레고 블록으로 간단하면서도, 어떤 점에서는 마술과 같은 구조물을 만들어냈다. 설명서대로 만들면 작은 플라스틱 조각들이 웅장한 구조물로 변했다.
그런데 미국 어린이들은 설명서 따위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들은 블록 상자를 뜯은 다음 설명서를 한 번 힐끗 보는 둥 마는 둥 하고는, 즉시 자기 마음대로 블록을 조립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멋진 시간을 보내는 것처럼 보였지만, 아마 요새 따위를 만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설명서에는 자동차를 만들도록 되어 있었다. 일단 요새가 완성되면 그들은 그 요새를 부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곤 했다. 레고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미국 어린이들은 레고 한 상자로 여러 해를 놀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독일에서는 레고의 전략이 적중했다. 독일 어린이들은 레고 상자를 열면, 설명서를 찾아서 자세하게 읽은 다음 블록들을 빛깔별로 분류했다. 그들은 설명서에 있는 명쾌하고 자세한 그림에 조립과정을 비교해가며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조립이 완료되면 상자 포장지의 모형과 똑같은 복제품이 생겨났다. 어린이들은 그것을 어머니에게 자랑하고, 어머니는 박수를 치며 칭찬해준 다음 그 모형을 선반 위에 올려놓았다. 따라서 이제 독일 어린이들은 또 다른 조립블록이 필요했다.

An ingenious way to undersrand
why people around the world live
and buy as they do
,
1.
19세기에 물리학자들은 모든 시간과 공간에 실재하는 것처럼 보이는 두 가지 에너지 법칙을 고안했다. 이는 흔히 열역학 제1법칙과 제2법칙으로 불린다. 에너지보존법칙으로 불리는 제1법칙에서는 에너지는 창조되거나 파괴될 수 없으며 오직 변형될 뿐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기본적인 본질이 변한다는 의미에서 본다면 에너지는 절대 ‘변하지 않는다’. 에너지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단일한 실체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할지 모른다. 다시 말해 에너지는 핵, 마찰력, 화학, 열, 전자기, 중력 등 하나의 형태에서 다른 형태로 전환할 수 있다.
열역학 제2법칙에 따르면, 하나의 형태에서 다른 형태로 에너지가 전환될 때마다 적어도 그 에너지의 일부가, 특히 열이 빠져나간다. 이렇게 빠져나간 에너지는 계속 존재한다 할지라도 발산하고 흩어져, 결국 이용하기 힘들어진다. 만약 이 빠져나간 에너지를 그러모아 다시 집결시킬 수 있다면 여전히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하지만 에너지를 다시 집결시키는 데는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따라서 이용 가능한 에너지는 언제나 유실된다. 엔트로피법칙으로 알려진 열역학 제2법칙은 1868년 독일 물리학자 루돌프 클라우지우스Rudolf Clausius가 고안한 용어로 실제로 일하는 데 사용할 수 없는 에너지의 양을 측정하는 수단이다. 제2법칙에 따르면 고립계에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엔트로피가 필연적으로 증가한다. 하나의 체계 안에서 일은 질서를 통해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질서와 무질서 간의 경쟁에서 궁극적으로 승리하는 것은 무질서다.

2.
때때로 개척종들은 자연계 내에서 강화된 피드백 고리를 만들어낸다. 극상 생태계에 속한 종들의 개체 수가 비교적 안정적인 균형을 이루고 있는 반면 무질서나 개척 상태의 생태계에서는 개체 수에 극적인 변화가 발생한다. 이용 가능한 먹이가 풍족하다면 개척종들의 개체 수는 급증한다. 개척종이 토끼이고 주변 환경이 오스트레일리아라고 가정해보자. 과서 오스트레일리아에는 토끼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곳에는 토끼의 먹이가 풍족하며, 토끼의 개체 수 증가를 막을 만한 이렇다 할 천적이 없다. 한 마리 토끼는 평균 10마리의 새끼 토끼를 생산한다. 이는 곧 10마리의 토끼가 있다면 조만간 110마리로 불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또 이 토끼들이 각각 10마리씩 생산하면 그 수는 1210마리로 늘어날 것이다. 이런 식으로 토끼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물론 이런 상황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 궁극적으로 토끼를 위한 먹이 공급이 한계에 부딪히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부양 가능한 먹이 수준보다 더 많은 토끼가 존재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토끼와 먹이 사이에 균형은 이루어질 것이다. 하지만 균형에 도달하기까지 다소 시간은 걸릴 것이다. 이 와중에 개체 수 증가 요소는 환경의 부양 능력을 초과하여 많은 토끼를 양산할 수 있다. 게다가 토끼를 위한 환경의 부양 능력이 정적이지 않기에 그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급증하는 토끼들은 평소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이용 가능한 식물을 먹어치울 수 있다. 그래서 개체 수가 점증함에도 불구하고 토끼들은 주변 환경의 부양 능력을 감소시킬 수 있다. 만약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토끼의 개체 수는 균형에 도달할 때까지 점차 감소하는 것이 아니라 급격히 곤두박질칠 것이다. 즉 토끼가 ‘전멸’에 이르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주변 환경의 부양 능력을 어떻게 변화시키느냐에 따라 토끼들은 적응할 수도 있고, 전멸할 수도 있다. 만약 토끼들이 먹이 식물들을 깡그리 먹어치우지 않는다면, 그리하여 그 식물들이 다시 번식할 수 있다면 토끼 개체 수는 좀 더 낮은 수준에서 안정될 것이다. 물론 먹이 식물이 재생하여 다시 이용 가능할 때까지 한동안 토끼 개체 수는 부침을 거듭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이런 개체 수 변동은 서서히 감소한다. 그 사이에 균형에 도달하고 토끼들은 생태계에 편입된다. 이것은 실제 1859년 유럽에서 토끼를 도입한 이래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발생했던 사례다. 그러나 만약 토끼들이 먹이 식물들을 몽땅 먹어치웠다면 토끼를 위한 환경의 부양 능력은 제로가 되었을 것이고 토끼 또한 모두 전멸했을 것이다.

부침浮沈 : 세력 따위가 성하고 쇠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3.
환경에 대한 인간의 수용력을 증가시키기 위해 우리가 사용한 최초의, 그리고 가장 기본적인 전력은 윌리엄 캐턴William Catton이 자신의 선구자적 저서 『오버슈트Overshoot』(1980)에서 ‘인수takeover'라고 부른 전략이다. 그는 이렇게 적었다.

인수는 지구의 생명 부양 능력 중 일부를 다른 생명 종들이 부양하는 것에서 인간이 부양하는 것으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단순한 석기와 불을 가졌던 사피엔스 이전의 선조들은 곤충, 육식 동물, 박테리아 등이 소비했을 유기 물질들을 인간을 위한 용도로 인수했다. 약 1만 년 전 최초로 식물을 경작했던 선조들은 ‘토지’를 인수해, 그 위에 인간 소비를 위한 농작물을 재배했다. 인간이 경작하지 않았다면, 아마 그 토지는 나무, 관목 또는 야생풀 그리고 거기에 의존하는 온갖 동물들을 부양했을 것이다. 세대를 거듭하면서 호모사피엔스는 점점 더 많은 지구의 표면을 인수했다. 이 와중에 다른 서식 생물들은 희생되었다.

4.
대략 6만 년 전에 인간이 오스트레일리아에 처음 발을 디뎌 불을 사용함으로써 관목과 수목의 정상적인 성장주기에 일대 혼란을 가져왔다. 그 때문에 자이언트 캥거루와 타조를 닮은 날지 못하는 대형 토착 조류와 포유류의 먹이가 부족해지는 사태가 발생했다. 최근 고생물학 연구에 따르면, 인간이 오스트레일리아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지 200~300년도 채 지나지 않아 100파운드 이상 나가는 현지 동물들 중 약 85퍼센트가 멸종했다.
아메리카와 태평양 섬들에 인간이 처음 도착했을 때에도 비슷한 사례들이 발생했다. 인간 출현에 뒤이어 동물들이 멸종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대략 1만 2000년에서 1만 년 전, 그러니까 인간들이 아시아에서 오늘날의 알래스카를 지나 거대한 남쪽 대륙으로 빠르게 이주할 무렵 북미에서는 매머드, 마스토돈, 야생마, 네뿔영양, 야생 낙타,  자이언트 비버, 땅나무늘보, 산사슴, 자이언트 페커리 등이 자취를 감췄다. 이와 유사하게 폴리네시아인들은 뉴질랜드에 도착한 직후 날지 못하는 대형 조류인 모아를 멸종시켰다.
그런데 이런 지역들에서 그 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1만 년의 시간이 경과하자 인간과 인간에게 적응한 환경은 상대적인 균형을 이루었다. 원주민들은 신화와 의식과 금기를 만들었다. 과도한 사냥은 금지했으며 산불을 놓는 것은 1년 중 특정 시기에만 허용하였다. 다른 한편 자연종들은 인간의 출현에 스스로 적응했다. 생명을 존속하는 모든 종-인간, 동물, 식물-들이 공동으로 진화했다. 그러다가 유럽 개척자들이 오스트레일리아에 도착하여 또다시 생태계에 혼란이 발생할 무렵, 오스트레일리아는 극상 생태계의 특징을 보이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수목들은 대부분 원주민들의 ‘화전火田’ 관행에 잘 적응해 있었다. 인간이 고의로 불을 놓지 않으면 적절한 번식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리고 원주민들은 수유 기간 연장, 피임용 식물 이용 또는 유아 살해를 통해 인구수를 제한하고 있었다.

5.
전기는 사용자에게 상당한 편리를 제공하지만 근본적으로 비효율적인 에너지 보유물이다. 예를 들어 발전기를 가동하기 위해 석탄을 태우면 궁극적으로 그 에너지의 35퍼센트만 전기가 된다. 그뿐만 아니라 송전선과 최종 용도의 모터와 조명 그리고 다른 전기 장치들에도 근본적인 비효율성이 존재한다. 그러나 1차 에너지 공급원이 저렴하기 때문에 이런 비효율성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가령 하루 종일 일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에너지, 즉 1000칼로리의 음식을 연소시키는 것과 동등한 에너지라면 현재 시세로 단돈 25센트에 그 전기를 구입할 수 있다.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석탄은 여전히 전기 생산에서 가장 주요한 에너지원이다. 2004년에 공공 및 민간 부문에서 미국 전력 생산의 51퍼센트는 석탄, 20퍼센트는 원자력, 7퍼센트는 수력, 16퍼센트는 천연가스, 3퍼센트는 석유가 차지했다. 풍력과 광전지처럼 대안이 되는 다른 에너지 공급원의 비율은 채 1퍼센트도 되지 않았다.

6.
제1차 세계대전의 결과는 주로 석유로 판가름 났다. 연합군은 독일군의 보급품 경로를 봉쇄했으며, 독일은 잠수함을 이용해 영국으로 전달하는 보급품을 차단하려고 애썼다. 세계 최대 석유 생산국이었던 미국은 연합국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연합군이 독일군의 루마니아 유전 접근을 차단하는 데 성공하자 독일 산업은 연료와 윤활유 부족으로 곤경에 처하기 시작했다. 1917년경에는 더 이상 민간 철도를 이용할 수 없게 되었으며, 항공기는 대체 연료로 간신히 운영하는 정도였다. 11월 11일, 단 하루치 분량의 필수 연료만을 남긴 독일군은 마침내 항복을 선언했다.
이 패배의 교훈은 아돌프 히틀러에게 영향을 미쳤다. 그는 베르사유 강화조약의 굴욕적인 조건으로 인해 초래된 비참한 경제적·사회적 상황의 반전을 약속했다. 독일은 충분한 연료 비축 없이 또다시 전쟁을 치를 수 없었거니와 또 다른 소모전의 수렁에 빠져드는 것을 방관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제2차 세계대전으로 비화한 침공을 계획했던 나치 장군들은 두가지 목표물을 명확히 했다. 하나는 석유 공급원을 확보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전격전blitzkrieg'을 통해 신속하고 결정적인 승리를 거두는 것이었다. 폴란드와 구소련에서 히틀러의 주요한 목표는 그 지역의 유전을 장악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연합군이 독일군의 유전 접근과 보급로를 차단하자 나치의 전쟁 장비들의 연료는 곧 바닥을 드러냈다.
한편 태평양에서는 극동에서 일본의 제국주의 야망을 꺾어놓기 위해 미국이 석유 수출을 금지시켰다. 그러자 일본-사실 일본 본토에서 생산되는 석유 자원은 전혀 없었다-은 진주만을 공격했다. 전쟁에서 일본의 주요한 목표 중 하나는 네덜란드령 동인도제도의 유전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잠수함은 동인도제도에서 일본으로 석유를 수송하는 유조선들을 잇달아 침몰시켰다. 그 결과 1944년에 일본은 전함과 전투기에 필요한 연료를 충분히 공급받지 못했다. 1945년에 일본 전투기 조종사들은 더 이상 비행 훈련을 받을 수 없었으며, 항공모함도 대피할 수 없었다. 이 모두가 연료 부족 때문이었다.

7.
판글로스는 찬사를 받고 카산드라는 무시당하고 멸시받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트로인들이 뒤늦게 깨달은 것처럼 카산드라가 옳았다. 만약 그녀의 예언을 존중했더라면 다가오는 역경에 대한 적절한 준비로, 잠깐 동안 무지로 느낄 수 있던 행복한 낙관주의 이후에 찾아온 참화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오늘날 카산드라는 생물학, 생태학, 기후학과 여타 이론 및 응용 환경 과학 분야에서 고급 학위를 취득하고 있다. 출간된 많은 저서와 논문에서 이 과학자는, 만약 문명이 현재의 과정을 그대로 지속한다면 조만간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재난이 우리나 가까운 우리 후손들에게 닥칠 거라고 경고하고 있다.
불만스런 대중과 그들이 선택한 정치 지도자들은 “그따위 소리는 집어치우시오!”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반면 “걱정 마세요, 괜찮을 겁니다”라고 우리를 안심시키는 낙관주의자들의 말은 아무리 들어도 싫증이 나지 않는다.
우리는 낙관주의자들을 진정 신뢰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냉혹한 과학적 사실과 낙관주의자들 주장의 약점은 귀담아들으려 하지 않는다.
-에른스트 패트리지(Ernest Partridge, 2000)

8.
내 아버지는 낙타를 타고 다녔다. 나는 차를 몰고 다닌다. 내 아들은 제트여객기를 타고 다닌다. 내 아들의 아들은 다시 낙타를 타고 다닐 것이다.
-사우디 격언

9.
논문의 말미에서 아이반호는 이렇게 결론짓고 있다.
결정적인 시점……, 즉 전 세계 석유 소비가 전 세계 석유 생산을 능가하는 시기는 2000년에서 2010년 사이에 도래할 것이다. 예기치 않은 정치적 사건 때문에 갑자기 이 시기가 찾아올 수도 있다. 어쨌든 현재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존해 있을 때 이 시기가 찾아올 것이다. 그리고 예상 가능한 이런 에너지 위기는 지구상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그 영향을 미칠 것이다.

10.
최종적으로 석유 발견과 생산을 위해 수많은 방법으로 소비되는 모든 에너지는 이런 시도가 낳은 석유의 에너지 양과 합쳐지고 비교되어야 한다. 생산된 에너지와 소비된 에너지를 비교하는 이런 비율은 매우 중요한 에너지/이익 비율이다. 석유 발견을 위해 더 깊은 곳에 시추하거나 더 힘들고 비용이 많이 발생하는 지역으로 이동해야 할 때면 소비된 에너지에 대한 에너지 수익률은 감소세를 보인다. 몇몇 경우에서는 이미 발견된 석유에너지가 소비된 총 에너지와 동등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비록 일부 유정들은 청음에 그냥 솟아나오지만 결국 모든 유정들을 펌프로 퍼 올려야 한다. 펌프로 퍼 올리는 석유, 특히 매우 깊은 곳에서 퍼 올리는 석유는 비용이 많이 든다. 강철 펌핑 연결봉을 위 아래로 움직이는 데도 에너지가 소모된다. 어떤 경우에는 연결봉이 3마일에 이르기도 한다…….
미국 석유 산업에서 가장 눈에 띄는 흐름은 소비된 에너지 대 회수 된 에너지 양의 비율이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1916년에 이 비율은 약 28대 1이었는데, 상당한 에너지 수익률이었다. 하지만 1985년에 이 비율은 2대 1로 떨어졌으며, 계속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이 흐름을 연구한 뉴햄프셔대학교 종합연구센터의 결론에 따르면, 2005년경에는 평균적으로 미국에서 유전이 생산하는 에너지보다 유전에서 석유를 탐사하고 채취하고 생산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할 것이라고 한다.

11.
어떤 이들은 현재의 물리학 법칙에 제약받지 않는 에너지원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견해를 사이비 과학이라고 간단히 일축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자원 고갈과 관련해서는 이런 주장도 검토할 만한 가치가 있다. 과연 프리에너지 장치 Free-Energy Devices(일정 조건만 갖춰지면 입력에너지보다 출력에너지가 훨씬 더 큰 상황을 만드는 초효율에너지 장치, 무한 동력장치)가 가능할까?
20세기에는 니콜라 테슬라의 연구 논문에서 프리에너지를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테슬라의 유용한 발명들은 1910년 이전에 대부분 완성되었다. 그 뒤로 그의 작업은, 일각에서 몽상가로 부를 정도로 점점 기묘해지기 시작했다. 자주 거론되는 일화(전거가 의심스러운 일화)에 따르면, 1931년에 은둔한 발명가는 80마력의 힘을 가진 신형 피어스-애로우 Pierce-Arrow 에 어떤 배터리나 외부 동력원 없이 일주일 동안 구동되는 교류 전동기를 설치했다.

전거典據 : 말이나 문장의 근거가 되는 문헌상의 출처.

12.
그러나 효율이 주는 이점에는 한계가 있다. 에너지 효율에 대한 투자증가로 수익률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초기의 효율 향상은 쉽고 저렴하다. 하지만 갈수록 점점 더 비용이 증가한다. 때로는 장비 교환이나 대체 그리고 기반 시설에 들어가는 에너지 비용이 이익을 모두 상쇄할 수도 있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현재 단신이 가솔린 갤런당 25마일로 달리는 연식 2년차의 자동차를 몰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갤런당 30마일을 달린다고 광고하는 신차가 당신의 눈에 들어왔다. 차를 바꾸면 에너지 절약이 확실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각각의 차량이 소비하는 에너지의 절반쯤은 제조 과정-차량이 처음으로 도로를 달리기 이전-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결국 자동차 교환을 미루는 것이 에너지 효율이 높은 신차를 구입하는 것보다 순 에너지를 더 많이 절약하는 셈이다.

연식年式 : 기계류, 특히 자동차를 만든 해에 따라 구분하는 방식.

13.
예를 들어 농업에서 1킬로그램의 옥수수를 재배하기 위해 옥수수밭에 직접 사용한 연료의 양은 1959년부터 1970년 사이에 14.6퍼센트 줄어들었다. 하지만 트랙터 생산, 비료와 살충제 제조 등과 같은 경제의 다른 부문에서 사용한 연료를 이 계산에 포함시키면 실제로 옥수수 1킬로그램에 사용한 총 에너지 비용이 동기간에 3퍼센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4.
새 집을 짓거나 리모델링할 계획이라면 생태학적인 설계 원리와 천연 또는 재활용 재료 사용을 고려해야 한다. 밀짚 가마니, 다져서 굳힌 흙, 옥수수 속대 같은 건축 자재들을 집짓는데 이용할 수 있다. 그렇게 하면 별도로 에너지를 거의 쓰지 않고도 겨울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하게 지낼 수 있다. 현재 많은 국가가 내구성과 효율성을 입증한 이런 유형의 대체 구조물에 건축 허가를 내주고 있다.

15.
The Energy Saving House
The Home Energy Diet
The Solar Living Sourcebook
Your Money or Your Life
Stepping Lightly
Radical Simplicity
When Technology Fails
Microhydro
Where There Is No Doctor
Natural First Aid
Divorce Your Car!
From the Fryer to the Fuel Tank

16.
실제로 우리는 지난 세기에 사실상 공짜나 다름없는 에너지 자원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독창적인 영구자석 배열에 기초한 신형 영구작동 기계가 아닌 평범한 석유를 말하는 것이다. 1갤런의 가솔린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는 인간이 한 달 내내 고된 노동을 하며 소비하는 에너지(4분의 1마력)와 거의 엇비슷하다. 그런데 최저임금 직종에서 일하는 미국인이라면 20분의 노동력으로 1갤런의 가솔린을 구입할 수 있다. 이 비율은 600대 1이다. 내 생각에 이와 비슷한 비율을 가진 금전투자는 담청된 복권뿐이다. 따라서 저임금 노동자라 할지라도 사실상 공짜에 가까울 정도로 저렴한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다시 말해 사회를 운영하는 우리의 능력은 평균 한 사람이 ‘수백 명의 에너지 노예들’을 거느리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어쩌면 이것이 인간이 얻을 수 있는 진정한 프리에너지에 근접한 것인지도 모른다.

: oil, War and the Fate of Industrial Societies by Richard Heinbe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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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는 하늘에 태양이 두 개가 있었다. 한쪽 태양이 서쪽으로 지면, 다른 쪽 태양이 동쪽에 나타났다. 그래서 사람들은 쉴 수가 없었다. 사람들은 할 수 없이 젊은이 다섯 명을 보내 한쪽 태양을 없애기로 했다. 그런데 길이 너무 멀어서 도착하기도 전에 그들은 나이 들어 죽어버렸다. 그래서 이번엔 5명의 젊은이가 갓난 아기를 업고 출발했다. 그리고 여행 도중 젊은이들은 노인이 되어 죽고, 갓난 아기는 어른이 되어 다시길을 떠나서, 드디어 태양 근처에 도착해서 한쪽 태양을 향해 활을 쏘았다. 그리하여 마침내 그 태양은 죽어 달이 되었고, 피가 하늘에 튀어 별이 되었다.

드루크 얄(용의 나라)
또 다른 이름은 부탄 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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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xpectation Effect 기대 효과
개인이나 타인의 기대에 따라 인식과 행동이 변하는 현상
Halo effect 후광 효과 - 고용주는 긍정적인 인상에 따라 특정 직원들의 업무 실적을 다른 직원들에 비해 높게 평가한다.
Hawthorne effect 호손 효과 - 고용인들은 환경의 변화가 생산성을 증가시킨다는 믿음에 따라 더 생산적이게 된다.
Pygmalion effect 피그말리온 효과 - 학생들은 선생님의 기대에 따라 좋은 성적 혹은 나쁜 성적을 거둔다.
Placebo effect 플라시보 효과 - 환자들은 어느 특정 치료가 효과 있다고 믿으면 그 치료의 효과를 경험하게 된다.
Rosenthal effect 로젠탈 효과 -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기대하는 학업성적에따라 그들을 차별대우한다.
Demand characteristics 요구 특성 - 실험이나 인터뷰 대상 환자들은 진행자가 기대하는 답변을 제공하거나 행동을 취한다.

2.
Exposure Effect 노출 효과
사람들이 중립적인 감정을 갖고 있는 자극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그 자극에 대한 호감도가 향상한다.
친근함은 감각적 매력과 수용에서 주요한 역할을 한다. 사람들은 자주 그들에게 노출되는 것을 더 좋아한다. 예를 들어, 베트남 퇴역군인 기념비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초기에 가졌던 저항심은 기본적으로 그것의 최소의 추상적 디자인에 대한 친근감의 결여에 기인한다. 유사한 저항심은 파블로 피카소의 큐바작품, 구스타브 에펠의 에펠탑,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구겐하임 미술과, 그리고 오늘날 뛰어나고 아름다운 작품으로 인정받는 수많은 작품에서도 경험되었다. 이러한 작품에 대한 노출수위가 시대에 따라 증가되면서, 작품에 대한 친근감이 높아지고, 그 결과 높은 평가와 대중성을 얻게 된 것이다.

3.
Face-ism Ratio 얼굴주의의 비
이미지 속의 사람이 어떤 식으로 인지되는지에 영향을 주는 신체대비 얼굴의 비율
"Face-ism얼굴주의"라는 용어는 미디어에서의 성별 편견에 대한 조사에서 유래한다. 잡지, 영화, 그 밖의 매체에서의 남성의 이미지는 여성의 이미지보다 월등히 높은 얼굴주의 비율을 보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점은 대부분의 문화에서 실제로 나타나며, 남녀의 특성에 관한 성적 진부한 신념을 반영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왜 이러한 것이 발생하는지에 대해 일치된 의견은 거의 없지만, 지형적, 문화적 요소의 혼합에서 기인하는 무의식적 진행의 결과인 것 같다. 예를 들어, 한 실험에서, 남녀 대학생에게 무작위로 남성 또는 여성을 그리라는 과제를 주었다. 학생들에게는 이것으로 그들의 그림 실력을 평가할 것이라는 것 이외의 다른 지시사항은 말해주지 않았다. 남녀 학생 모두, 남성에 대해서는 잘생기고 세밀한 얼굴을, 여성에 대해서는 얼굴 표현을 최소화한 전신 위주의 그림을 그렸다.

4.
Fibonacci Sequence 피보나치 수열
각각의 숫자가 앞선 두 숫자의 합이 되는 숫자들의 수열
피보나치 수열은 숫자들의 순서로, 각각의 숫자가 앞선 두 숫자의 합이 된다. 1, 1, 2, 3, 5, 8, 13. 수열을 나타내는 패턴들은 꽃잎, 은하수의 나선 구조, 인간 손의 뼈와같은 자연 형태에서 흔히 발견된다. 수열이 자연의 도처에 존재한다는 사실로 인하여 피보나치 수열에 근거하는 패턴들은 본질적으로 미학적이며, 그렇기 때문에 디자인에 고려할 가치가 있다라고 결론지을 수 있다.

5.
Fitts' Law
목표까지 움직이는 데 필요한 시간은 목표 크기와 목표까지의 거리의 함수이다.
Fitts의 법칙에 의하면, 목표가 작을수록 그리고 멀면 멀수록 목표의 조준 위치까지 이동하는데 더욱 더 긴 시간이 걸린다. 게다가, 필요한 동작이 빠르면 빠를수록 그리고 목표가 작을수록, 속도-정확성의 보상관계로 인하여 오류 비율은 더욱 더 커지게 된다. Fitts의 법칙은 컨트롤, 컨트롤 배치, 목표까지의 이동을 용이하게 해주는 장치와 관련이 있다.

6.
Framing 프레이밍
정보를 표현하는 방식에 따라 결정을 내리고 판단을 하는 데 영향을 끼치는 기술
프레이밍은 이미지, 글자, 컨텍스트를 이용하여 어떤 대상에 대한 수용자의 사고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정보는 긍정적인 부분을 강조하거나(예, 컵의 반이 채워져 있다) 혹은 부정적인 면을 강조하는(예, 컵의 반이 비어 있다) 식으로 제공될 수 있다. 정보를 표현하는 프레임의 형식은 수용자가 의사결정을 하는 데 극적으로 영향을 주고, 그에 따라 수용자의 행동에도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뉴스 미디어, 정치가, 선동가, 광고업자들 모두 공통적으로 알게 모르게 막대한 영향력이 있는 프레이밍을 이용한다.

2002년 10월 러시아 특수부대는 모스크바 극장에서 750명을 인질로 잡고 있던 체첸 반군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수면가스를 사용했다. 수면가스의 사용으로 반군들이 폭발물을 터뜨리고 모든 인질을 죽이는 사태를 막을 수 있었으나, 수면가스로 인해 100명이 넘는 인질이 사망했다. 전 세계의 뉴스들은 이 사태를 기본적으로 둘 중에 한 가지 방향으로 보도했다. '가스로 100명이 넘는 인질 사망' 혹은 '가스가 500명이 넘는 인질을 구하다' 이 사태는 어떤 식으로 그려지던 간에 비극이지만 러시아의 인질 구출 노력에 대한 판단은 표현을 어떤 프레임에 의해 하는가에 따라 크게 좌우되었다. 부정적 프레임은 인명 희생 부분을 강조하고 러시아가 사태 수습을 그르쳤다는 식으로 정보를 제공한다. 긍정적 프레임은 인명 구조 부분을 강조하고 러시아가 해결 불가능하게 보였던 사태를 명민하게 잘 처리했다는 식으로 정보를 제공한다. 이와 비슷한 프레임은 일반적으로 광고에서도 쓰인다. 예를 들어, 요구르트의 경우 '5% 지방함유'라고 표현하는 대신 '95% 무지방'이라고 광고한다. 또한 담배 입법안은 국민 건강의 사안이 아닌 과세의 사안으로 법안 틀을 마련하여 여러 번 무효화되었다.

7.
GIGO (Garbage In Garbage Out)
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가 나온다.
쓰레기가 산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최선책은 쓰레기가 입력되는 것을 막는 것이다. 글자 입력의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해 행위 유발성과 제약을 갖도록 하고, 품질의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미리보기와 확인을 이용하라. 입력의 무결성이 중요하면 확인 테스트를 하여 입력 전에 무결성을 확인하고 여러 사람의 독립적 검증이 요구되는 확인 단계를 고려하라.

8.
Hick's Law
대안의 수가 늘어날 때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걸리는 시간
Hick의 법칙은 의사결정에 걸리는 시간과 여러 가능한 선택안의 함수이다. 이 법칙은 여러 가지 선택이 주어졌을 때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리는지 예측하는 데 이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비행기 조종사가 경보와 같은 어떤 상황에 대응하여 특정 버튼을 누를 때, Hick의 법칙은 여러 대안적 버튼이 많을수록 의사결정 시간이 길어지고 정확한 버튼 선택에 시간이 걸린다고 예측한다. Hick의 법칙은 다양한 선택에 근거한 단순한 의사결정이 요구되는 어떤 시스템이나 처리 절차의 디자인과 관계가 있다.

9.
Performance Versus Preference 효율 대 선호
사람들이 임무를 최적으로 수행하는 데 도움을 주는 디자인들은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디자인들과 다른 경우가 종종 있다.
쿼티(QWERTY) 키보드의 자판 배치는 초기 타자기의 메커니컬암의 재밍(jam-ming of mechanical arms)을 방지하기 위해 디자인되었다. 그에 반해 드보락 자판 배치는 타이핑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디자인되었다. 사용 빈도에 따라서 자판을 배열했고 번갈아 키보드 치는 것을 장려하기 위해 키들을 배치했다. 그 결과 타이핑 효율에서 30% 개선을 가져왔고 스피드 타이핑에서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고 주장한다. 드보락 디자인의 분명한 이점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퀴티 디자인을 계속적으로 선호하고 그 결과 제조사들은 표준 형태로 퀴티 키보드를 계속 생산한다. 드보락은 효율 면에서 승리하지만 쿼티는 선호도 면에서 승리한 것이다.

10.
Redundancy
필요보다 많은 요소를 사용함으로써, 장애 발생시에도 시스템운영을 유지한다.
시스템 장애는 시스템이 목표 획득, 예를 들면 메시지 전달, 구조적인 로드(load)해결, 운영 유지 등에 실패하는 경우를 말한다. 시스템 내 요소에 장애가 일어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시스템 자체에 장애가 일어나는 것은 막을 수가 있다. 리던던시는 시스템 장애를 방지하는 확실한 방법이다. 리던던시에는 네 종류가 있다.

<상이한 리던던시>는 여러 종류의 다양한 요소를 사용한다(같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글, 소리, 영상을 사용하는 것처럼). 이는 장애를 일으키는 단일 요인을 방지하지만, 실행 및 유지가 복잡하다. 예를 들면 고속 기차는 보통 서로 다른 중복 장치로 전기 제동, 유압 제동, 공기 제동이라는 제동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하나의 제동 장치가 문제를 일으켜도, 3단계 전체 제동 시스템이 모두 장애를 일으킬 가능성은 거의 없다.

<동일한 리던던시>는 같은 종류의 요소를 다수 사용한다(밧줄을 만들기 위해 여러 가닥의 끈을 사용하는 것처럼). 비교적 실행 및 유지가 간단하나 단일 장애요인에 의해 타격받기 쉽다. 즉 한 요소에 장애를 일으키는 요인은 다른 중복 요소에도 장애가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끈 한 가닥을 자르는 날카로운 칼은 다른 가닥들도 자를 수 있다.

<능동적 리던던시>는 중복된 요소를 항상적용한다(지붕을 떠받치기 위해 여러 기둥을 각각 사용하는 것처럼). 이는 시스템 및 요소 장애에 대응한다. 즉 로드르르 모든 요소에 분배함으로써 각 요소와 전체 시스템의 로드를 줄인다. 또한 능동적 리던던시는 요소 장애, 복구, 시스템 운영 중단 최소화로 대체하는 방법 등도 고려한다.

<수동적 리던던시>는 능동적 요소에 장애가 발생한 경우에만 리던던시 요소를 적용한다(자동차 타이어에 바람이 빠졌을 때에만 교체용 타이어를 사용하는 거처럼). 이는 중요하지 않은 요소에 적합하며, 시스템 운영상 중요한 요소에 사용할 경우 시스템 장애를 유발할 수도 있다. 가장 단순하고 보편적인 리던던시 방법이다.

11.
Savanna Preference
다른 자연 환경보다는 사바나 같은 환경을 선호하는 경향
사람들은 사막처럼 단순하거나 밀림처럼 빽빽하거나 산처럼 복합적인 환경보다는 사바나 같은 환경, 즉 열린 공간, 적당히 흩어져 있는 나무와 물, 고르고 무성한 풀이 있는 환경을 선호한다. 이러한 선호는 원시시대 사바나에 살았던 인간이 다른 환경의 인간들보다 생존에 유리했다는 믿음에 근거한다. 그 결과, 이런 유리함에 대한 선호는 오늘날까지도 사바나 환경을 좋아하는 인간의 유전적 성향으로 남아 있다. 세계의 모든 공원, 휴양지, 골프 코스가 사바나를 닮은 것도 우연은 아닐 것이다. 아마도 우리 동아프리카 선조의 고향을 보고 느끼고 싶은 무의식적 선호가 반영된 듯하다.
일반적으로 성인들은 재미를 못 느끼는 텔레토비에 60개국 이상의 어린이들이 매료되었으며, 35개 언어로 번역되었다. 아기 얼굴을 한 네 명의 인형들이 사바나 같은 초원에서 벌이는 단순한 이야기가 어린이들에게는 매우 훌륭한 디자인이었던 셈이다.

12.
Scailing Fallacy 확대/축소상의 착오
어떤 규모에서 작동하는 시스템이 더 작거나 큰 규모에서도 작동할거라고 착각하는 경향
인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힘이 강한 곤충에 착안, 많은 것들이 만들어졌다. 예를 들면 가위개미는 자기 몸무게의 50배를 들 수 있는데, 보통 인간은 몸무게의 절반 가량밖에 들지 못한다. 그래서 이 개미를 인간의 크기로 만들면 200파운드짜리 개미가 10,000파운드를 들 수 있는 힘을 지닐 것으로 추측한다. 하지만 실은 이 크기의 개미는, 조금이라도 움직인다고 가정했을 때 약 50파운드밖에 들지 못한다. 가벼운 물체에게는 중력의 영향이 미미하지만, 물체가 무거워짐에 따라 중력의 영향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이와 같이 비례로 인한 착오가 일어난다. 다른 규모에서 시스템은 다르게 작동한다.

확대/축소 착오는 비행 분야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예를 들어 매우 작거나 큰 규모에서는 날개를 이용해 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매우 작은 규모의 경우 날개가 너무 작아서 공기 분자를 효과적으로 옮길 수 없다. 규모가 매우 클 결우 중력의 영향이 엄청나서 날 수가 없다. 비행을 시도했던 많은 선조들의 좌절 경험에서 나온 교훈이다. 그 교훈이란 어떤 규모에서 효율적인 디자인이 다른 규모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다.

13.
Threat Detection 위협의 감지
비위협적인 자극보다 위협적인 자극을 더 효과적으로 인식하는 능력
사람들은 천성적으로 시각을 통해 위협적인 요소를 자동적으로 감지하는 메커니즘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위협적인 자극은 비위협적인 자극보다 더 빠르게 감지되며, 이는 진화론적인 기원에서 비롯된다. 우리의 선조들이 위협을 효과적으로 감지함으로써 선택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예를 들어, 거미처럼 위협적인 요소를 포함한 이미지와 꽃과 같이 위협적인 요소를 더 빠르게 발견할 수 있다. 이를 식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위협 요소의 위치나, 그 위협 요소를 제외한 다른 요소들의 수와 무관하다. 이와 유사하게 사람들은, 화난 표정을 지닌 사람들의 집단 내에서 행복하거나 슬픈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보다, 행복하거나 슬픈 표정을 지닌 사람들의 집단에 섞여 화난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을 더 빠르게 찾아낼 수 있다. 진화론적으로 위협적인 요소를 감지하는 능력은 지각에 의한 과정에 연관되는 기능으로, 이는 의식적으로 인식하는 수준 이하에 존재하는 시각적 영역을 자동적으로 파악하는 과정이다. 위협을 감지하는 과정은 신속하게 진행되며 다른 시각적, 인식적 과정과 나란히 발생된다.

14.
Von Restorff Effect 폰 레스토프 효과
차이가 분명한 사물을 보편적인 사물보다 더 잘 기억하는 현상
폰 레스토프 효과는 보편적인 사건이나 사물보다 독특하거나 특이한 사건이나 사물을 더 잘 기억하는 현상이다. 폰 레스토프 효과는 본질적으로 어떤 세트 중에서 특이한 아이템에 더 주의를 기울이기 때문에 발생한다. 그리고 이때의 세트란 단어의 리스트나 여러 개의 사물, 연속적인 사건이나 사람의 이름이나 얼굴이 될 수 있다. 폰 레스토프 표과는 상황에 차이가 있거나(주위의 자극과 다른 자극). 경험에 차이가 있을 때(기억하고 있는 경험과 다른 자극) 발생한다.

상황상의 차이는 어떤 것이 같은 상황이나 세트의 다른 것들과 명백하게 다를 때 발생한다. 예를 들어, EZQL4PMBI를 기억하려고 할 때, 사람들은 4라는 숫자를 가장 잘 기억할 것이다. 여기서 다른 것들은 문자인 반면 4는 유일한 숫자이기 때문이다. 4를 T로 바꿔 EZQLTPMBI라고 비슷한 구조로 리스트를 만들면, T는 4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억하기 힘들다. 이러한 유형의 상황상의 차이는 브랜드 인지도와 상품의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독특한 브랜드나 특이한 포장, 그리고 평범하지 않은 광고를 이용하는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 즉, 다른 것들과의 차이점은 주의를 집중시키며 더 잘 기억되는 경향이 있다.

경험상의 차이는 어떤 것이 과거의 경험과 확실한 차이가 있을 때 발생한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대학 입학일이나 회사에 처음 출근한 날과 같은 인생의 중요한 사건들을 기억한다. 경험상의 차이는 전형적이지 않은 단어나 얼굴과 같은 것들에도 적용된다. 우리는 독특한 단어나 얼굴을 전형적인 단어나 얼굴보다 더 잘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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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달려라
달려라
멈춰 있는 것은
죽어 있는 거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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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환경 문제를 걱정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잠시 생각해보자. 얼마 전 카펫을 사러 갔을 때, 당신은 일부러 재생 폴리에스테르 음료수병으로 만든 카펫을 선택했다. 재생(recycle)? 아마도  ‘퇴생(退生,decycle)’이라는 표현이 더 적당할 것이다. 당신의 좋은 의도와 상관없이, 그 카펫은 재생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재료들로 만들었으며, 그 재료를 재활용해 카펫 형태로 만드는 데는 새 카펫을 만드는 만큼의 에너지가 소모되고, 또 그 과정에서 엄청난 폐기물도 발생한다. 이런 노력은 일반적인 생산품이 맞는 운명을 한두 번 연장하는 데 지나지 않는다. 새 카펫이건 재생을 거친 카펫이건 결국은 쓰레기 매립지로 향하며, 도중에 당신의 집에서 잠시 쉬어갈 뿐이다. 게다가 재생 과정에서 기존 제품이 갖고 있는 것보다 더욱 해로운 부가 물질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렇게 되면 집안에 매우 위험한 기체와 미세 먼지가 쌓일 수도 있다.

2.
유목 생활을 하는 베두인 족이 사용하는 염소털 텐트는 뜨거운 공기를 외부로 배출했다. 그래서 텐트 내부는 그늘이 질 뿐만 아니라 선선한 바람까지 불었다. 그리고 비가 올 때면 천이 팽창하여 북처럼 팽팽해졌다. 휴대와 이동이 쉬웠으며, 수선도 간편했다. 천 공장이라 할 수 있는 염소는 늘 베두인 족 곁에 있었다.

3.
미하엘은 씨앗이 들어 있는 유기 분해성 음료수병에 대한 아이디어를 설명했다. 음료수를 마신 후 버리면 병이 안전하게 분해되어 씨앗이 토양에 뿌리를 내린다는 것이었다.

4.
포드가 이룬 혁명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이동식 조립 라인이다. 이 방식에 따르면 자동차는 엔진·프레임·차체가 개별적으로 조립된 후, 마지막 단계에서 일단의 기능공들에 의해 합체된다. 포드의 혁명은 ‘작업자가 자재를 찾아가는’방식이 아닌 ‘자재가 작업자를 찾아오는’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포드와 회사 엔지니어들은 시카고 지역의 정육업체가 사용하던 방식에 기초해 이동식 조립 라인을 개발했다. 조립 차량이 라인을 따라 움직이는 동안 노동자들은 동일한 작업을 반복함으로써 최대 효율을 달성했고, 노동 시간도 놀랄 만큼 감소했다. 진보한 기술로 인해 한 번에 여러 대의 차량을 제작하는 생산 시설에서 대중차인 T형 모델이 선보였다. 효율성이 높아진 덕분에 T형 모델의 생산원가는 낮아졌고 판매량은 치솟았다.

5.
또 다른 폐기물 감소 전략은 소각이다. 사람들은 매립보다 소각이 안전한 방식이라고 인식하고 있으며, 에너지 효율 주창자들도 “쓰레기를 에너지로 바꾼다.”며 칭송하고 있다. 종이나 플라스틱 같은 귀중한 자원들이 가연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소각로에서 태워진다. 이 물질들은 안전 연소에 대한 고려 없이 만들었기 때문에 연소 과정에서 다이옥신을 비롯한 다른 독성물질을 배출한다. 독일 함부르크에서 나뭇잎을 조사한 결과 여러 그루의 나무에서 대단히 높은 중금속 축적 농도를 보였는데, 이는 주변 소각로의 낙진으로 인한 것이다. 결국 이 나무마저 소각해야 하는 처지에 놓임으로써 이중의 악순환이 유발되었다. 중금속처럼 귀중한 물질이 자연계에 축적됨으로써 생물학적 악영향을 미치는 동시에 산업에서 다시 활용될 기회를 영원히 상실한 것이다.

6.
애초에 재생을 염두에 두지 않고 만든 종이를 재활용하려면, 광범위한 표백 과정을 비롯해 여러 가지 화학 처리를 거쳐야 한다. 그 결과 화학 물질과 펄프의 이상한 혼합물이 탄생하는데, 간혹 여기에 사용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독성을 지닌 잉크가 들어가기도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종이는 섬유가 더 짧아 초지(virgin paper)보다 덜 부드럽기 때문에 미세 먼지들이 공기 중으로 스며들게 된다. 이런 공기를 호흡하면 비강과 폐가 자극을 받는다. 재활용 종이로 만든 신문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사람이 있는 것도 바로 이것 때문이다.

7.
효율적인 농업은 지역 환경과 야생 생태계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힌다. 구동독과 서독에서 나타난 대조적인 모습이야말로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동독의 1에이커당 평균 밀 생산량은 서독의 절반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서독의 농업이 훨씬 현대적이고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독의 ‘비효율적’인 재래식 농업이 환경의 건강을 위해서는 훨씬 더 나은 선택이었다. 물을 빼 개간하지도 않고 단일 작물 재배로 토질이 악화되지도 않은 동독의 습지대에는 희귀종들이 자리 잡고 살 수 있었다. 농업이 훨씬 더 발달한 서독의 늪지대에서 황새가 240쌍 발견된 데 비해, 동독에서는 3,000쌍이 발견되었다. 야생 습지와 늪은 동식물의 번식과 영양 순환, 수분 흡수 및 정화를 위한 생명 유지 기관 구실을 한다. 오늘날 독일 전역의 농업은 점점 더 효율성을 강조하고, 늪과 습지는 물론 다른 동식물 서식지를 모두 파괴하면서 결국 야생동물의 멸종률을 점점 높여가고 있다.

8.
헨리 포드는 모델 A트럭을 나무상자에 담아 선적한 후 목적지에 도착하면 그 상자를 만든 나무를 자동차의 바닥으로 사용하는 업사이클을 실시한 적이 있다. 이와 비슷한 다른 시도도 있다. 한국에서는 유럽으로 오디오나 전자 제품을 수출할 때 볏단을 사용해 포장하는데, 유럽에 도착하면 이 볏단은 벽돌 만드는 재료로 재활용된다(볏단에는 규소가 상당량 함유되어 있다). 이런 포장재는 독성이 없고(볏단은 유독성 잉크와 실내 공기를 오염시키는 미세 먼지를 발생시키는 재활용 신문지보다 훨씬 안전하다) 그 선적 비용도 전자 제품 화물비용에 이미 포함되어 있으므로 따로 들지 않는다. 폐기물이란 개념은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없다.

9.
몇 년 전 우리는 어떤 화학 회사를 위하여 ‘솔벤트 임대’라는 개념을 발전시킨 적이 있다. 솔벤트는 기계 부속으로 생긴 기름얼룩을 지울 때 사용한다. 대부분의 회사들은 지구 반 바퀴를 돌아온 것이라 해도 무조건 가격이 싼 솔벤트를 사곤 한다. 사용하고 난 솔벤트는 그저 자연히 증발하거나 폐기물 처리 과정을 따라 쓰레기 처리장에 도달한다. ‘솔벤트 임대’라는 아이디어는 고객에게 솔벤트를 파는 대신 고품질의 솔벤트를 사용해 얼룩을 제거하는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것이었다. 서비스 공급자는 얼룩과 솔벤트를 계속 사용할 수 있고(고객을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가장 좋은 풀질의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다) 유독 물질이 폐기물에 함부로 섞여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다우 케미컬은 유럽에서 이런 개념을 실행하고 있고 듀폰 역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10.
잼을 다 먹은 다음에는 물 컵으로 사용할 수 있는 프랑스식 잼단지처럼, 포장이나 제품 자체도 미래의 업사이클을 염두에 두고 디자인해야한다. 헨리 포드가 잘 알고 있었듯이, 커다랗고 평평하고 딱딱한 외장용 포장재는 건축 자재로 다시 한 번 활용할 수 있다. 사바나 지역에서 물건을 선적할 때 방수와 단열이 되는 나무상자를 사용하는데, 소웨토(soweto)에서는 이 나무상자를 집 짓는 데 사용한다. 문화적 특성이 재활용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아프리카 부족들은 물을 마실 때 호리명박이나 진흙 컵을 사용한다. 쓰레기 재활용 시설이 없는 이들에게는 그저 땅위에 던져버리면 썩어 없어지면서 자연을 위해 식량을 제공하는 음료 용기가 필요하다. 모든 원자재와 전력이 상당히 비싼 인도에서는 사용 후 태워버려도 문제가 없는 용기를 선호한다. 업사이클링이 가능한 기반 시설을 갖추고 있는 선진국에서는 폴리머를 사용한 병이 더 나은 해결책이라 볼 수 있다.

11.
개미들의 생활양식을 배워 비누를 만들면 어떨까? 비누 제조업자들은 기존 지식(‘비누’라는 개념 자체)을 계속 고집하는 대신 각 지역에 어울리는 포장재, 선적 방식, 그 사용 효과를 다양하게 개발할 수 있다. 이를테면, 액체(액체 합성 세제)를 선적해 수송비를 증가시키는 것은 불필요한 일이다. 세탁이 행해지는 모든 장소, 즉 세탁기나 세탁소, 욕조, 강물 혹은 호수 등에는 늘 물이 있으니 말이다. 비누는 작은 환약이나 가루 형태로 운반할 수 있고, 식료품 가게에서 표장하지 않은 채로 판매할 수도 있다. 장소에 따라 물의 필요성 역시 달라진다. 경수나 연수 등 물의 특징에 따라 각기 다른 환약이나 가루 타입의 비누를 사용하도록 하면 더 좋을 것이다. 빨래를 돌에 올려놓고 두드려 빨거나 물에 직접 풀어 사용하는 사람들을 위한 비누도 등장할 수 있다. 어느 비누 제조업자는 거친 세제(세탁기에 사용하는)를 옷에 뿌려 강가의 돌에 올려놓고 두드려 빨래하는 인도 여성들에 주목해 이런 방식을 생각했다. 인도 여성들은 돈이 없어 세제를 아주 조금씩 산다. 다양한 제품이 소개되면서 경쟁이 심해지자, 이 비누회사는 좀더 순한 세제를 개발했고 여자들이 빨래터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비싸지 않은 소용량 포장 제품을 선보였다. 이런 생각은 상당한 변화를 가져왔다. 이제 제조업자들은 세제를 서비스 이용물로 인식하게 되었고, 합성 세제를 몇 번이고 재사용할 수 있도록 세탁기를 디자인하기 시작했다. 이제 2,000회 분량의 재활용 세제가 내재되어 있는 세탁기를 임대해 사용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한 번 세탁할 때마다 기존에 사용하던 세제의 5퍼센트 정도만 사용하면 되니 상당한 발전이 아닌가.

12.
이 샤워젤을 만드는 데 필요한 성분은 모두 아홉 가지였다. 그런데 회사에서 제품의 개발을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제품을 만드는 데 사용한 화학 물질의 가격이 전에 사용하던 원료보다 비쌌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료비만이 아닌 전체 공정을 다시 고려해본 결과 새로운 샤워젤의 생산 비용이 이전에 비해 15퍼센트 정도 저렴한 것으로 판명되었다. 준비 과정과 보관 관정이 그만큼 단순해졌기 때문이다. 이 샤워젤은 1998년 시장에 선보였고 지금도 판매되고 있다. 미하엘과 연구진이 샴푸 성분에 PET병이 조금씩 용해된다는 사실을 발견한 후 순수한 폴리프로필렌 용기를 사용하고 있다.

13.
미국에서 매년 병원이나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체온계에 들어 있는 수은의 양은 4.3톤에 이르는데, 20에이커 넓이의 호수에 사는 물고기를 전멸시키는 데는 1그램이면 충분하다. 따라서 수은이 함유되지 않은 체온계를 디자인하는 것이야말로 훌륭한 일 중 하나이다. 수은을 사용하는 체온계를 추방하자는 공공 캠페인이 한창 진행 중이지만, 사실 이 정도의 분량은 미국에서 사용하는 수은의 1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 수은의 대부분은 다양한 산업용 스위치에 사용한다. 몇몇 자동차 제조업체는 수은을 사용하는 스위치를 없애버렸다. 이 문제를 몇 년간 연구해온 볼보 자동차는 수은은 물론 PVC도 완전히 추방하려 계획 중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자동차 회사는 그렇지 않다. 자동차업계 전체가 수은 스위치 추방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

14.
벅민스터 퓰러(Buckminster Fuller)는 만일 외계인이 지구상에 근접해올 경우, 1만 피트 상공에서 지구를 바라볼 때 ‘자동차가 사는 행성’이라고 느낄 것이라고 농담한 적이 있다.

15.
나이키는 신발을 윗부분·밑창·충격을 완화해주는 중간창등으로 분리한 다음, 잘 분쇄해서 스포츠 활동을 위한 트랙이나 운동장 표면에 사용했다. 이 재질은 충격을 흡수할 뿐만 아니라 비바람 등으로부터 운동장을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

16.
자동차 공업에 있어 연료 전지가 등장한다면, 내연 엔진의 품질과 효율성 증대에 초점을 둔 회사들은 스스로 시대에 뒤처져 있음을 깨달을 것이다. 지금 만들고 있는 것을 계속해서 만들어야하나? 아니면 새로운 기회를 창조해야 하나? 혁신이란 회사 밖에 존재하는 신호를 알아차릴 때 가능하다. 그 신호는 지역 사회와 환경, 더 넓게는 세상 전체에서 반짝이고 있다. ‘피드백’이 아닌 ‘피드포워드’에 마음을 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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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을 믿나?"
"아뇨."
"왜지?"
"나 자신의 삶을 통제할 수 없으니까요."
"무슨 뜻인지 알아. 자네가 온 이유를 말해 볼까. 뭔가를 알기 때문에 온 거야. 그게 뭔지 설명은 못 하지만 평생을 느껴왔어. 세상이 뭔가 잘못됐다는 걸 말이야. 알 수 없는 뭔가가 있어. 조각조각 깨진 파편처럼 마음속에 있는 그것이 자넬 미치게 만들지. 그 느낌에 이끌려 온 거야. 뭘 말하는 건지 알겠나?"
"...매트릭스요?"
"그게 뭔지 알고 싶나? 매트릭스는 모든 곳에 있어. 우리 주위의 모든 곳에. 바로 이 방안에도 있고, 창 밖을 봐도 있고, TV 안에도 있지. 출근할 때도 느껴지고, 교회에 갈 때도, 세금을 낼 때도 있어. 진실을 못 보도록 눈을 가리는 세계란 말이지."
"무슨 진실요?"
"네가 노예란 진실."

앤더슨과 모피어스의 대화 중에
<88만원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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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반 예술을 통합시키고자 바우하우스를 구상한 발터 그로피우스 Walter Gropius, 신비주의적인 사상 경향을 갓고 있었던 요하네스 이텐 Johannes Itten, 정밀한 조형 이론으로 바우하우스 활동에 명확한 지표를 제시했던 한네스 마이어 Hannes Meyer, 환원된 기본 조형요소를 기초로 삼아 신시대의 조형을 강렬하게 전개했던 모호이너지 Laszlo Moholy-Nagy, 형태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생生'의 문제로 보고 생명이 있는 것들이 형태를 이루는 힘의 원천을 탐구했던 파울 클레 Paul Klee 와 칸딘스키 Wassily Kandinsky, '바우하우스라는 무대'를 중심으로 비일상의 모더니즘을 전개했던 오스카 슐렘머 Oskar Schlemmer 등등 살펴보면 볼수록 그 속에서 다양한 개성을 발견할 수 있다.

2.
오른쪽 사진은 반 시게루가 리디자인한 화장지로, 가운데 종이 심이 사각형이고 그 위에 화장지가 감겨 있다.
이것을 휴지걸이에 걸어 사용하면 종이를 잡아당길 때 반드시 달가닥달가닥하는 저항음이 발생한다. 보통의 둥근 형태라면 가볍게 잡아당기는 것만으로도 휴지가 풀리지만 그것은 필요 이상으로 종이를 공급하는 형태이다. 화장지를 감는 종이심을 사각형으로 만듦으로써 그곳에 저항이 발생한다. 이런 완만한 저항의 발생이 곧 '자원 절약'의 기능을 발휘하기도 하지만 거기에는 자원을 절약하자는 메시지도 함께 담겨 있다. 나아가 둥근 종이 심에 감긴 화장지는 둥근 형태 때문에 운반할 때 많은 틈이 발생하지만 사각형 심은 그 틈이 경감되어 운반이나 수납할 때의 공간 절약에도 공헌하게 된다.

3.
영화 <KINO>는 영상 단편집인데 그 안에  <인간 오셀로>라는 타이틀이 잇다. 버스 정류장에서 오른쪽을 향하여 세 명의 남자가 나란히 늘어서 있다. 그곳에 찾아온 네 번째 남자. 그 남자는 왠지 반대 방향을 향하여 그 줄에 늘어선다. 선두에 서 있던 남자가 그 남자를 보고는 자신도 모르게 왼쪽으로 방향을 돌린다. 어느새 방향이 바뀐 것을 알아챈 중간의 두 남자도 천천히 왼쪽으로 방향을 전환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버스를 기다리는 순서가 반대방향으로 변해 버렸다. 인간의 심리에 작용하는 오셀로 게임과 같은 현상을 표현한 재미있는 단편 영화다.

4.
출국은 왼쪽을 향하는 여객기이고 입국은 오른쪽을 향하는 여객기 형태로 되어 있다. 이 아이디어에는 스탬프를 찍는 수속 절차에 한모금의 커뮤니케이션을 담고자 하는, 말 그대로 커뮤니케이션의 씨앗이 포함되어 있어서 그것을 접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싹을 틔운다. 달리 표현하면 이 스탬프를 접하는 사람은 미처 예기치 못한 부분을 자극받아 '앗!'하며 마음에 미세한 동요를 일으켜 결과적으로 머릿속에 작은 느낌표가 새겨질 것이다. 그것은 긍정적인 호의로 가득 찬 느낌표이리라.
만약 일본을 처음 방문하는 외국인이 하루 5만 명이라고 가정한다면 이 스탬프가 국제공항에서 사용될 경우 호감의 느낌표를 하루 5만 개 생산하는 셈이다.

5.
포장 테이프는 그러한 계획의 제1호였다. 일본의 친근한 자연을 모티브로 '남생이', '붉은 붕어', '풀'을 포장 테이프 표면에 컬러 인쇄한 것이다. 오해가 있을 수 있어 조금 더 설명을 하자면, 이것은 멋진 모양이 인쇄된 '디자인 잡화'가 아니다. 포장 테이프를 '미디어'로 바라본 발상이다. 통상의 상품은 배포되었을 때만 기념품으로서 기능 할 뿐이다. 그러나 이 포장 테이프는 실제 사용되는 시점에서 더욱 박람회의 메시지를 증식시킨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 포장 상자에 짐을 가득담아 이 테이프로 봉합하면 그 포장 상자는 박람회의 메시지로 변용된다. 이것이 유통 경로를 따라 각지로 흩어지면 다양한 사람들이 그것을 보게 될 것이다. 현재는 인터넷 시대이지만 디지털 정보만 지구를 날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물질인 화물 역시 컴퓨터의 관리 아래 엄청난 수량이 유통되고 있다. 그 화물을 박람회의 메시지로 활용하자는 발상이 '포장 테이프'이다. 테이프 하나로 서류용 봉투를 200통이나 봉할 수 있다. 즉, 하나의 상품이 200배의 효과를 만들어 낸다. 다 쓰고나면 형태도 남지 않는다. 모든 것은 메시지로 변해 버린다.

6.
최근에는 봉제 공장의 미싱도 상당 부분 컴퓨터화가 진행되어 침대 시트를 만드는 대형 자수 기계 같은 것들은 발상을 바꿔 인쇄기처럼 사용할 수 있다. 또 수량에 따라서 인쇄보다 낮은 가격으로 포스터를 제작할 수도 있다.

7.
물론 문제는 포스터나 마크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상품 디자인도 웹 디자인도 모두 마찬가지다. 단순 기능을 패키지화한 서비스는 예를 들면 간단하게 손에 들어오는 '두통약'이나 '위장약'과 같은 것이리라. 가벼운 증상이라면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본격적인 병이라면 효과가 있을 리 없다. 디자이너는 본래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를 다양한 미디어를 통한 디자인으로 치료하는 의사와 같다. 따라서 머리가 아프다고 두통약을 원하는 환자에게 간단히 그것을 손에 쥐어 주어서는 안 된다. 진찰을 해 보면 그곳에 중대한 병이 숨어 있을지 모른다. 어쩌면 수술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것을 발견하여 최선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디자이너의 역할이다. '두통약'을 파는 일에 정신이 없는 디자이너는 값싼 두통약이 등장하면 당황하고 허둥거리게 되고 만다.

8.
1세대가 갖은 고생을 하면서 곡괭이로 도로를 만들었고 2세대가 그것을 롤러로 튼튼하게 다져 포장을 끝냈으며 3세대는 그곳을 스포츠카로 쾌속 질주하였다.
4세대는 자동차로 혼잡해진 도로를 오토바이로 지그재그로 질주하거나 또는 자전거로 상쾌하게 뚫고 지나가던 세대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5세대는 이미 정체 상태에 빠진 도로를 단념하고 다시 두 다리를 사용하여 초원을 걷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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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물이 에너지의 전달 매체라는 사고방식은 예전부터 질병 치료에 활용되었습니다. 그중에서도 동종요법(homeopathy)이란 재미있는 사고방식이 있습니다. 동종요법은 19세기 초에 독일인 의사 사무엘 하네만이 개발한 요법이지만 그 기원은 더 오래되었다고 합니다. 기원전 4~5세기, 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고대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도 이 요법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그 핵심은 '같은 것이 같은 것을 치료한다, 독을 가지고 독을 치료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납중독에 걸린 사람이라면, 같은 납을 마이너스 12승에서 마이너스 400승 정도로 희석한 물을 마시게 함으로써 증상을 개선할 수 있습니다. 그 정도로 희석하면 물 속에 물질 성분은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합니다. 그러나 물질이 가진 그 성질만은 남아 있습니다. 그 물이 납중독을 해독하는 약이 됩니다.

2.
모든 것은 늘 진동하고 움직입니다. 그리고 초고속으로 끊임없이 점멸합니다.
<반야심경>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습니다.
"색즉시공 공즉시색 色卽是空 空卽是色, 눈에 보이는 것은 실체가 없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실체가 있다."
옛날 석가모니가 하셨다는 이 수수께끼 같은 말이 아이러니하게도 현대 과학에 의해 실증되고 있습니다.

3.
사실 물만큼 신비로운 물질은 없습니다. 무엇보다 신기한 것은 얼음이 물 위에 뜬다는 것입니다. 다른 물질은 보통 액체에서 고체로 변하면 물질을 구성하는 분자나 원자의 밀도가 높아져서 무거워집니다. 그런데 물은 얼음이 되면 분자가 규칙적으로 늘어서서 간격이 넓어집니다. 액체가 되면 분자는 10만 배나 더 왕성하게 활동합니다. 운동이 격해지면 질수록 간격이 줄어들어 밀도가 높아집니다. 그래서 고체인 얼음보다 액체인 물이 더 무거운 것입니다.
물의 비중이 가장 높을 때가 4℃입니다. 구멍이 듬성듬성한 물 분자 구조 속에 활발한 물 분자가 들어가서 가장 무거워지는 온도입니다. 그러나 그보다 온도가 높아지면 분자는 더 활발히 움직여 오히려 밀도가 낮아지고 맙니다.
그러므로 호수 바닥은 바깥 기온이 아무리 차가워도 일정하게 4℃를 유지합니다. 그 일정한 온도 덕분에 호수 바닥에 사는 생물은 편안히 살아갈 수 있습니다.
만일 물이 이런 불가사의한 성질을 가지지 않고, 다른 물질처럼 얼어서 가라앉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아마 우리는 이 지구상에 존재할 수 없을 것입니다. 기온이 내려가서 얼음이 얼 때마다 해저나 호수 바닥 등은 얼음 덩어리가 되어 생명체가 살아갈 수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얼음이 물에 뜨기 때문에 바다나 호수의 표면이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여도 얼음 아래서는 수많은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4.
왜 얼음이 물에 뜨는가, 왜 물은 수많은 물질을 녹이는가, 또는 타월 끝을 물에 담그면 중력을 거슬러 물이 위로 스미는 까닭은 무엇인가. 이러한 불가사의한 물의 성질은 물이 원래 지구의 물질이 아니었다는 관점에서 해석하면 충분히 납득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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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출입구에는, 앞뒤로 열리고 자동적으로 닫히는, 유리로 된 문 여섯 개가 늘어서 있고, 바로 그 안쪽에 똑같은 여섯개의 문이 한 줄 더 있었던 모양이다. 공기의 유입을 줄여 건물의 실내 온도를 유지할 수 있게 만든 표준적인 설계라고 할 수 있다.
내 친구는 맨 왼쪽에 있는 바깥문의 한쪽을 밀었다. 문이 안쪽으로 열려 친구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다음 문으로 가기 전에, 딴 생각을 하며 잠시 뒤를 돌아보았다. 이때 그는 의식하지 못했지만 조금 오른쪽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다음 문을 열려고 밀었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음, 잠긴 모양이군." 하고 그 옆의 문을 밀어보았으나 마찬가지였다. 당황해서 다시 밖으로 나가려고 뒤로 돌아 들어왔던 문의 한쪽을 밀었으나 열리지 않았다. 옆의 문도 마찬가지였다. 다시 뒤로 돌아 이번에는 안쪽 문을 밀었으나 역시 열리지 않았다. 그 친구는 몹시 당황해 하며 자신이 갇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른쪽에 보니 많은 사람들이 쉽게 두 문을 지나고 있었다. 아이고, 빨리 저 사람들을 쫓아가자.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이런 문에서는, 문의 한쪽에는 문을 지탱해주는 축과 경첩이 붙어 있고 다른 쪽에는 아무것도 없다. 이 문을 열기 위해서는 아무것도 없는 쪽을 밀어야지 다른쪽은 밀어야 소용이 없다. 이 경우 디자이너는 미적 측면만을 고려했지 실용성을 무시한 것이다. 열리는 쪽을 표시해주는 어떤 선도 없고 축이나 경첩도 눈에 보이지 않는다면 일반 사람들이 어느 쪽을 밀어야 할지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내 친구는 딴 생각을 하다가 (물론 보이지 않는) 축이 있는 쪽으로 움직이고 경첩 있는 쪽을 밀었으니 밀리지 않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2.
영국 철도 회사는 철도 승객을 위해 강화유리로 대합실에 칸막이를 만들었습니다. 갈아끼우기가 무섭게 못된 놈들에 의해 깨어지곤 하였죠. 그런데 유리 대신 합판으로 바꾸고 나니, 합판이 유리보다 더 튼튼한 것도 아닌데 더 이상 파손되지 않더군요. 그 대신 이번에는 많은 사람들이 합판에 낙서를 해 더럽히는 것이었어요. 부수려는 욕구는 어느 정도 줄일 수 있게 되었지만요.

3.
동전 그림들을 제시하고 옳은 것을 고르도록 부탁했을 때 미국 대학생의 반수도 안 되는 사람만이 정답을 맞출 수 있었다. 정답률은 매우 낮으나, 학생들은 아무 어려움 없이 그 돈을 쓴다. 일상적인 장면에서 우리는 페니와 다른 미국 동전을 구별하기만 하면 되지, 같은 동전의 여러 번안들을 구별할 필요가 없다.

4.
어떤 모임에서 한 연사가 VTR의 시작 단추를 누르며 화면을 보라고 했으나 그림이 나오지 않았던 경우를 기억한다. 그녀는 기계를 이리저리 조작하다가 도움을 청했다. 한 명, 두 명, 세 명의 기술자가 와서 전원,  회로를 조심스럽게 확인했다. 청중은 조바심 내며 기다렸다. 낄낄거리기도 하며. 마침내 문제가 확인되었다. VTR에 테이프가 들어있지 않았던 것이다! 테이프가 없으니 화면이 안 나오지. 문제는 필름통의 문이 닫히기만 하면 필름이 안에 들어 있는가를 확인할 수 있는 가시적인 단서가 없다는 것이다. 나쁜 디자인이다. 평가의 간격이라는 함정에 또 다른 사용자가 빠지고 말았다.

5.
통제 스위치들을 서로 다르게 보이게 하고, 감촉도 다르도록 만들어야 한다. 핵 발전소의 통제실에 있는 비슷하게 보이는 손잡이들이 일으키는 혼란을 해결하기 위해 한 직원이 생맥주 통의 손잡이를 끼워놓았다. 비록 나중에 붙여진 것이지만, 훌륭한 디자인임에 틀림없다. 그 직원에게는 상을 줘야 할 것이다.(세미나라, 곤잘레스와 파슨스 Seminara, Gonzales, & Parsons. 1977

6.
동료가 차를 몰고 출근하던 때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한참 갔을 때, 그는 서류가방을 잊은 것을 깨닫고 차를 돌려 집으로 돌아왔다. 차를 멈추고 엔진을 끄고 손목시계를 풀었다. 안전띠가 아니라 바로 손목시계를.

7.
개심한 도둑이 그의 성공담을 이야기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여러분에게 말하지만, 내가 창 밖에 서 있는데 주인이 개에게 '시끄러워... 잠자코 있어'라고 소리치는 것을 들을 때마다 백 달러씩 번다고 가정하면 나는 백만장자가 될테죠."

8.
필자는 영국 TV 방송의 소비자 프로그램에서 빵이 너무 말라서 불이 난 토스트기에 관한 내용을 보았다. 소비자 대표들은, 사람들이 종종 빵을 꺼내려고 손가락이나 칼, 포크 등을 토스트기에 집어넣는다고 지적했다. 이것은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그리고 어떤 토스트기는 거의 위까지 열선이 노출되어 있어서 손이나 금속 식기에 쉽게 닿을 수 있다. 소비자 대표는 제조업자들이 입구 가까이에는 열선을 배치하지 말아야 한다. 주장했다. 제조업자는 그들의 토스트기가 위험하다는 것을 부인하였다. "도대체, 왜 토스트기 안에다 손이나 칼을 집어넣습니까?"라며 반문했다. 분명히 설명문에는 이를 경고하고 있다. 확실히 사람들도 그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디자이너로서는 그런 일은 상상할 수도 없어서, 이를 방지할 수 있는 디자인상의 고려를 아예 하지 않은 것이다.
이 문제를 사용자의 입장에서 고려해보자. 사람들은 토스트기 안에 빵이 끼어 있거나 타고 있으면 거기에만 신경이 가고, 꺼내야 한다는 생각에만 주의를 기울인다. 위험하다는 생각은 마음속에 떠오르지 않는다. 놀랍게도, 다음날 필자도 똑같은 일을 한 적이 있다. 토스트기에 머핀빵 두 조각을 넣었다. 몇 분 후 연기가 쏟아져 나왔다. 당황해서 신속히 토스트기 앞으로 가서 빵이 튀어나오게 하려고 했으나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재빨리 칼을 안에 집어넣어 빵을 꺼냈다. 도대체 이런 짓을 내가 햇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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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re was this little prince with a magic crown. An evil warlock kidnapped him, locked him in a cell in a huge tower and took away his voice. There was a window made of bars. The prince would smash his head against the bars hoping that someone would hear the sound and find him. The crown made the most beautiful sound that anyone ever heard. You could hear the ringing for miles. It was so beautiful, that people wanted to grab the air. They never found the prince. He never got out of the room. But the sound he made filled everything up with beauty.

It's definitely time to get out of here.
여길 떠나야 할 때가 온 것 같아.

Jean Michel Basquiat, American painter,
died on August 12th, 1988 of a heroin overdose.
He was 27 years o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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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피야! 비는 왜 올까? 물론 학교에서 배웠을 테지만 수증기가 냉각되어 물방울로 응고하고 구름이 되면 무거워서 결국 땅으로 떨어지는 거라고. 이 같은 사실을 인정하며 아리스토텔레스가 고개를 끄덕였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네가 지금까지 열거한 세 가지 원인을 아리스토텔레스가 덧붙여 얘기했을 수도 있다. 비의 재료의 원인 혹은 '질료 원인(質料原因)'은 대기가 차가워졌을 때 바로 거기에 수증기(구름)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작용하는 원인, 즉 '작용 원인(作用原因)'은 수증기를 냉각시키는 일을 뜻한다. 그리고 형상적 원인, '형상 원인(形相原因)'은 바로 땅에 떨어지는 것이 물의 본성 혹은 물의 형상이라는 사실이다. 그런데 여기서 네가 더 이상 말하지 않는다면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렇게 덧붙일 것이다. 즉 비가 내리는 것은 식물과 동물이 자라는 데 빗물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그러니까 이것이 비의 목적 원인인 셈이다. 네가 보듯 아리스토텔레스는 물방울 하나에도 일종의 삶의 과제와 의도를 부여했다.
우리는 이 모든 사실을 거꾸로 뒤집어 말할 수도 있다. 식물이 자라는 것은 습기가 있기 때문이라고. 소피야, 그 차이를 알겠니? 아리스토텔레스는 삼라 만상에 합목적성이 깃들어 있다고 믿었다. 식물이 자라기 위해 비는 내린다. 그리고 귤과 포도가 여무는 것은 사람이 그것을 먹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고 그는 생각했다.
오늘날, 현대 과학은 더 이상 그렇게 여기지 않는다. 우리는 양분과 습기는 사람과 동물이 살 수 있는 필요 조건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우리는 생존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를 먹여 살리는 것이 귤이나 물이 갖는 의도는 아니다.
네 가지 원인설에 있어서 우리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오류를 범하였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너무 성급한 판단을 내리지는 않도록 하자. 많은 사람은 신이, 사람과 동물이 살 수 있도록 이 세계를 창조했다고 믿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라면 사람과 동물이 살기 위해선 물이 필요하기 때문에 강에 물이 흐른다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경우 우리는 신의 목적과 의도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지 결코 자연물에 내재한 의도와 목적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즉 빗방울이나 강물이 우리에게 호의를 가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2.
데카르트의 목표는 영혼에게 삶의 지배권을 주는 일이었다. 왜냐하면 나의 복통이 아무리 심하다 하더라도 삼각형의 내각의 합은 언제나 180도 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생각은 육체적 결핍으로부터 고양되어 이성적인 것으로 등장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그런 의미에서 영혼은 육체로부터 전적으로 독립된 것이다. 우리의 다리는 늙고 약해지며 우리의 등은 굽고, 우리의 이는 빠질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속에 이성이 임재하는 한, 2 더하기 2는 4이며 또한 언제까지나 4로 남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성은 늙거나 약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우리의 육체는 늙는다. 데카르트에게는 이성 자체가 곧 영혼이었다. 그에 반해 욕구나 증오 같은 저급한 정념이나 기분은 육체적 기능과 밀접하게 결합된 것이며, 따라서 공간적 현실과 밀접하게 결합된 것이다.

3.
"더 일찍이 많은 사람들이 신의 존재를 증명하려 하거나 혹은 그것을 이성으로 파악하려고 시도하였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신을 증명하거나 이성의 논증에 만족하면 신앙 자체를, 그리고 동시에 종교적인 간절함을 잃는다. 기독교가 진리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것이 나에게 진리인지가 중요하기 때문이지. 중세에는 이와 같은 생각을 '크레도 퀴아 압수르둠(Credo quia absurdum)'이라는 관용어로 표현했다."
"아, 뭐라구요?"
"'불합리하기 때문에 나는 믿는다'는 뜻이지. 기독교가 우리 내면의 다른 면이 아니라 이성에 호소했더라면 그것은 신앙의 문제가 아니었을 것이다."
"이제 이해하겠군요."

4.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오랜 경험을 한 프로이트는 인간의 의식이 그 정신의 일부분을 이룰 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의식된 것은 수면 위에 튀어 나온 빙산의 일각과 같다는 것이지. 그 수면 아래에는, 즉 의식의 문턱 밑에는 심층 의식 또는 무의식(無意識)이 자리잡고 있다.

5.
"흐음. 그러니까 선생님이 말씀하신 건 바로 '꿈의 명시적 내용'이죠. 사촌 여동생이 그 남자에게 풍선 둘을 선사했다."
"계속해 보아라."
"그리고 선생님이 우리 꿈에 나오는 소도구가 주로 전날에서 나온 것이라고 하셨죠. 그러니까 그 남자는 그 전날 낮에 시장에서 또는 신문에서 풍선 사진을 본 거죠."
"그래, 그랬을 수 있지. 단순히 '풍선'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수도 있고, 풍선과 관계 있는 그 어떤 것을 보았을 수도 있지."
"그렇지만 '꿈의 잠재 의식'이 뭐예요? 이 꿈에서 정말로 중요한게 뭐지요?"
"지금은 네가 해석가야."
"아마 그 남자는 그저 풍선 둘을 갖고 싶었나 보지요."
"아니, 그건 불가능하다. 꿈이 욕망을 채우려 한다는 점에서는 네 말이 옳다. 그러나 성인 남자가 풍선 두 개를 열렬히 갖고 싶어하는 일은 거의 없지. 만약 그렇다면 꿈을 해석할 필요가 없을거다."
"그러면... 그렇다면 생각이 났어요. 사실은 그 남자가 사촌 여동생을 원한 거예요. 그리고 풍선 두 개는 그 여자의 가슴이구요."
"그래, 그게 가능한 해석이다. 특히 이런 욕망이 그에게는 다소 수치스런 것이기 때문에 깨어 있는 상태에서는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거지."

6.
"그러면 나는 조용히 계속해서 내 머릿속에서 계획을 만들어 갈 수 있지. 나는 소령의 잠재 의식 속으로 완전히 깊이 잠길 것이다. 소피야 우리가 다시 만날 때까지 나는 거기에 머물러 있겠다."

7.
"그러니까 우리가 우주를 바라볼 때는 과거를 보는 셈이다. 우리는 이 우주가 '현재'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결코 알 수 없다. 우리가 수천 광년 떨어진 별 하나를 올려다볼 때, 우리는 우주의 역사 안에서 사실상 수천 년 전으로 돌아가 여행을 하는 것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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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옛 산이로되 물은 옛 물이 아니로다
주야(晝夜)에 흐르거든 옛 물이 있을손가
인걸(人傑)도 물과 같도다 가고 아니 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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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 예를 들어 사고나 병 때문에 팔을 잘라야 한다고 가정해 보자."
"그럼, 팔이 없어지는 거예요?"
"그렇지. 팔이 없어지는 거야. 그런데 팔이 없어진 뒤에도 그 환자가 계속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단다. '난 팔을 계속 들고 있어요! 아래로 내려오지 않아요! 너무 아파서 견딜 수가 없어요!' 라고 말을 하면서 말야. 마치 팔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처럼 말을 하는 거지. 그런데 신기한 건, 환자가 실제로 아픔을 느낀다는 거야."
"팔이 없는데 어떻게 아파요?"
"이미 잘려나간 팔이나 다리에 통증을 느끼거나, 팔과 다리가 제멋대로 움직인다고 느낄 때가 있어. 그것을 환상의 팔, 환상의 다리라고 부른단다."

2.
"과학자들은 종종 뇌가 픽션, 즉 거짓의 세계를 만들어 내고 있다고 말해. 한 사람 한 사람이 받아들인 세계의 느낌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지. 뇌 속에서 자기만이 알 수 있는 픽션의 세계를 만들고 있다는 말이야. 하지만 비록 픽션이라고 해도 순간순간 변화하고 세계를 느끼고 받아들이는 몸은 여기에 있어. 그것을 잊어서는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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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셰archee(프랑스어) 는, 다리가 미치는 거리를 보폭이라 하듯, 화살이 미치는 사정거리를 말한다. 이 말에는 끊어질 정도로 팽팽하게 시위가 당겨진 활과 화살, 그리고 무엇보다 시위가 당겨지는 숭고한 순간, 쏘아진 화살이 솟구쳐 날아가는 순간, 무한을 향한 지향, 그리고 활의 욕망이 제아무리 강렬하다 해도 화살이 날아갈 수 있는 거리에는 끝이 있기 마련이기에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의연한 실패, 한참 날다 멈춰버리는 활기찬 추진력 등이 내포되어 있었다. 따라서 '아르셰'는 멋진 비약이요, 탄생에서부터 죽음까지를 내포하고 있으며, 한순간에 불타버리는 순수한 에너지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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